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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시간 맞추려고 '가짜 근무장부'까지 쓰는 공장노동자들

주 52시간 앞둔 300인 이상 사업장들

휴식시간 임의배분하고 각종 수당까지

52시간 포장 아래 60시간 근무 여전

"획일적 규제 대신 연착륙 지침 필요"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19일 오후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조창익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과 면담하고 있다./연합뉴스




주52시간근무제를 의식해 공장노동자들이 ‘가짜 근무일지’까지 만드는 사례가 나왔다. 일은 그대론데 법정근로시간이 줄자 노동자들이 고육지책을 마련하고 나선 것이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충북 청주의 A제약공장 노동자들은 회사제출용과 실질근무용으로 두 가지 근무일지를 작성하고 있다. 회사에 제출하는 근무일지는 하루 8시간을 준수하는 ‘52시간 맞춤형’다. 반면 노동자들이 수기로 작성하는 실질 근무일지에는 하루 10~12시간을 웃도는 근무시간이 적혀 있다. 작업반장은 초과근무시간만큼 노동자에게 임의로 휴식시간을 주고 있다. 공장 노동자들이 자체적으로 금전적 보상도 없는 유연근무제를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21일 청주 공장에서 본지와 만난 김모씨는 “작업반장이 ‘내일 2시간 늦게 출근하라’, ‘다음 주는 좀 더 쉬게 해 주겠다’고 말하지만 솔직히 못 믿겠다”며 “이제까진 연장근로하면 돈이라도 받았는데 다음 달부턴 불법이라 공짜야근만 할 공산이다”며 한숨을 쉬었다. 같은 공장 근무자 박모씨도 “작업반장이 근무일지를 따로 쓰는 걸 봤다”며 “지금은 괜찮은데 앞으로가 걱정스럽다”고 전했다.

공장들의 이중 근무장부 관행은 전부터 이어져 왔지만 주 52시간 제도가 시행되면서 직격탄을 맞게 됐다. 이전에는 한두 시간이라도 연장근로수당을 주며 잔업을 시킬 수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주 52시간을 넘는 잔업 자체가 불법이 되기 때문이다. 청주에 모여 있는 제약공장 뿐만 아니라 수작업 노동이 많고 노조가 없는 일부 전자·바이오 분야 공장들도 같은 관행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사고사로 사망한 제주도 현장실습생 이민호군도 이중 근무장부를 써 하루 10시간이 넘는 격무를 소화했다.



직원들의 근무시간을 보상하려고 대기수당·지원수당 등 각종 ‘꼼수수당’을 늘리는 사례도 있다. 서울 여의도 소재 외국계 서비스업 B회사는 하루 2시간씩 업무시간을 휴게 시간으로 적는 대신 대기수당을 지급해 직원들의 불만을 달래고 있다. 법정 근로시간과 휴게 시간만 지키면 감독관 감시를 피할 수 있어서다. A회사 사원들과 상담한 이상혁 한국노총법률원 노무사는 “회사가 돈을 떼어먹지 않았으니 다들 그럭저럭 이해하고 넘긴다”면서도 “일을 덜 하고 싶어하거나 위법행위가 불편한 직원들은 여전히 답답함을 호소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학계는 일괄적 52시간 규제가 현장에서 도리어 노동 사각지대를 초래할 수 있다며 구체적인 관리 감독 기준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민아 법무법인 도담 노무사는 “일한 만큼 휴게 시간을 준대도 반드시 그 1.5배 이상 줘야 하고 증거로도 남겨야 한다”며 “임의로 보상을 주는 기간이 길어지면 누락되는 인원이 반드시 생기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박경서 한국인사노무법인 노무사는 “일괄 규제를 적용받는 현재로선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일선에서 탈법으로 노동자가 손해보는 일이 없도록 감독관의 지속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청주=신다은·김경미기자 down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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