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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_창업을_응원해] "미국서 대기업 다닐 기회 포기하고 감태 선택했죠"

감태 브랜드 ‘바다숲’ 만든 송원식품 송주현 대표
감태 명인 아버지에게서 가업 물려받아 지금의 송원식품 창업
재래시장에 벌크로 납품했던 감태, 이제는 미슐랭 식당 식탁에..."백화점·호텔도 러브콜"

  • 변수연 기자
  • 2018-06-25 12:02:25
  • 생활
‘모양은 매산태(매생이)를 닮았으나 다소 거칠고, 길이는 수 자 정도이다. 맛이 달고 갯벌에서 초겨울에 나기 시작한다.’

송주현(40) 송원식품 대표는 감태에 대해 설명하며 이 문장을 조금의 쉼 없이 줄줄 외웠다. 송 대표는 “다산 정약용의 형인 정약전은 유배 중이던 1814년 집필한 해양생물학서 ‘자산어보’에서 감태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어요. 감태를 이보다 더 간결하게 표현한 문장이 없다고 생각해 항상 외우고 다녀요”라며 감태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녀의_창업을_응원해] '미국서 대기업 다닐 기회 포기하고 감태 선택했죠'
송주현 송원식품 대표가 감태밭에서 직접 감태를 채취하고 있다./사진제공=송원식품

송원식품은 30년 넘게 감태를 일구어 온 감태 명인인 아버지 송철수 명인으로부터 시작했다. 이후 2014년 1월 송 대표가 남동생인 송원태(39)씨와 함께 가업을 물려받으며 지금의 송원식품이 탄생했다. 현재 ‘바다숲’ 이라는 브랜드로 감태 가공품과 뱅어 가공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주력 제품으로는 구운감태, 생감태, 볶은감태 3가지 감태 가공품이 있으며 감태에 대한 발명특허, HACCP 인증 가공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송 남매가 회사를 물려받자 아버지가 회사를 운영하던 시절과는 180도 달라졌다. 송 대표는 “거의 창업이나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그녀의_창업을_응원해] '미국서 대기업 다닐 기회 포기하고 감태 선택했죠'
송 대표의 아버지인 송철수 감태 명인./사진제공=송원식품

“청정 갯벌에서만 자라는 감태는 성장 조건이 까다로워 양식이 어렵습니다. 12월부터 3월 가장 추울 때 손으로 하나하나 채취하고 세척, 말리기 모두 수작업으로 진행되는 귀한 먹거리입니다. 칼슘, 철 미네랄 등도 풍부합니다. 이런 감태가 브랜드 하나 없이 재래시장에서 벌크로 넘겨지는 것이 항상 아쉬웠습니다.” 송 대표는 회사를 물려받기로 결정했던 때를 떠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송 대표의 표현에 의하면 물려받을 당시 회사 매출은 ‘0원’에 가까웠다고 한다. 감태 인지도가 높지 않았을 뿐더러 고정적인 유통처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SW 엔지니어, 구글 버리고 ‘감태’ 선택하다

송 대표가 처음부터 아버지의 가업을 물려받으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아버지의 감태 생산·판매 방식을 바꿔보고 싶다’는 생각 정도였다.

모토로라에서 휴대폰 단말기 SW엔지니어로 10년 넘게 일했던 송 대표에게 어느 날 ‘운명의 순간’이 다가왔다. 2011년 구글이 모토로라 인수 의사를 밝힌 것이다. 모토로라 내에 있던 사람들에게는 두 가지 옵션이 주어졌다. 미국으로 건너가 구글 자회사가 된 모토로라에 입사 하는 것과 퇴직금을 받아 퇴직하는 것 두 가지였다. 송 대표는 “ 당시 많은 엔지니어들이 좋은 조건에 미국으로 건너 갔고 저도 갈등을 많이 했습니다만 결국 감태를 선택했습니다.”

송 대표가 10년 넘게 일하고 받은 퇴직금에 부모님의 노후 대비 자금을 합하니 수억원 정도가 마련됐다. 충분한 금액은 아니었다.

송 대표는 “당시 ‘감태는 좋은 식재료니까 예쁘게 보여서 그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란 생각 뿐이었습니다. 국내 유일의 해썹(HACCP) 인증을 받은 공장을 갖추고, ‘바다숲’ 브랜드를 구축해 나가기 위해 패키징 작업을 진행하니 밑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처럼 금세 돈을 다 써버렸어요. 수억원이 1년 만에 없어지더라고요. 하지만 잘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 전까지 제대로 된 제조업체에서 나온 감태가 하나도 없었는데 이제 우리 바다숲은 백화점이나 해외에 수출할 수 있는 퀄리티를 갖춘 유일한 브랜드가 됐으니까요.”

[#그녀의_창업을_응원해] '미국서 대기업 다닐 기회 포기하고 감태 선택했죠'
바다숲에서 판매중인 대표 제품들. 구운감태, 볶은감태, 생감태, 구이김, 양념뱅어포로 구성됐다./사진제공=송원식품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백화점·호텔이 주요 거래처…홍콩·폴란드 등 해외 수출도 속속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 송 대표가 ‘바다숲’이라고 이름 붙여주고 애지중지 키우자 점차 많은 사람들이 이를 알아봐주기 시작했다.

“사업 초기에 고문서를 뒤져 감태의 역사를 찾아내고 감태의 영양학적 효능을 분석한 논문을 보고 중요한 내용을 모두 블로그에 올리며 감태를 알리기 시작했어요. 이후 TV 등 매스컴에서 감태를 다루면서 최근 3년동안 시장이 형성됐습니다.” 온라인에 개별 생산자들이 판매하는 감태들도 눈에 띄기 늘었다.

이제 그의 ‘바다숲’ 감태는 다양한 곳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눈에 띄는 곳이 바로 국내외 미슐랭 레스토랑들이다. 바다숲 감태를 납품 받았거나 납품 진행 중인 레스토랑은 미국의 미슐랭 3스타 ‘베누(Benu)’, 벨기에의 2스타 레스토랑 ‘L’air du temps(래르 뒤 탕)‘이 있으며 국내에는 ’밍글스(1스타)‘, ’정식당(2스타)‘ 등이 있다.

식자재 납품 채널은 매출 비중은 작지만 송 대표는 유독 심혈을 더 기울이고 있는 채널이다.

“아직 감태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분들이 다양한 형태로 감태를 맛보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저도 모르는 감태 활용 방법을 발견해주시는 셰프님들께 감사할 따름입니다.”

송 대표는 뉴요커 사이서 핫한 레스토랑으로 떠오른 ‘오이지(Oiji)’의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라 온 요리 사진을 직접 찾아 보여주며 “제가 만든 감태가 이렇게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요리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절 즐겁게 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녀의_창업을_응원해] '미국서 대기업 다닐 기회 포기하고 감태 선택했죠'
뉴욕의 ‘Oiji(오이지)’에서 지난해 ‘바다숲’ 감태를 활용해 선보인 요리./사진=바다숲 인스타그램 계정 캡쳐

감태의 ‘생소한 매력’은 송 대표의 수고를 덜어주기도 한다.

“수출길을 뚫어보고자 충남도청, 서산시청을 비롯해 aT, 코트라의 문을 두드릴 때마다 감태의 매력을 느껴요. 제가 만약 흔한 김을 들고 갔으면 기관에서 적극적으로 도와주지 않았을 텐데 처음 보는 감태에 호기심을 느끼고 보다 적극적으로 도와주시려고 합니다.”

심혈을 기울여 만든 감태 ‘레시피 북’도 사실 감태 역할이 컸다는 게 송 대표의 자평이다. “레시피 북 하나를 만드는 데 3,000만원이 든대요. 특히 미슐랭 레스토랑 출신의 유명한 셰프들 일수록 레시피 개발비가 어마어마하고 , 출판비 까지 합치면 엄두도 못내는 비용이에요. 그런데 셰프님들이 감태의 식재료서의 매력 하나만 보고 감태 30봉만 받고 기꺼이 레시피 개발에 나서주셨어요. 심지어 인터뷰 영상도 찍어주셔서 유튜브에 올리고 바이어들을 만날 때마다 설명 자료로 활용하고 있어요.”

그리고 백화점이나 호텔 등에서 선물 세트로 납품하는 것도 신경을 쓰고 있다. 감태가 ‘프리미엄 식재료’라는 것을 소비자들에게 인식시키기 위해서다.

◇내년은 ‘턴 어라운드의 해’…회사 확대·신제품 개발 등 과제 산더미

2014년 1월 창업해 이번달까지 꼭 4년 반이 지났다.

송 대표는 매출이 0원이나 다름없었던 회사를 6억 5,000만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회사로 탈바꿈시켰고, 감태를 미슐랭 스타 셰프들이 찾는 고급 식재료로 바꾸어 놓았다. 하지만 송 대표는 아직 해결할 과제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고 말한다.

“내년에 손익분기점인 매출 10억원을 달성하기 위해 미친듯이 영업 중입니다. 국내 뿐 아니라 해외까지 유통처를 많이 확보했지만 개별 매출을 보면 아직도 볼륨이 많이 작습니다. 감태를 더 많이 알려서 고정 매출을 크게 늘리고 안정적으로 수익이 확보되면 공장의 자동화율을 높이는 방안을 생각 중입니다. 공장 자체는 해썹 인증을 받았지만 모든 프로세스가 기계가 아닌 사람 손으로 이뤄지다보니 아직까지 품질에 대해 100% 확신을 못 하겠더라구요. 호텔 등 프리미엄 채널은 신뢰도가 생명입니다. 조금이라도 감태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면 저희 회사는 물론이고 감태 시장 전체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공장의 자동화는 이미 송 대표의 아버지인 송 명인이 수년동안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그래서 송 대표에게는 꼭 해결하고 싶은 ‘숙제’로 남았다.

회사의 외연 확대 뿐 아니라 회사 안에서 하고 싶은 것에 대한 아이디어도 철철 넘쳤다.

그녀는 김이 들어간 모든 식품에서 김을 대체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며 ‘말차’ 자리도 넘보고 있었다. 감태 분말을 초록색을 내는 색소로 쓴 ‘감태 디저트’를 꿈꾸고 있었다. 빵집에 ‘말차 브레드’가 아닌 ‘감태 브레드’가 깔리는 게 송 대표의 바람이다. 송 대표는 조만간 제주도에 감태 아이스크림을 만들 수 있는 업체와 미팅하러 내려갈 예정이다.

감태 디저트에 이어 ‘감태 플래그십 스토어’까지 통통 튀는 아이디어가 인터뷰 말미까지 쏟아졌다.

“감태 유통에만 그치지 않고 사람들이 감태를 직접 체험시키는 공간을 조성하고 싶습니다. 감태를 콘셉트로 한 공간을 꾸며 감태 요리, 디저트 등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습니다.” 국내 최초의 감태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 행사 초청이 기다려졌다.
/변수연기자 div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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