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자유한국당 버려야 보수가 산다] 편가르다 'TK·노인당' 고립...보수가치 지키되 시대흐름 읽어야

(하) 4개 '동굴의 우상' 빠진 한국당

지역주의- 영남패권주의에 매몰 'TK자민련' 전락

반공 집착- 한반도 변화에 역행 "냉전사고 탈피를"

올드보이 정당- 장년층 의존...청년 목소리도 대변 필요

성장만능주의- 양극화 외면...포용적 성장 등 내세워야





“6·13지방선거를 통해 자유한국당은 사망선고를 받았다.”

지방선거 참패로 어두운 민낯이 드러난 한국당을 바라보는 세간의 평가다. 김성태 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스스로도 “우리는 이미 국민들에게 사망선고를 받은 당”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지난 30년 가까이 대한민국 보수정당의 명맥을 이어오던 한국당을 정치적 사망에 이르게 했을까. 시대 변화의 흐름을 읽지 못한 채 지역주의와 반공 이데올로기, 성장 만능주의 등 낡은 이념과 구시대적 프레임만 고집하다가 고립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남 패권주의 탈피 절실=14대2. 무소속으로 당선된 제주지사를 제외한 6·13 광역단체장 선거의 여야 성적표다. 압도적인 스코어만큼이나 더 놀라운 사실은 지난 30년여간 이어져온 보수정당의 영남 패권주의 구도가 무너졌다는 점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1995년 지방선거 실시 이후 처음으로 부산·울산·경남 등 PK 광역단체장 3곳을 모두 석권하며 전국을 파란색으로 물들이는 동안 한국당은 대구와 경북(TK) 단 2곳을 지키는 데 그쳤다. 함께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도 한국당은 경북 김천을 제외한 나머지 11곳을 민주당에 내줬다. 당 안팎에서는 ‘TK 자민련’으로 전락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하지만 한국당의 몰락은 역설적으로 과도한 지역주의 의존증이 자초한 면이 크다. 홍준표 전 대표는 이번 지방선거 기간에도 대구와 부산을 찾아 “이곳에서까지 버림받으면 한국당은 문을 닫아야 한다”며 또다시 지역주의에 기대 읍소했지만 민심은 싸늘했다.



◇냉전 사고에서 벗어나야=한국당이 갇혀 있는 또 다른 동굴은 바로 냉전 시대의 사고에 머물러 있는 ‘반공’ 이데올로기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잇따라 이뤄진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은 대한민국 보수의 본산임을 자처해온 한국당의 안보관이 시대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홍 전 대표는 ‘위장평화쇼’로 폄하하는 데만 열을 올렸다. 한국당은 올해 초 한 초등학생이 그린 시중은행의 탁상달력 그림에 인공기가 등장한다는 이유만으로 색깔론 공세를 펼치며 동심을 짓밟았다. 서울경제신문 펠로(자문단)인 최창렬 용인대 교육대학원장은 “남북·북미 회담에 대한 대응방식에서 볼 수 있듯 한국당은 여전히 수구적인 반공주의 냉전 이데올로기에서 한발짝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시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구시대적 안보관에만 집착하다가 결국 국민들에게 외면받았다”고 지적했다.

◇노인당 이미지 털어내야=콘크리트 지지층으로 불리는 50~60대 장년층에게만 의존한 전략도 한국당의 몰락을 불러왔다. 투표연령 하한과 같은 젊은 층의 목소리는 외면한 채 노인복지청 신설 등 장년층의 표심에만 기대면서 ‘올드보이’ 정당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졌다. 한국갤럽이 19~21일 실시한 지지율 조사에서 한국당은 50대(18%)와 60대 이상(21%)을 제외한 20~40대 응답자들 사이에서 5% 미만의 지지율에 머물렀다. 동계올림픽 단일팀 논란이나 최저임금 문제 등 문재인 정부에 대한 청년층의 불만이 쏟아질 때도 정작 제1야당인 한국당은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했다.

◇경제정책 유연성 필요=
대한민국의 보수는 과거 산업화와 경제성장의 과실을 먹고 자랐다. 이후 중소기업 붕괴와 영세자영업자 몰락 등 고도성장의 부작용이 커졌지만 여전히 성장만능주의와 개발지상주의에 매몰된 채 사회 양극화에 눈감았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향후 보수가 지향해야 할 가치로 ‘포용적 성장’과 ‘건강한 복지’ ‘서민적 보수’를 내세워야 한다”며 “영국 보수당이 ‘책임지는 기업’을 내세웠듯 한국 보수도 친기업 정책만 지지할 게 아니라 투명과 책임 등 진보 가치를 결합해 변화된 모습을 보여야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보수정당들도 이제는 구시대의 동굴에서 뛰쳐나와 정치적 유연성을 길러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우리나라 보수가 몰락한 것은 국민이 원하는 시대정신을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지역주의와 반공 등 경직된 프레임의 속박에서 벗어나 유연한 정치노선을 갖출 때 비로소 희망을 되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상기자 kim0123@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