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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통해 세상읽기] 民罔常懷<민망상회·백성은 사랑할 만해야 지지를 보낸다>

은나라 탐욕·부패로 망했는데
사람들 외부서 실패요인 찾으려해
6·13 지방선거 참패한 야권
모든 것 내려놓고 근본으로 가야

  • 2018-06-22 17:12:27
  • 사외칼럼 27면
신정근 성균관대 유학대학장

[고전통해 세상읽기] 民罔常懷민망상회·백성은 사랑할 만해야 지지를 보낸다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지난 6월13일에 실시되고 그 결과가 나온 뒤로 야당은 엄청난 충격에 빠져 아직도 헤어날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워낙 충격이 큰 만큼 혼란의 시간이 길어질 듯하다. 이번 선거 결과는 단순히 야당의 패배라고만 말할 문제가 아니다. 이에 야당의 참패니 궤멸이니 하는 말처럼 원래 잘 사용하지 않는 말로 선거 결과를 표현하고 있다. 특히 공천이 당선이라고 할 정도로 야당의 텃밭으로 알려진 지역의 이변은 선거의 당사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에게도 놀라움으로 다가오고 있다.

중국 고대에도 정치적으로 믿기 어려운 사건이 일어났다. 산서성에 기반을 둔 은나라가 섬서성에 기반을 둔 주나라와 안방 목야(牧野)에서 전쟁을 치렀다가 패배했다. 당시 은나라는 천자의 나라이고 전력도 압도적인 우세로 점쳐져서 무난히 주나라의 도전을 막아내리라 생각했지만 승패는 의외로 쉽게 갈렸다. 은나라의 주왕(紂王)이 사랑하는 달기와 사랑놀음에 빠져 정사를 제대로 돌보지 않았고 향락과 사치를 일삼아 민심이 모두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연못에 술을 채우고 연못 주위의 나무에다 고기 안주를 걸어놓는 주지육림(酒池肉林)을 즐겼다니 권력의 도취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전쟁하기 전에 이미 승패가 갈렸다고 할 수 있다. 오죽했으면 주나라의 공격을 막아야 할 은나라 병사들이 칼과 창을 거꾸로 잡고 자국의 군사를 향해 돌진했을까.

[고전통해 세상읽기] 民罔常懷민망상회·백성은 사랑할 만해야 지지를 보낸다

주나라가 은나라를 꺾고 천자의 나라가 된 뒤에도 신하의 나라가 어떻게 임금의 나라를 공격할 수 있느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즉 주나라가 신하의 나라로서 자신의 본분을 망각하고 탐욕을 이기지 못해 권력을 찬탈했다는 말이다. 전쟁에 패해 망국의 상황에 처한 은나라의 비분과 울분을 이해하지 못할 것도 없다. 천자의 나라로서 온갖 특혜를 누리다가 갑자기 일반 평민으로 강등된 왕족이 자신들의 처지를 어떻게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은나라의 패배는 남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탕이 은나라를 건국하고 난 뒤 손자 태갑(太甲)에 이르러 위기에 처했다. 태갑은 주왕에 비견될 정도는 아니지만 왕으로서 응당 해야 할 정무며 제사를 게을리하고 시정을 요구하는 신하의 의견을 묵살하는 등 폭군의 징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에 탕임금부터 은나라의 왕을 보필해온 이윤(伊尹)은 태갑을 탕임금의 무덤이 있는 동(桐) 지역에 3년간 유폐시켜서 반성의 시간을 보내게 했다. 이때 정국의 심각성을 경고하는 말을 보면 은나라의 집권자들이 얼마나 긴장하고 있었는지를 알 수 있다. “하늘은 늘 덮어놓고 가까이하지 않고 늘 공경할 때면 가까이한다. 민은 무조건 덮어놓고 지지를 보내지 않고 사랑할 만해야 지지를 보낸다. 귀신은 아무 때 제사를 받지 않고 정성을 다해야 제사를 받는다(유천무친惟天無親, 극경유친克敬惟親. 민망상회民罔常懷, 회우유인懷于有仁. 귀신무상향鬼神無常享, 향우극성享于克誠).”

은나라가 천자의 나라가 된 뒤에 은족은 자신이 천하의 모든 것을 다 가진 듯했다. 하늘도 늘 자신을 가까이하고 민도 언제나 자신을 지지하고 귀신도 자신들이 지내는 제사를 받아먹을 듯했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이러한 도취에 빠져 꿈속을 헤매듯 일상을 살지는 않았다. 이윤처럼 현실을 냉정하게 주시하며 공경·사랑·정성의 덕목을 지켜야 한다고 보았다. 그렇지 않으면 은나라가 더 이상 천자의 나라로 권력을 유지하지 못하고 망국의 상황으로 치달을 것으로 예견했다. 이러한 이윤의 통찰로 인해 은나라는 초기의 위기를 수습하고 안정을 누리게 됐지만 주왕에 이르러 망국의 상황을 피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은나라의 망국은 자신의 탐욕과 부패를 통제하고 자기 정화를 할 수 없었던 패착에 기인한다고 할 수밖에 없다. 사람은 믿기지 않는 결과를 마주하면 원인을 외부와 남에게 찾으며 충격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그것은 또 다른 후폭풍을 불러들이는 결과를 낳는다. 위기에 빠지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는 근본으로 돌아가지 않을 수 없다. 태갑은 이윤의 제안을 받아 권력을 내려놓고 성찰해 망국을 피했지만 주왕은 권력에 도취해 망국을 피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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