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종목 시세보기

서울경제

HOME  >  경제 · 금융  >  정책·세금

[뒷북경제]진에어 면허 취소 결정 미룬 국토부...왜?

'불법 등기이사' 조현민...'면허 결격' 사유는 맞지만
이미 등기이사서 제외된 상황이라 추가 검토 필요
공무원 3명 수사 의뢰...2013년 담당자들은 제외돼
'조양호 회장 겨냥' 항공사 대표 자격 강화도 추진

[뒷북경제]진에어 면허 취소 결정 미룬 국토부...왜?

국토교통부가 진에어의 면허 취소 결정을 연기했습니다.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국적 항공사인 진에어에 불법으로 이사 등기를 한 것은 면허 결격사유에는 해당하지만, 이미 조 전 전무가 등기이사에서 제외된 상황이라 법리적 검토가 더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인데요. 여기에 ‘갑질’ 오너 일가에 대한 성난 여론을 잠재워야 하는데다 면허 취소로 대량 실직사태도 우려돼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는 모습입니다.

김정렬 국토부 2차관은 지난 29일 세종정부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진에어 처리 방안을 검토하기 위한 청문 절차와 주주·근로자 등 이해관계자 의견청취, 면허자문회의 등 관련 절차를 더 진행하고서 최종 결론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당초 국토부는 이날 진에어에 대한 처분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하며 출입기자들에게 보도유예(엠바고)까지 걸었지만 김 차관의 발표 내용에는 ‘연기한다’는 메시지 외에 뚜렷한 결론은 없었습니다. 청문 등 절차를 모두 마치는 데는 2개월여가 소요될 것으로 국토부는 보고 있습니다.

◇‘물컵 갑질’의 나비효과...‘성난 여론’과 ‘대량 실직’ 사이서 고심하는 국토부=조 전 전무의 ‘물컵 갑질’이 국민들에게 알려지면서 한진그룹 오너 일가에 대한 정부와 사정 당국의 전방위적인 조사가 진행 중입니다. 그 중 하나가 조 전 전무가 외국인 신분으로 국적 항공사의 등기이사로 활동했다는 점입니다. 항공법령은 국가기간산업인 항공업을 보호하기 위해 외국인이 국적 항공사의 임원이 되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며, 위반 시 면허를 취소하게 돼 있습니다.

하지만 국토부는 진에어의 면허를 취소하면 1,900명에 달하는 진에어 임직원들이 직장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이 크게 걸렸던 모양입니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고 있는데, 대량 실직이 발생할 사안을 결정하는 것이 부담스럽겠죠. 김 차관도 “세계적으로 항공사의 면허를 취소한 사례가 매우 드물고 항공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심대하기 때문에 공개적인 프로세스를 진행해 최종적인 결론을 내드리겠다”고 말했습니다. 대한항공 노동조합도 성명을 통해 진에어의 면허취소를 조 회장 일가 갑질 처벌의 연장선에서 검토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습니다. 노조는 성명에서 “면허 취소 카드를 총수 일가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고 직원 피해를 뒷전으로 미룬다면 적폐청산의 대의명분에 의심이 갈 수 밖에 없다”며 “진에어에 대한 징계 결과로 인해 직원들이 피해를 입어서는 절대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국토부는 이해관계자 의견청취 등의 향후 절차 진행과정에서 진에어 근로자들과 주주들의 우려를 충분히 수렴한다는 방침입니다.

[뒷북경제]진에어 면허 취소 결정 미룬 국토부...왜?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의 국내선 계류장에 진에어 여객기가 착륙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문 절차 등에서의 두 가지 쟁점=앞으로 진행될 절차에서 큰 쟁점은 두 가지입니다. 우선 이미 조 전 전무가 등기이사에서 제외된 상황인데 면허 취소를 소급 적용할 수 있느냐 여부입니다. 국토부는 당초 법 취지대로 진에어의 면허를 취소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해 왔습니다. 실제로 국토부는 세 곳의 법무법인에 법률 자문을 의뢰했는데, 두 곳은 면허취소가 가능하다고 답했고 한 곳은 면허를 취소하면 과잉행정으로 위헌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법률 검토에서는 일단 면허 취소가 우세했지만 국토부는 공개적으로 이 문제를 더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입니다. 김 차관은 “비공개로 (국토부가) 마무리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이 있었다. 법령에서 회사와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청취하게 돼 있기 때문에 절차 개시를 공개적으로 하는 게 정확한 해법이라고 봤다”면서 “지금까지 탐지된 사항을 바탕으로 법리 검토를 더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쟁점은 조 전 전무가 진에어를 실제로 지배했는지 여부입니다. 현행법에서 외국인이 항공사의 주식을 2분의 1이상 소유하거나 실제로 경영에 참여해서 영향력을 행사해야 면허취소 대상이 된다고 돼 있습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진에어에 9차례 이사회 회의록 자료를 받았는데 그것을 가지고는 조 전 전무가 회사를 실제로 지배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며 “그와 관련된 자료를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공무원 징계 방침 내놨지만 가시지 않는 ‘찜찜함’= 국토부는 이러한 상황을 방치한 현직 공무원 3명에 대해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습니다. 진에어에 대한 면허취소 검토가 알려지자 ‘이를 수수방관한 국토부도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는 비난 여론이 제기된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됩니다.

문제는 2013년과 2016년 수차례 진에어 면허 변경 신청이 이뤄졌는데 2016년 당시 담당자들만 검찰의 수사 의뢰를 받게 됐다는 점입니다. 상식적으로도 2013년 조 전 전무가 처음으로 진에어의 등기이사가 될 때 잡아내지 못한 담당자의 잘못이 더 커 보이는 데도 말이죠. 이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공소시효 때문입니다. 김종학 국토부 감사담당관은 “최초 언론보도가 된 게 경향신문의 올해 4월16일자인데, 이때를 기준으로 하면 공소시효가 완성됐기 때문에 이 사람들은 수사 의뢰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현재 국토부는 이들 공무원들이 ‘직무유기’를 했다는 혐의만 잡아냈는데, 진에어와의 유착 관계도 의심할 수밖에 없어 이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 의뢰 3명의 공무원 이외에 과거 담당자들도 수사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항공사 대표 자격 강화 추진...한진 오너 일가 ‘겨냥’=국토부는 재발 방지대책으로 형법·공정거래법·조세범처벌법 등을 위반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사람은 5년 동안 항공사 등기임원이나 대표이사직을 맡지 못하도록 관련 법 개정도 추진할 방침입니다. 기존에는 항공관련법으로 금고 이상 형을 받은 사람에 한해 등기임원에 3년간 취임할 수 없도록 했지만 이를 훨씬 더 강화한 셈이죠. 이러한 조치에 대해서는 사실상 현재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옵니다. 법이 개정될 경우 수백억 원대 상속세 탈루와 자택 공사비 배임횡령, 위장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의혹으로 검찰 소환조사를 받은 조양호 회장이 금고 이상 형을 최종 확정받을 경우 대한항공 대표이사직을 맡을 수 없게 됩니다.

국토부는 이 외에도 대한항공이나 진에어와 같이 ‘갑질’, ‘근로자 폭행’ 등 사회적 논란을 야기하는 항공사에 대해서는 운수권(노선운항권) 배분 시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추진합니다. ‘운수권 배분규칙’에 사회적 기여도(100점 만점에 5점)를 반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항공사의 갑질 근절을 위해 공정거래위원회,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등도 나섭니다. 공정위 주관으로 항공사의 불법·부당 거래를 점검하고, 복지부는 국민연금을 통해 기업·주주가치를 훼손한 기업에 대해 주주권을 행사할 방침입니다. 고용부는 합리적인 노사관계 정립을 위해 ‘직장 내 괴롭힘 근절 종합대책’을 시행할 계획입니다.
/세종=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D

시선집중

ad

이 기사를 공유하세요.

이메일 보내기

보내는 사람

수신 메일 주소

※ 여러명에게 보낼 경우 ‘,’로 구분하세요

메일 제목

전송 취소

메일이 정상적으로 발송되었습니다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