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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에세이] 내시경실 '공장'이 안 되려면

장재영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내시경질관리이사

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소화기질환의 진단과 치료에서는 내시경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생존율이 95%를 웃도는 위암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국내 위암 발생률은 지난 2011년 인구 10만명당 63.8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15년 57.3명으로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매년 3만명 정도 발생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암 중 하나다. 우리나라는 1999년부터 국가암조기검진 사업을 시작하고 2004년 전 국민 5대암(위·간·대장·유방·자궁경부암) 검진 서비스 체계를 구축했다. 수검률도 상승 추세다.

이런 노력으로 2001~2005년 발생자 기준 54%였던 암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은 2011~2015년 발생자에서는 70.7%로 크게 높아졌다. 위암의 5년 생존율도 같은 기간 57.8%에서 75.4%로 향상됐다. 국가암검진 사업으로 조기암 진단이 늘고 암치료 기술이 발전한 덕분이다. 소화기암 분야에서 내시경 검사의 위력과 효과는 너무나 명확하다.

과제도 있다. 내시경 검사는 확률이 매우 낮지만 출혈·천공을 유발할 수 있다. 소독을 제대로 하지 않은 데 따른 감염, 수면내시경 상태에서의 성추행, 낙상 사고 등도 발생하고 있다.

내시경 관련 안전사고는 시설 미비, 의료진의 부주의로 발생할 수 있다. 이를 예방하려면 적절한 내시경의 질(質)관리지침과 지속적인 교육 등이 필요하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은 2009년부터 국가암검진 내시경에 대한 평가를 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은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국립암센터와 함께 내시경실 환경 개선을 위한 질 지표를 개발해 검진기관 평가에 활용하고 있다. 그 결과 내시경실의 인력·설비·과정 등 하드웨어 지표는 많이 개선됐다.



그러나 소독과 인력 유지, 보수 등 소프트웨어 지표는 여전히 개선돼야 할 점이 있다. 첫째, 안전하고 올바른 내시경실 환경 구축에는 적지 않은 돈과 인력이 든다. 예전에는 의사 1명이 1시간에 6명 이상의 위내시경을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1~2명 하기도 힘들다. 내시경 검사를 하기 전 환자 동의서를 받고 병력 청취, 내시경을 하는 이유, 복약 정보, 혈압 등을 확인해야 한다. 내시경 검사 뒤에는 활력징후 체크, 주의사항 설명, 철저한 소독·세척 등 신경 쓸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처럼 내시경실의 질 관리를 위해서는 과거에 비해 많은 시간이 든다. 지금의 검사 건수를 유지하면서 질 높은 검사를 하려면 시설 확충과 인력보강이 필수적이다.

올바른 내시경 환경을 구현하려면 무엇보다 건강보험 수가(酬價·서비스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 의료기관의 질 관리 수준에 맞춰 수가를 차별화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둘째, 정부는 검진기관 감시·평가를 철저히 시행하고 질 관리 향상을 위한 지표 연구개발에 적극 관여해야 한다. 아직도 하루에 소화할 수 있는 내시경 검사 건수를 훨씬 초과해 시행하는 병원들이 있다. 이런 병원의 내시경실은 병을 잘 진단하고 치료하는 공간이 아니라 그날의 ‘건수’를 채우기만 하면 되는 ‘공장’ 역할만 수행한다. 세척·소독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 철저한 감시를 통해 상벌을 명확히 해야 한다. 국민의 건강과 관련된 문제에는 타협이 있을 수 없다.

셋째, 내시경의 질 관리 향상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려는 의료진의 의지가 필요하다. 낮은 수가에도 내시경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눈높이는 선진국 수준이다. 이를 충족시키려면 현실을 반영한 건강보험 수가 책정과 함께 의료진과 의료기관의 의지가 필수적이다. 우리나라 소화기암 분야의 내시경 수준은 세계적인 만큼 이에 걸맞은 안전하고 올바른 의료 환경을 조성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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