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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깊은 문화예술계 성폭력…피해자 65% “선배한테 당했다”

문화예술계 기관·단체·대학생 설문

피해자 87.6%가 "그냥 참고 넘어가"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특별조사단 단장인 조영선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왼쪽 두 번째)과 조형석 차별조사과장(왼쪽 첫 번째)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저동 인권위에서 특조단 설문조사 결과에 대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출처=연합뉴스




# 작사가 A씨는 유명가수 B씨로부터 수차례 성추행과 성폭행을 당했다. A씨는 이 때문에 4년간 정신과 진료를 받으며 약물을 복용해왔다. 그런데도 B씨는 상호 합의에 따라 이뤄진 성관계라고 주장하면서 합의금과 음반 제작을 조건으로 회유했다. A씨는 수사 기관에 직접 B씨를 신고하고는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특별조사단’에도 알려 도움을 요청했다.

# 문예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던 C씨는 20년 전 한 대회의 최종 심사에서 후보자를 따로 사무실로 불러 문을 잠가놓고 성추행했다. 당시 C씨는 후보자에게 “이전 당선자도 나를 잘 따랐기에 된 것”이라며 자신을 아빠라고 부르라면서 강제로 신체접촉을 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가인권위원회 주도로 출범한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특별조사단’은 19일 공식 활동을 종료하면서 그간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특조단은 그동안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특별신고·상담센터’를 통해 접수된 175건 피해사례 중 피해자들이 조사를 요청해 특조단으로 인계된 30건과 직접 접수된 6건 등 총 36건을 조사했다. 36건을 문화예술 영역별로 나눴을 때 학교가 7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미술 5건, 연극 4건, 영화·문학·음악 3건 등의 순이었다. 기타 분야를 포함한 10개 문화예술 영역에서 모두 성 비위 사건이 벌어졌다.

조영선 특조단장(인권위 사무총장)은 “모든 영역에서 골고루 성희롱, 성폭행 사례가 발생했다”며 “우리 문화예술계 전반에 걸쳐서 문제가 많다는 뜻으로, 제도를 개선할 때 이런 특징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조단이 24개 기관·단체 문화예술인과 대학생 6만4,91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문화예술계 종사자(응답자 3,718명) 중 1,513명(40.7%)이 ‘성희롱·성폭력을 직접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직접 경험했다는 1,513명을 대상으로 가해자(복수응답)를 묻자 선배 예술가(982명·64.9%), 기획자 및 감독(794명·52.5%), 대학교수·강사(537명·35.5%) 등의 순이었다.

피해를 봤을 때 어떤 대응을 했는지를 묻는 복수응답 질문에는 87.6%(1,326명)가 ‘그냥 참고 넘어갔다’고 답했다. 이들 중 922명(69.5%·복수응답)은 ‘문제를 제기해도 해결될 것 같지 않아서’라는 이유를 꼽았다. 이어서 ‘활동에 불이익이 우려돼서’(789명·59.5%), ‘가해자와의 관계가 불편 또는 불쾌해질 것 같아서’(788명·59.4%), ‘문제 제기 후 좋지 않은 소문이 나거나 따돌림 등을 당할까 봐’(666명·50.2%) 등의 순이었다.

문화예술계에서 성희롱·성폭력이 발생하는 이유를 묻는 복수응답 질문에 전체 응답자 3,718명 중 ‘성희롱·성폭력을 가볍게 여기는 문화예술계 특유의 분위기’ 때문이라는 대답이 64.7%(2,405명)로 가장 많았다. ‘프리랜서 또는 임시직 등으로 활동하는 문화예술인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제도 부재’를 꼽은 사람도 57.2%(2,126명)로 많았다.

조 단장은 “다른 직역보다 성희롱, 성폭력에 취약한 업무구조도 원인일 수 있다”며 “프리랜서나 비정규직에 대한 보호 또한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 같아서 참았다는 응답의 함의는 결국 제도에 대한 불신으로 볼 수 있다”며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전담기구를 설치하고, 법률을 제정하거나 정비하는 등 성희롱이나 성폭력 예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승희인턴기자 shhs95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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