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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아카데미] 관료제 기업에 실리콘밸리식 창의성 이식하기

실험적 조직 통해 자율문화 확대시키고 협업 동기 부여해야
오정훈 포스코경영연구원 미래사업연구실장

  • 2018-07-03 17:05:58
  • 사외칼럼
[M아카데미] 관료제 기업에 실리콘밸리식 창의성 이식하기
오정훈 포스코경영연구원 미래사업연구실장

창의적인 조직문화를 말할 때 통상 실리콘밸리를 떠올린다. 실제 글로벌 주식 시가총액 상위 5개사 중 애플·구글·페이스북 등 3개사가 실리콘밸리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테슬라·우버·어도비·넷플릭스 등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기업들 역시 실리콘밸리 출신이다.

이들의 창의성은 어디서 오는가. 실리콘밸리를 들여다보면 확실히 다른 문화가 존재함을 알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자율 문화이다. 실리콘밸리는 ‘훌륭한 인재를 뽑아 자유를 주면 창의성은 저절로 발현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는 홈페이지에 자신의 문화는 ‘자유와 책임’ 두 단어로 요약된다고 기술하고 있다. 넷플릭스 외에 다른 기업들 역시 자율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업무 규정을 없애거나 조직은 가급적 작은 단위로 유지하고 직원 주도형 자율 프로젝트를 장려하는 것 등이 그 예이다.

협업을 당연시하는 문화도 실리콘밸리의 특징이다. 경쟁이 치열하지만 성과를 내기 위해 기꺼이 협업한다. 경쟁이 치열할수록 부서 간 벽이 공고해지는 전통적인 관료제 조직과는 대조적이다. 대다수의 성과가 협업을 통해 나오다 보니 협업 촉진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속출한다. 실리콘밸리의 특징인 벽이 없는 사무실, 칸막이가 없는 책상에는 자연스럽게 협업 공간을 제공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 또 많은 기업이 협업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해커톤이다. 서로 다른 팀이 모여 토론과 협업을 통해 결과물을 산출하는 해커톤은 실리콘밸리의 협업 문화를 대표하는 제도다. 페이스북의 ‘좋아요’ 기능도 해커톤에서 나온 아이디어라고 한다.

[M아카데미] 관료제 기업에 실리콘밸리식 창의성 이식하기

구글·애플·테슬라·넷플릭스, 혁신 원동력은

‘훌륭한 인재에 자유를 줘라’ 철학 실천 위해

규정 최소화하고 해커톤 등 협업 플랫폼 구축

빠른 결정력 바탕 성장한 韓기업 나아갈 길은

신사업 조직에 자율경영 선별 적용 마찰 피하고

사내 노하우 공유·협업 보상 시스템 제도화 필요

최근 들어 국내 기업들도 실리콘밸리의 자율과 협업 문화를 이식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많은 기업이 해커톤을 도입했으며 사무실 벽을 없애거나 직급과 호칭을 단순화했다. 일부 정보기술(IT) 기업은 조직을 셀(Cell) 단위로 세분화하기도 했다.

그러나 과거에도 GE·도요타의 혁신 제도를 도입했지만 성과가 미흡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조직문화는 오랫동안 쌓여온 구성원 가치체계의 산물이다. 제도만 도입한다고 조직이 창의적으로 바뀌지 않는다. 게리 하멜 교수는 지금도 많은 기업이 여전히 통제 위주의 관료제 조직을 유지하고 있는데 빠른 의사결정과 실행을 위해 불가피한 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덩치가 커질 대로 커지고 관료제 특성이 체질화된 한국 기업들에 실리콘밸리 문화를 이식하기 위해서는 다분히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첫째, 자율 문화는 전사적·전면적인 도입보다 국지적·점진적인 도입이 바람직하다. 구글처럼 조직이 커져도 구성원에게 전적인 자율성을 부여할 수 있는 회사는 매우 드물다. 특히 유교적 전통이 강한 한국 기업들은 위계적인 문화를 벗어나기 어렵다. 따라서 자율경영이 가능한 실험적인 조직을 선정해 선별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 신사업 추진 조직이 좋은 케이스다. 기존 조직과의 마찰을 피하면서 보다 자율적으로 운영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근태 등 관리규정을 최소화하고 평가보상 체계도 기존 조직과는 달리 운영할 수 있다. 이렇게 소규모의 조직 실험을 통한 성공 사례가 발굴되면 사내벤처·연구조직·계열사 등으로 확산시킬 수 있을 것이다.

둘째, 협업 문화의 이식은 협업 역량 제고와 동기 부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해커톤 같은 선진형 제도를 도입한다고 바로 협업이 되는 것은 아니다. 협업도 실력이 있어야 하고 이유를 알아야 작동한다. 협업 상대방의 역량이 부족하고, 협업의 동기마저 부족하다면 회사가 아무리 협업을 강요해도 통하지 않는 시대다. 구글은 G2G라는 사내 노하우 공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면서 조직의 유대감과 역량 제고에 크게 기여하고 있어 참고할 만하다. 협업에 기여한 타 부서원에게 크로스로 포상하는 제도나 부서 핵심성과지표(KPI)에 협업 지수를 대폭 강화하는 것도 협업 동기부여 차원에서 고려해볼 만한 제도이다.

그동안 한국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빠른 의사결정, 일사불란함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이다. 자율과 협업을 기반으로 한 창의적인 조직문화 없이 더 이상의 도약은 쉽지 않을 것이다.

단기간에 실리콘밸리 수준의 자율·협업 문화가 정착되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인 시각을 가지고 점진적·실질적인 변화를 유도한다면 새로운 기회를 맞을 수 있을 것이다. 머지않은 장래에 우리 기업 중에서도 구글·페이스북 못지않은 혁신 사례가 나와 해외기업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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