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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안보·경제 쌍끌이 먹구름에 대비해야

가계빚·무역전쟁·북핵 불투명,,,

혼돈속 경제, 안보와 겹치면 파국

적폐 몰이보다 野와 소통 힘쓸때

김원식 건국대 경제통상학과 교수





최근 발표된 6월 수출은 500억달러 이상을 연속 4개월 달성하면서 기록상으로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수준이다. 이런 점에서 수출이 우리 경제를 지탱해주니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구조적으로는 반도체와 석유화학 부문만 빼면 모두 심각하게 부진하다. 우리 반도체의 40%를 사가는 중국이 반도체 굴기로 2025년 자급률을 12%에서 70%로 늘린다면 수출대국의 면모는 일순간에 소멸한다고 봐야 한다. 게다가 내수의 핵심지표인 소비와 투자가 동시에 두 달 연속 하락했다. 적어도 30만명 수준을 유지하던 월간 신규 취업자 수가 5월에는 8년 만에 최저인 7만2,000명을 기록했다.

정부는 기업을 압박하면서 근로자의 소득만 올리는 ‘소득주도 성장’도 성장이라고 착각하는 것 같다. 소득주도 성장이 오히려 성장의 싹을 자르고 있다는 것이 실증적으로 입증되고 있음에도 최저임금 인상을 계속 고집하고 주 52시간 근로를 강제한다.

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임금근로자비율(최저임금미만율)은 2016년 기준 7.3%로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 19세 이하는 23.8%, 60세 이상은 14.4%였다. 올해 늘어난 실업자의 상당수는 바로 최저임금 미만을 받는 취약근로계층일 개연성이 높다. 앞으로 또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더 많은 한계근로자들이 실직자로 내몰릴 것이다. 최저임금은 이제 동결해야 한다.

근로시간 단축은 사실상 근로시간을 줄이는 것이라 근로자들의 소득을 감소시킬 수밖에 없다. 이는 최저임금으로 올려놓은 임금을 오히려 깎아먹는 상충된 정책조합이다. 근로시간 감축으로 고용이 늘어난다지만 중간관리직, 기능직 및 단순업무는 자동화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덕분에 기업들은 성과를 유지하면서 인건비를 줄일 수도 있다. 근로자들은 당장 자녀들의 사교육비나 아파트 대출이자를 위해 저녁 시간이나 주말 아르바이트 자리를 알아봐야 할지도 모른다. 근로시간이 줄어드는 대신 근로 강도는 더 높아질 것이다. 여가 시간이 늘어도 잠만 잘 수는 없으므로 가족과 즐기는 비용이 든다. 근로시간이 줄었을 때 마음 놓고 여가를 보낼 수 있는 근로자들은 공공 부문과 대기업의 고소득 정규직밖에 없다. 근로시간 단축은 개별기업의 노사 간 근로계약이 우선되도록 해야 한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우선, 가계부채가 증가하고 있는데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우리도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을 수 없다. 자본시장에서 심각한 자금유출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우리 기준금리는 1.5%로 이미 미국과 역전됐다. 앞으로 미국이 두세 차례 금리를 더 인상할 것으로 본다. 금리를 0.25%포인트만 올려도 금리부담은 12.5%가 증가한다. 가계부채에는 자영업자 부채도 포함되는데 많은 영세상공인은 이자 부담이 커져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둘째, 현재진행 중인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는 양국에 물건을 가장 많이 파는 우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나마 지금까지 유지해온 수출의존적 경기도 마감될 수 있다. 이는 글로벌 불경기의 방아쇠로 인식되는 상황이어서 결과적으로 전체 수출액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셋째, 가장 심각한 것은 북한의 ‘핵 폐기 리스크’다. 만일 미국과 북한 간 관계개선이 예상외로 지연되거나 실패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우리의 국가신용도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경제 전체가 혼란에 빠질 수 있다. 군사훈련 축소나 미군 철수 같은 이야기는 우리 입장에서 평화의 프리미엄으로 보일지 모르겠으나 국제사회는 안보 페널티를 부과할 수도 있다. 경제외교는 더 중요해지는데 외교부 장관은 보이지 않고 기획재정부 장관은 소득주도 성장을 방어하는 데 바쁘다.

경제는 서로 밀접히 연관돼 있어 악재가 겹치면 파국이 된다. 덧셈법칙에 따른 두 배의 충격이 아니라 승수법칙으로 인한 네 배 이상의 충격을 각오해야 한다. 남유럽이나 남미 경제의 붕괴가 이를 방증한다. 현 정부는 과거 정부의 적폐 청산에 몰입하면서 그들의 경험이나 야당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국가발전은 제도에 대한 신뢰와 연속성의 산물이다. ‘단절’로는 결코 성공하는 정부가 될 수 없다. 이유도 모른 채 국민들을 경제사회적으로 시달리게 하는 ‘시행착오’만 이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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