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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 vs 실수' 금리조작 진실게임…금융위-금감원 갈등 비화하나

[금리조작 의혹에 곤욕 치르는 은행권]

금감원 "직원 실수론 일어날 수 없어, 은행 미필적 고의"

금융위 "직원 일탈로 벌인 내규 위반 사항…제재 어려워"

논란 검증도 안됐는데…시민단체는 집단 소송 움직임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25일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 대회의실에서 ‘가계부채관리 점검회의’를 열고 모두발언을 하자 참석한 은행장들이 굳은 표정으로 듣고 있다. /사진제공=금융위원회




은행들이 담보와 연봉을 누락한 채 대출금리를 과다하게 부당 산정했다는 이른바 ‘금리조작’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금융당국의 두 축인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이번 사건의 핵심인 고의성 여부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감사원 감사 청구와 집단소송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채용비리 의혹에 이어 올 하반기 금리조작 의혹이 은행권을 다시 한번 뒤흔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우선 사건의 실체를 두고 금융위와 금감원이 사실상 진실게임에 돌입했다. 금감원은 지난 21일 은행 금리체계 검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번 사건에 은행 본점이 직접 개입해 고의적으로 금리를 조작했는지는 검사를 더 진행해봐야 알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일단 고의적 금리조작의 가능성도 열어둔 셈이다.



하지만 이튿날인 22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대출 창구에서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기관(은행) 제재는 어렵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지점에서 실수로 벌어진 일을 은행 본점까지 확대해 일을 키울 생각은 없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피력한 것이다. 금융위 내부에서도 “창구 직원의 과실을 금감원이 부풀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그러자 금감원은 24일 검사에서 밝혀낸 부당 금리 부과 사례가 수천 건에 이른다고 언론보도를 통해 간접 공개했다. 은행 지점 1~2곳에서 단순 실수로 이 정도 금리 결함이 일어났다고 생각하기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적어도 은행 금리 결정 시스템에 문제가 있고 이를 방치한 은행에도 최소한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는 결과다.



이처럼 금리조작 의혹의 여파가 커지자 최 위원장은 25일 곱씹어볼 만한 대목이 있는 발언을 내놓았다. 그는 이날 가계부채관리점검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이번 사건은 은행들이 (금리 산정) 내규를 위반한 사안인데 그 위반에 고의성과 반복성이 있는지를 살펴 은행별로 (임직원 제재 등) 적절한 조치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선 제도적 측면에서 보면 금융위가 마련해 운영하고 있는 금리 산정 내규(모범규준)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이를 위반한 은행들에 귀책사유가 있는 것이고 이마저도 은행의 조직적 개입이 아닌 임직원의 일탈이어서 은행 감독 시스템의 문제는 아니라고 선을 그은 것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건이 금리조작으로 결론이 나면 은행 감독의 최종 책임을 지는 금융위가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단순 실수라면 금감원이 진실을 호도한 것이고 조작이면 금융위가 은행 관리를 제대로 못한 것이기 때문에 양측이 최종 검사 결과를 두고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은행권에서는 금감원이 고의성 여부도 확인되지 않은 사안을 섣불리 공개해 결과적으로 은행 신뢰를 떨어트린 것은 물론 경영 전반에 불확실성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이 금리를 조작했다면 누군가 최초 모의를 하고 전산개발 등 공모자들이 있고 많은 관련자들이 연루돼 있을 텐데 지금까지 비밀이 유지돼왔다는 것이냐. 현실적으로 가능한 얘기인가”라며 반문한 뒤 “금감원도 은행 검사를 그렇게 많이 나왔는데 발견하지 못했다면 지금까지 직무를 유기한 게 아니냐”고도 했다. 더구나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태처럼 금감원이 설익은 내용을 발표하면서 오히려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공격의 빌미만 제공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금융시민단체인 금융소비자보호원은 이날 은행들을 상대로 대규모 소비자 공동 소송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금리조작 은행이 밝혀질 경우 대형 소송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금소원은 “청와대와 감사원·공정거래위원회 등이 나서 즉각 은행들의 전면적인 금리운용 시스템을 검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은행들은 채용비리 의혹에 이어 ‘금리조작’으로 또다시 은행들이 곤욕을 치르는 게 아니냐며 촉각을 세우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거의 매일 금감원 검사를 받고 있는 것 같다”며 “일은 언제 하느냐”고 호소했다.
/서일범·김기혁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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