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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기업이다]ICT분야 해외 M&A 美 822건·韓 31건...암울한 메이드인코리아

<4·끝> 미래 전략산업을 키워라

주력업종 흔들리는데도 성장동력 발굴·육성 뒷걸음

50대 기업 R&D 금액도 5억弗로 美 1/8 수준 그쳐

경쟁력 없는 사업 철수 등 기업들 과감한 결단 절실

현대모비스 천안공장에서 직원들이 부품 검사 작업을 벌이고 있다. 반도체·자동차·조선·철강 등 국내 주력업종의 대표 기업들이 미래 성장 동력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경제DB




지난 1997년 중국 가전업체 하이얼은 선진국 시장에선 영향력이 없는 브랜드였다. 그런 하이얼은 당시 ‘스리 서즈(Three Thirds)’라는 전략을 발표했다. 중국에서 생산·판매하는 제품, 중국에서 생산해 해외에서 판매하는 제품, 해외에서 생산해 해외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매출 규모를 3대3대3으로 가져가겠다는 것이 골자였다. 목표 달성을 위한 전략은 해외 기업 인수합병(M&A). 2005년과 2014년 각각 미 가전업체 메이택과 제너럴일렉트릭(GE)의 가전 사업 인수에 나섰다가 실패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2016년 기어이 GE의 가전사업부를 안았다. 배팅 금액은 무려 54억달러였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신사업과 신시장, 그리고 첨단기술을 단번에 확보하겠다는 하이얼의 야심 찬 성장 전략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딜”이라며 “주력 업종 경쟁력이 흔들리고 있음에도 적극적인 M&A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연구개발(R&D)에 나섰다는 얘기는 좀체 들리지 않는 한국 기업과는 확연히 대비된다”고 말했다.



◇M&A도, R&D도 인색한 한국=하이얼은 큰 내수시장이 있는데도 글로벌 브랜드가 되기 위해 끈질기게 해외 M&A에 도전했다. 그런 맥락에서 한국의 현실은 우려스럽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기업의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해외 기업 M&A는 31건에 불과하다. 미국 822건, 중국 84건에 크게 뒤진다. M&A 증가율도 미국(32.2%), EU(40.1%), 중국(110.0%)이 한국(24.0%)보다 훨씬 높다.

R&D도 신사업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혁신 수단이다. 그러나 한국 R&D의 현실은 더 충격적이다. 지난해 한국경제연구원이 각국 50대 기업의 평균 R&D 투자를 분석한 결과 한국 50대 기업의 평균 R&D 금액은 5억1,910만달러(2015년 기준)로 미국(39억3,520만달러)의 8분의1 수준에 그쳤다. 일본(16억1,760만달러), 독일(11억6,380만달러), 영국(5억8,420만달러)도 한국을 앞선다. 또 2015년 50대 기업의 매출 대비 R&D 투자 비율은 3.0%로 미국(8.5%), 일본(5.0%), 독일(4.3%), 영국(3.6%) 등보다 낮다.

지난해 수치도 개선되지 않았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내 500대 기업의 지난해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중이 2.8%에 불과하다. 주요 대기업의 매출 대비 R&D 비중 역시 해외 기업에 비해 현저히 낮다. 삼성전자 7.0%, 현대자동차는 2.6%, SK하이닉스 8.3%, LG디스플레이 6.9% 등으로 미국 혁신 기업인 페이스북(21.4%), 구글(15.6%), 아마존(11.8%), 넷플릭스(9.7%)보다 한참 낮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새 사업을 생각하고 움직인다고 하지만 시늉만 하고 있다”며 “세계 시장에서 밀리고 있는데다 규제와 지배구조 등의 문제로 미래를 생각할 여유가 없다”고 진단했다.

◇M&A 규제 없애고 R&D 경쟁원리 도입해야=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각종 설문조사에서 애로 사항 1위를 차지하는 것은 규제다. 크게는 순환출자 규제부터 작게는 사소한 인허가까지 규제가 너무 많다는 게 기업들의 지적이다.

특히 M&A를 가로막는 규제를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유정주 한국경제연구원 기업혁신팀장은 “지주회사가 자회사나 증손회사의 지분을 일정 수준 이상 보유하도록 하는 공정거래법이 M&A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SK가 2010년 메디슨의 지분 확보를 시도하다가 결국 규제 조건(비상장 자회사 40%) 충족이 어려워지자 인수를 포기한 게 대표적이다. 지주사 체제에 있는 각 사가 공동 출자해 M&A를 할 수 없는 점, 손자회사가 자회사를 둘 경우 지분 100%를 보유해야 하는 것도 활발한 M&A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힌다. 유 팀장은 “M&A를 대기업의 기술 탈취나 몸집 불리기 시도로 보는 막연한 반기업 정서가 대기업으로 하여금 M&A를 꺼리게끔 만들고 있다”고 꼬집었다.

R&D도 낭비 요소가 크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정보기술(IT) 업종 쏠림 현상도 심하다. 주 실장은 “정부의 R&D 지원금 집행에서도 경쟁원리를 도입해야 한다”며 “해외 기관에도 개방해 국내 연구계의 각성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의 과감한 결단도 절실하다. 재계의 한 임원은 “미래가 안 보이는 사업에 대해서는 기업이 빨리 결정해야 한다”면서 “특히 중국에 단가에서 밀리고 기술력도 별 차이 안 나면 접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일명 원샷법)’ 적용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원샷법에 의한 혜택을 두고 미국 상무부가 “보조금을 받은 것과 같다”며 통상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익명의 사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원샷법 활용범위가 위축될 것으로 보여 규제 완화가 더욱 절실해졌다”고 말했다.
/맹준호·김우보기자 next@sedaily.com

◇ICT 분야 해외기업 M&A (단위:건)

미국 882

중국 84



한국 31

*자료=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2017년 기준

◇기업별 매출 대비 R&D 비중(단위:%)

삼성전자 7.0

현대차 2.6

SK하이닉스 4.1

LG디스플레이 6.9

페이스북 21.4

구글 1 5.6

아마존 11.8

*자료=업계 종합, 2017년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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