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책꽂이-다라야의 지하 비밀 도서관]당신은 책을 위해 죽을 수 있나요?

■델핀 미누이 지음, 더숲 펴냄

시리아 내전 최대피해지 다라야서

목숨 걸고 비밀도서관 세운 청년들

포탄 쏟아지는 극한 상황 속에서

책 읽고 공유하며 삶의 희망 찾아





책을 위해 죽음을 무릅써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과연 그럴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다른 것도 아닌 책을 위해서 말이다. 여기 도서관에 둘 책을 찾기 위해 죽을 각오로 전쟁 속 폐허 더미를 뒤진 청년들이 있다. 그들에게 책은 꿈이자 희망이고 살아가는 힘이었다. 한 달에 600여 차례의 폭격이 쏟아지고 수많은 사상자를 낸 시리아 내전의 중심 도시 다라야. 청년들은 이곳에서 찾아낸 1만5,000여 권의 책으로 피난처를 만들었다. 신간 ‘다라야의 지하 비밀 도서관’은 인간다운 삶을 꿈꾸며 무너진 도시 한가운데 도서관을 세운 다라야 젊은이들의 실화를 다뤘다.

저자인 델핀 미누이는 2015년 페이스북에 올라온 사진 한 장으로 시리아 내전 한복판에 존재하는 지하 도서관의 존재를 접하게 된다. 20여 년간 이슬람 지역을 다니며 취재해온 프랑스 출신 분쟁 지역 전문기자인 저자는 독재의 포탄에 맞서 도서관을 지은 청년들의 이야기에 단번에 매료된다. 다라야의 강제이주가 시행된 2016년 8월까지 약 2년에 걸쳐 스카이프를 통해 이들과 나눈 대화를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

도서관 공동 설립자인 아흐마드 무자헤드는 내전이 발발하기 전 축구와 영화를 좋아하고 기자가 되는 게 꿈이던 다마스쿠스대학교 평범한 학생이었다. 독재에 저항하고 전쟁에 참여한 사람들 모두 전쟁이 터지기 전에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청년들은 포탄을 뚫고 지하 도서관에 모여 끊임없이 책을 읽고 강의를 열고 대화를 나눈다.

폐허가 된 시리아의 도시 다라야에서 한 청년이 비밀 도서관에 둘 책을 찾기 위해 건물 잔해를 뒤지고 있다. 청년들은 이곳에서 찾아낸 1만5,000여 권의 책으로 피난처를 만들었다. ⓒDaraya Media Center




이들의 독서 목록에는 자기계발서부터 경제경영서, 실용서, 희곡, 소설까지 다양한 책들이 포함돼 있다.

파울루 코엘류의 ‘연금술사’, 생텍쥐베리의 ‘어린왕자’, 마르셀 푸르스트와 남아프리카 소설가 쿠체의 작품들, 니자르 카바니의 사랑에 관한 시와 역사학자 이븐 카임의 저서들, 셰익스피어와 몰리에르가 쓴 희곡들이 있는데, 이 책들은 살아남은 다라야 시민들의 정신을 살찌워주는 ‘허기를 달래기 위한 책으로 만든 수프’였다. 흥미로웠던 점은 전쟁 한가운데서도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이 많은 사랑을 받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자기계발서는 모든 것이 불안정한 시기에 안정감을 주는 동반자로서 그들이 만나지 못했던 심리 상담가와 같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해석했다. 이들이 ‘신에 미친 사람’으로 고리타분한 사상에 빠졌을 거라고 왜곡돼 있던 모습과 완전히 달랐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들이 시공간을 초월한 책을 읽으며 나눈 깊은 대화는 우리에게 인간이 살면서 놓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책을 읽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끊겼다 이어짐을 반복하는 불안정한 화면을 사이에 두고 매일 이어지는 포탄 소리가 묘사된 이 책은 참혹한 전쟁의 실상을 생생히 보여준다. 죽을 고비를 넘긴 도서관 멤버 아부 엘에즈는 책을 읽는 단순한 행위는 엄청난 위로가 된다고 전한다. “책은 지배하지 않습니다. 책은 무언가를 선사해주죠. 책은 거세하지 않습니다. 책은 성숙하게 합니다.”

이 책에 대해 프랑스 언론 ‘르 텔레그람’은 ‘이 세계의 야만과 직면했을 때 책이 지식과 문화로 눈부신 희망을 줄 수 있다면, 이 책이 바로 그 증거다’라고 평했다. 책이 인간의 삶에 주는 희망, 극한의 상황에서 발견하는 삶의 본질을 지구 반대편에 있는 우리에게 전한다. 책이 우리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해준다는 것을 이 책이 다시 말해준다. 모든 것이 무너져갈 때 책은 한 줄기 빛이 될 수 있다. “책이 우리를 구해주었어요. 무지의 암흑에 맞서는 가장 좋은 방패막이였어요. 더 나은 날들이 오리라는 보증과 같았죠.” 1만 4,000원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