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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술탄





10세기 들어 중동의 맹주인 아바스왕조가 칼리프 계승 문제로 약해지자 아랍인과 이란인·튀르크인 간의 전쟁이 끊이지 않았다. 이때 사만왕조에서 벼슬을 한 튀르크계 노예 출신 알프티긴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세운 이슬람 국가가 가즈나왕조다. 962년 건국 이후 1186년까지 200년 이상 지속된 가즈나왕조가 전성기를 누린 것은 마흐무드 재임 때다. 998년 왕위에 오른 마흐무드는 단련된 기병대를 앞세워 주변을 정복해나갔다. 사만왕조로부터의 완전한 독립을 쟁취한 그는 이후 10여차례에 걸쳐 인도 정벌에 나서기도 했다. 이를 통해 가즈나왕조는 카스피해에서 아프가니스탄, 인도에 이르는 광대한 왕국을 건설했다. 바그다드의 아바스 칼리프는 이런 마흐무드에게 ‘술탄’ 칭호를 내렸다. 원래 이슬람 경전 코란에서 종교적 권위를 가진 통치자의 의미로 쓰였던 술탄이 실질적인 지방 통치권의 의미로 쓰인 것은 마흐무드 때가 처음이다.

술탄이 이슬람제국 최고 통치자의 의미로 사용된 것은 오스만튀르크제국의 3대 술탄인 무라드 1세(재위 1360~1389년) 때다. 그전까지는 칼리프가 명분상으로라도 술탄을 임명하는 무슬림 최고 존엄성을 상징했으나 무라드 1세 이후 오스만 술탄들이 칼리프 칭호까지 같이 사용했다. 이후 30명의 술탄이 오스만튀르크의 최고 권위를 행사하며 제국을 통치했다. 술탄 제도가 폐지된 것은 1922년 터키의 국부 케말 파샤가 권력을 잡으면서부터다. 케말 파샤는 유럽의 병자였던 터키를 근대국가로 변신시키기 위해 술탄·칼리프제를 폐지하고 종교의 정치 간섭을 불허하는 세속주의를 채택하게 된다.



거의 100년 전 사라졌던 술탄이 최근 터키에서 부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개헌 이후 실시된 대선과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21세기 술탄’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이슬람주의를 전면에 내세운 에르도안 대통령은 의회해산권과 국가비상사태 선포권 등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장기 집권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그런데 역사를 살펴보면 통치자가 얼마나 많은 권력을 쥐느냐보다는 국민들을 위해 얼마나 잘 행사하느냐가 중요하다. 절대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하는 법이니 말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앞날이 어떻게 될지는 전적으로 권력을 어떻게 행사할지에 달려 있다.
/오철수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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