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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Market] 규모의 경제 필요한 바이오 산업

김흥열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장

글로벌 진출 초입 도달했지만

59%가 50인 이하 '영세기업'

개방형 혁신·M&A 규제 완화로

기업 성장 돕는 매개체 양성 필요





신약 개발에는 평균 10년을 웃도는 오랜 기간과 조(兆) 단위를 훌쩍 넘는 천문학적 비용이 투자된다. 이러한 분석도 과학 기반을 확충한 후의 신약후보물질 발굴과 임상 통과에 요구되는 시간과 비용을 추산한 것일 뿐이다. 최근 자료에 따르면 신약 개발을 위해 타깃을 확립하는 데만도 약 25년이 소요되고 첫 번째 임상시험까지는 28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까지는 36년이 걸린다고 한다. 바이오 분야에서 추격형 전략이 잘 먹혀들지 않는 것도 장기간의 과학연구활동이 사업화와 연계되는 ‘죽음의 계곡’을 넘어서는 메커니즘에 대한 학습의 어려움 때문이다.

이달 초 열린 ‘2018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을 참관하러 온 국내 바이오 분야 산학연 전문가들은 ‘코리안 나이트’ 행사에서 세계 제1의 바이오 클러스터인 보스턴의 성공 비결에 대해 토론을 했다. 한 강연자는 보스턴 생태계의 ‘알려진 비밀과 숨겨진 비밀’을 언급하며 과학 사업화 매개조직의 숨은 역할을 소개했다. ‘과학 사업화 매개조직’은 생태계를 이루는 주요 혁신주체와 제도·혁신기관 또는 프로세스 전반에서 상호 간의 성과를 연결하고 중개하며 성과를 관리하기 위해 공식·비공식적으로 연계를 촉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과학 사업화 매개조직으로는 대학 기술이전실(TLO)을 비롯해 △전문 서비스 회사 △네트워킹·연계·지원조직 △보육센터·액셀러레이터·공동작업공간 △금융기관(벤처캐피털·공적금융·엔젤금융·크라우드소싱 등) 등이 대표적이다. 보스턴 클러스터에는 이러한 매개조직들이 집적해 창업을 촉진함은 물론 스타트업들로서는 자체적으로 얻기 어려운 전문적인 서비스와 장비·자원을 제공함으로써 과학적 발견과 사업화의 간극을 메꿔주고 있다.

이러한 매개조직이 국내에 부족하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최근 바이오벤처 창업 건수가 기록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나 여전히 기업들은 초기 단계의 자금지원이나 연구인력·창업공간 확보 등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그런데 연구개발(R&D) 성과를 활용한 창업 단계에 머물던 시선을 전방으로 이동시킬 필요성을 새로이 지적하고 싶다. 즉 창업의 물꼬가 트였으니 이제 다음 단계로 영세한 우리 기업의 체질을 개선해 규모를 키우고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시책이 좀 더 강조될 시점에 이르렀다는 판단이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 자료에 따르면 이미 창업 후 10년을 넘은 기업들이 점차 바이오 기업의 절반을 넘어서서 주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지난 2016년 기준 창업 이후 10~20년 범위에 있는 바이오 기업의 비중은 51.4%로 전체 중소기업 평균(44.7%)보다 더 높다. 창업 후 20년 이상의 업력을 가진 기업은 전체 중소기업이 16.8%인 데 비해 바이오 기업은 5.8%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대조된다. 즉 최근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바이오 기업들은 2000년을 전후해서 창업해 장기간에 걸쳐 혹독한 시장 검증을 통과했으며 이제는 주식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하는 동시에 글로벌 진출 초입에 도달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기업들의 영세성은 주요 개선과제로 남아 있다. 2015년 기준으로 바이오 기업의 약 59%가 50인 이하의 기업이다. 일반 제조업 평균(48%)에 비해 다소 높다. 최근 바이오 기업들이 영업이익률이 호전되고 자본력과 투자 여력이 확보되면서 인수합병(M&A)과 지분투자 사례가 생겨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제한적이다. 점차 협소한 내수시장의 한계를 넘어 글로벌화를 촉진하고자 하는 시점에 다다르고 있어 기업 규모화를 위한 정책이 더욱 필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부는 바이오경제 구현의 씨앗이 될 실험실 창업기업을 오는 2022년까지 500개 창출하기로 했다. 이러한 노력들과 더불어 바이오 분야에서 토종 글로벌 대기업을 창출하기 위한 보다 체계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이를 위해 오픈 이노베이션이나 M&A를 가로막는 관행·제도를 혁파하고 기업 성장을 지원하는 전문 매개주체들을 적극 양성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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