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금강산서 남북 이산가족 손잡는다

■남북 22일 적십자회담서 합의

2015년 10월 상봉 중단 이후 2년 10개월 만

8·15계기 진행…대상은 남북 양측 각 100명

22일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남북적십자회담에서 남측 수석대표인 박경서(오른쪽) 대한적십자사 회장과 북측 수석대표인 박용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이 악수하고 있다./금강산=사진공동취재단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오는 8월 20일부터 26일까지 금강산에서 열린다. 2015년 10월 상봉 행사를 마지막으로 중단된 지 2년 10개월 만의 재개다.

남북은 22일 금강산에서 열린 남북적십자회담에서 8·15를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공동보도문에 따르면 상봉 대상은 각각 100명씩이며, 거동이 불편한 상봉자에 한해 1명의 가족을 동반할 수 있도록 했다. 생사 확인 의뢰서는 다음 달 3일까지, 회보서는 25일까지, 최종명단은 8월 4일 교환하기로 했다. 또 남측은 행사 및 통신관계자 등으로 구성 된 선발대를 상봉 시작 5일 전에 금강산에 파견해 사전 준비를 하기로 했다. 남북은 상봉 행사에 앞서 금강산 면회소를 보수하기로 하고, 남측은 오는 27일 시설 점검단을 파견하기로 했다.

이날 회담에 우리 측에서는 수석대표인 박경서 대한적십자사(한적) 회장과 김병대 통일부 인도협력국장, 우광호 대한적십자사 국제남북국장, 류재필 통일부 국장이 대표로 나섰다. 북측에서는 박용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한상출, 김영철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회 위원을 대표단으로 내보냈다.



이날 회담은 오전 10시부터 시작됐으며 전체회의에 이어 수석대표 접촉, 공동보도문 초안 교환, 오후 추가 대표 접촉 등을 거친 후 오후 7시 15분 종결회의를 시작했다. 회담에 앞서 박 회장은 “금강산 정기 받고 금강산 자연의 모든 철학을 따서 내 민족의 한을 적십자회담이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고, 박 부위원장은 “역사의 새 한 페이지를 새로 쓴다는 자세를 가지고 회담에 임한다면 우리가 오늘 겨레에게 깊은 기쁨을 안겨주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박 회장이 회담장에 들어가기 직전 박용일 부위원장에게 “손잡고 갈까?”라고 제안하자 남북 수석대표가 손을 잡고 입장하기도 했다.

다만 이날 회담의 공동보도문에는 당초 기대됐던 이산가족 서신 교환, 고향 방문 등 전면 교류 방안은 담기지 않았다. 대신 남북은 앞으로 합의되는 시기에 적십자 회담과 실무접촉을 갖고 이산가족 상봉을 비롯한 인도적 문제들을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박 회장은 종결회의에서 “이산가족 상봉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생사 확인, 그 다음에 고향 방문, 성묘라든지 정례적으로 이런 문제를 계속적으로 한다는 데 대해 계속해서 합의해 나갑시다”라고 말했다.

한편 통일부 이산가족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988년부터 지난 달 말까지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수는 총 13만2,124명이다. 하지만 신청자 중 7만5,234명은 이미 사망했다. 생존자(5만6,890명) 중에서도 41.4%(2만3,569명)는 80세가 넘는 초고령자다. 그럼에도 현재까지 방북·방남을 모두 포함해 직접 상봉 건수는 가족 단위 기준 4,186건, 화상 상봉은 557건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단순 상봉 뿐 아니라 서신 교환, 고향 방문 등 교류 범위와 방법의 확대를 원하는 고령 이산가족들의 목소리가 애절하다. 남북 정상도 이런 점을 감안 해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이산가족 문제를 직접 언급했었다. /금강산=공동취재단·정영현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