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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서 버젓이 성범죄 '감형 노하우' 공유

"몰카 등 내사 종결" 글 올리자

"비법 좀…" "축하합니다" 댓글

무죄 후기 작성땐 특별회원 승급

입증 어려운 성범죄 허점 노려

감형사례 나누고 정기모임까지

성범죄자들이 형량 공감 노하우를 나누는 ‘성전카페’ 메인화면. /인터넷 캡처




‘몰카 피의자님들, 힘내세요! 저 14건인데도 선처받았습니다.’

성범죄를 저지른 가해자들이 모인 카페의 게시물 중 일부다. 이 글에는 ‘이제 두 발 뻗고 주무세요’라는 ‘축하’ 댓글이 달렸다. 연달아 ‘축하합니다. 꼭 님처럼 따라가고 싶습니다’ 같은 댓글이 10개 넘게 이어졌다.

‘성전카페(성범죄 전문지식 공유 카페)’라는 이름의 이 카페는 ‘성폭력 관련 소통’을 목적으로 지난 2010년 만들어졌다. 그러나 서울경제신문이 21일 최근 3년간의 게시물을 살펴본 결과 이 카페는 성범죄 가해자들이 형량을 낮추는 노하우를 공유하고 격려하는 공간으로 활용됐다.

카페 게시물은 가해자들이 성범죄 내용을 소개하며 대처요령을 묻는 글이 대다수였다. 카페 회원이 ‘헌팅으로 만난 여성과 관계를 가진 후 나체로 자는 모습을 사진 찍다가 걸렸습니다’라는 고민을 올리면 다른 회원이 ‘경찰서 문턱 넘기 전에 합의하세요. 사건화되면 악몽 시작입니다. 차후 준강간으로 죄명이 변경될 수도 있는 만큼 꼭 합의해야 합니다’라는 답변을 다는 식이다.



카페 회원들은 ‘성범죄 초수·중수·고수·특별회원’으로 등급이 나뉜다. 이 가운데 가장 높은 등급인 특별회원은 성범죄 사건을 해결한 경험을 공유한 이들만 도달 가능한 등급이다. 갖은 지식을 동원해 성범죄 형량을 낮춰 기소유예나 무죄를 선고받은 후기를 쓰는 식이다. 이들에게는 금전적 혜택이 돌아간다. 유명 커피전문점 상품권에 정기모임 회비도 면제된다. 반면 성범죄 초수 회원은 참가비로 100만원을 내야 한다.

카페 회원들은 온갖 지식을 동원해 성범죄 형량을 낮춘 가해자들을 축하해준다. 강제추행 혐의로 조사를 받던 피의자가 “강제추행으로 내사 종결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아는데 이런 행운이 저에게 찾아올 줄 몰랐습니다. 이 카페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라는 글을 남기자 ‘부럽다. 정말 축하드린다’는 댓글이 달렸다.

도리어 피해자를 탓하는 카페 회원들도 있다.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 혐의로 조사를 받던 피의자는 “집으로 경찰이 찾아와 부모님도 놀랐고, 합의하에 사진을 찍었는데 왜 저만 걸려서, 머리털 나고 제일 힘듭니다”라는 글을 남겨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성범죄 가해자들의 이런 행태는 성범죄의 특수성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장미혜 여성정책연구원 실장은 “성범죄는 다른 범죄와 다르게 피해 입증이 어렵다”며 “역으로 가해자 입장에서는 형량을 감경할 ‘꼼수’를 부리면 성범죄 혐의에서 벗어나기 쉽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그는 또 “법 조항도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입증하도록 하는 등 가해자가 형량 감경을 노리기 쉬운 게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서종갑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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