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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록의 '올드보이'들, 스마트보청기로 스타트업 창업에 나서다

더열림의 유정기, 조동현 대표
40대 후반의 나이로 창업 시작
팬텍·동국제강 등에서 경력 쌓아
다른 구성원도 40대 베테랑 기술자
스마트보청기 통해 가격구조 개선하고
헬스케어 장비로 사회적 가치 구현하고파

  • 심우일 기자
  • 2018-06-24 22:22:03
  • 기업
관록의 '올드보이'들, 스마트보청기로 스타트업 창업에 나서다

벤저민 F. 존스(Benjamin F. Jones) 미국 노스웨스턴대 켈로그 경영대학원 교수는 지난달 7일 온라인 매체 ‘더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에 ‘가장 성공적인 창업가들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나이가 많다’는 제목의 연구결과를 기고했다. 요지는 미국에서 가장 성장률이 높은 상위 0.1% 기업의 창업자들이 평균 45세에 사업을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존스 교수는 “경험이 많은 창업자일수록 더 많은 전문지식과 금융자원, 소셜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통 스타트업은 청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지기 마련이다. 신선한 아이디어와 신기술에 대한 익숙함이 스타트업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한 조건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한국스타트업생태계포럼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 창업가의 평균 연령은 35.8세다. 그러나 존스 교수가 지적했듯, 40~50대는 스타트업을 시작하기 가장 최적의 연령대일지도 모른다. 직장에서 각종 커리어와 관록을 쌓아온 40~50대 창업가들은 스타트업 업계에서 위력을 발휘하기에 충분하다.

스마트보청기를 만드는 업체인 더열림의 유정기(49·사진 왼쪽), 조동현(49·사진 오른쪽) 대표는 스타트업 업계에서 보면 분명 ‘올드보이’다. 그러나 더열림은 2015년 창업한 이후 3년 만에 벤처기업인증을 획득하고 상품 사업화에도 성공하며 지지기반을 다져가고 있다. 두 대표는 24일 서울 문정동 한 카페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지금 상황을 설명한다면 계속 물통을 채우며 멀리 있는 오아시스를 찾아가고 있는 과정”이라면서도 “현재 하는 스마트보청기 사업을 계기로 헬스케어 장비 전반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이후 전세계 보청기 시장에서 5~10%의 점유율을 가져가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더열림의 스마트보청기를 간단히 설명하면 ‘스마트폰에 연동하는 디지털 보청기’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사용자 스스로 디지털 보청기를 청각에 맞도록 설계한 게 특징이다. 유 대표는 “기존의 디지털 보청기는 사용자가 직접 대리점에 가서 청각사가 피팅(fitting)을 해줘야 이용이 가능해 불편함이 많았다”며 “이러다보니 유통마진이 20배에 달하는 등 소비자 입장에서 비합리적인 가격구조가 형성될 수밖에 없었다”고 개발 동기를 설명했다. 스마트보청기는 현재 사업화가 완료돼 판매가 진행중이다.

더열림을 처음 창업한 건 유 대표다. 그는 ‘SKY’라는 휴대폰 브랜드로 유명한 팬텍 출신이다. 팬텍의 원조인 현대전자에서부터 시작해 큐리텔 분사, 팬텍으로의 합병까지 모두 경험하면서 휴대폰 개발에서 내공을 키웠다. 이후엔 반도체 솔루션 업체인 멜파스에서 하드웨어 부문장을 역임했다. 그러다 멜파스에서 신사업 부문을 맡으면서 스마트보청기 사업에 첫발을 들였다. 유 대표는 “멜파스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필요없는 사업부를 구조조정했는데, 이때 스마트보청기 사업까지 없어지면 아까울 거란 생각이 들었다”며 “스마트보청기 분야를 따로 갖고 오면서 창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휴대폰 개발자였던 유 대표가 스마트보청기 쪽으로 창업을 시작한 건 ‘사람들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사업을 하고 싶어서였다. 그는 “대학생 시절 휴대폰과 통신기술이 개발되는 걸 보면서 ‘이게 세상을 바꿀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해 휴대폰 개발자로 일했다. 그러나 막상 휴대폰이 있다고 사람들이 행복을 느끼는 건 아니였다”며 “저는 어렸을 때부터 ‘내 기술로 사람들에게 행복을 줘야겠다’고 생각해 과학자를 꿈꿔왔다. 그래서 휴대폰 대신 사람들을 더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기술이 뭔가 고민한 결과 의료기기 쪽을 계속 밀고 나가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얘기했다.

조 대표가 그런 유 대표와 같이 일하게 된 건 2017년 1월. 그는 투자, 신사업부문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다. 현대그룹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그는 KTB네트워크를 거쳐 동국제강 전략기획실에 근무했다. 이후 동국제강의 계열사인 DK유아이엘의 신규사업팀에서 일하면서 유 대표와 비즈니스 관계를 맺은 게 인연이 돼 더열림에 합류했다. 유 대표는 “제가 엔지니어라서 영업, 투자, 전략기획 쪽에서 부족함을 많이 느껴 더 큰 업체의 고객이었던 조 대표님에게 사업을 같이 하자고 제안한 게 시작이었다”고 말했다.

조 대표가 유 대표의 제안을 받아들인 이유는 사업모델이 설득력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4가지의 혁신이 가능하다”며 “우선 셀프 청력측정을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편의성을 높인 데에서 시작한다”고 소개했다. 이어 “대리점을 거치지 않다 보니 저렴한 가격에 고품질의 상품을 내놓을 수 있고, 인터넷이나 홈쇼핑 등으로 유통채널을 다각화할 수 있다”며 “가격경쟁력이 생기다보니 중남미같이 보청기 공급이 저조한 곳을 집중 공략해 해외진출도 도모할 수 있다”고 풀이했다. 아울러 조 대표는 “이를 통해 2022년엔 최소 350억원 이상의 매출을 내 코스닥 기업공개(IPO)까지 갈 생각”이라며 포부를 내보였다.

조 대표가 이같이 자신감을 내세우는 근거는 기술력이다. 더열림의 임직원은 6명이지만, 유 대표를 포함한 4명이 현대전자와 팬텍에서 경력을 쌓았으며, 1명은 삼성전자에서 개발자로 일했다. 팬텍에서 온 구성원들 중엔 유 대표와 현대전자 시절부터 인연을 쌓아온 사람들이 많다. 이에 대해 조 대표는 “저희 직원 평균 연령이 45세보다 높다”고 웃으며 소개했다. 이는 업력 3년에 불과한데도 즉각적인 사업화가 가능했던 배경이다. 유 대표는 “저희 구성원들이 다 관록이 있다 보니 개발상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두 사람이 스마트보청기 사업을 통해 최종적으로 원하는 것은 국내 헬스케어 장비 제조업의 부흥이다. 조 대표는 “우리나라는 뛰어난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갖고 있음에도 유독 국내 보청기 시장에선 90% 이상을 외국 기업에 내주고 있어 이상하다고 느꼈다”며 “한국에서 헬스케어 장비를 사업화하면 국내의 부도 증진하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국내 난청인 대비 보청기 보급률이 7.5%밖에 안되는데, 가격경쟁력을 더 확보해 필요한 사람들이 보청기를 쓸 수 있도록 도모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며 기술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싶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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