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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경쟁이라는 이름의 미망

홍아름 경희대학교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경쟁력 떨어지는 철도사업자

민영화로 돌파구 찾기보단

핵심기술 전략투자 우선돼야

홍아름 경희대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남북 경제협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대한민국의 철도 산업 역시 큰 변화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그 와중에 코레일과 수서고속철도(SR)의 통합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SR은 운영사 간 경쟁 활성화로 서비스를 강화하고 효율성을 높여 철도 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려는 취지에서 코레일에서 분리·설립됐다. 이제 SRT 개통 후 1년6개월이 지났다. 설립 취지대로 철도 산업의 생산성과 서비스 경쟁력이 높아졌는지 점검해볼 시점이다.

공기업 독점체제의 비효율성 때문에 경쟁을 도입하고자 하는 시도는 왕왕 있었다. 지난 1990년대 독점사업자로 운영되고 있던 통신 산업에서 연구·제기됐던 클라크(1940)의 유효경쟁(Effective Competition) 개념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유효경쟁이란 독점사업자만 존재하던 시장에 경쟁을 촉발함으로써 시장 지배력을 없애거나 그 활용을 불가능하게 해 이용자의 편익과 후생을 극대화하는 시장구조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이를 철도 산업에 적용하면 SR과 코레일의 경쟁구조에서 유효경쟁이 가능했는지, 소비자 후생을 높이는 시장이었는지를 검토해야 한다. 철도 서비스에서의 요금 경쟁력, 서비스 경쟁력, 다양성과 공공 서비스의 향상이 있었는지 점검해보자.

서비스 측면에서 보면 SR 노선은 대체 불가능한 알짜 노선이다. SRT를 놓치면 그 시간대에 다른 교통수단(고속버스·비행기 등)으로 전환이 불가능하다. 역사 선정에 있어서도 민자화를 위해 서비스 수요예측치가 반영돼 있다. 수요가 몰리는 지역에만 노선을 배치한 것이다.

반면 코레일이 운영하는 화물철도 및 산간지역 노선은 매년 적자 폭이 크다. 하지만 코레일은 서비스의 다양성과 공공성의 관점으로 적자 노선이나 다양한 화물열차를 운행한다. 이용자의 부담 능력, 편익 정도, 사회·지역적 특수성을 고려해 운영원칙이 정해지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SR과 코레일의 사업환경에 있어 형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도 유효경쟁 조건이 성립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운임체계를 살펴보자. 현행 철도 운임 산정 기준은 SR 노선의 운임에 대해 KTX의 동일거리 노선(출발역만 용산·수서역으로 다르고 종착역은 같음) 대비 10~15% 정도 낮게 책정하도록 하고 있다. 철도 운임과 관련한 기준은 ‘철도사업법’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 시행령’ ‘공공요금 산정 기준’에 의거한다. SRT 운임이 KTX에 비해 적은 것은 관련 법령에서 그렇게 정했기 때문이지 코레일과의 경쟁에 따른 결과가 아니다.

북미 정상회담 후 이어질 실질적인 남북교류 경제협력 방안의 우선순위에 철도를 통한 교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민국 철도의 경쟁력은 민영화를 통한 가격과 서비스 경쟁구도에서 생겨난 것이 아니다. 플랫폼을 제공하는 사업자와 기존 플랫폼을 이용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 간 형평이 유지되고 자원이 합리적으로 배분되도록 체계를 형성해야 한다.

지금 세계 철도 산업의 관심은 두바이에서 진행되는 시속 1,200㎞의 초고속 진공열차, 하이퍼루프 원(Hyperloop One)에 쏠려 있다. 오는 2030년까지 아부다비에서 두바이까지 1,500㎞(?)를 운행하는 열차의 25%를 자율주행화하려는 대규모 투자도 초미의 관심사이다.

연구를 통한 최첨단 기술혁신에서 철도 경쟁력을 찾아야 한다. 대한민국 철도가 도버해협을 뚫고 달리는 유로스타처럼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 나가기에 충분한 경쟁력이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요구되고 있다.

‘민영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라는 미망(迷妄)에서 벗어나야 한다. 철도사업자의 독점적 지위를 통한 가격과 서비스 경쟁력 저하는 법과 정책으로 관리하자. 핵심기술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바탕으로 4차 산업혁명이 불러온 미래 기술을 현실에 구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학문적인 관점으로 보면 철도 산업에서의 소비자 후생 증대는 유효경쟁 시장이 가능한 요소를 고려해가면서 통합 논의를 통해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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