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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에 갇힌 한국유통]"마트규제가 효과 있나요?"...노하우 스스로 키우는 대만 상인들

<3>대만 '전통시장 성장' 비결은

다양한 음식·게임장으로 차별화

스린야시장 대낮부터 '북적북적'

대형마트 들어와도 경쟁력 자신

전통시장에 입점한 편의점들은

택배·세금 등 생활서비스로 승부

대만 스린야시장의 닭튀김 ‘지파이’ 가게에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스린야시장 내 전통상인들은 차별화된 음식과 마케팅으로 대형 유통체인과 경쟁하고 있다./이재유기자




# 기자가 방문한 타이베이시 북부의 대만 최대 규모 야시장인 ‘스린야시장’. 아직 상가가 절반 정도밖에 열지 않은 애매한 오후 시간에도 사람들로 붐볐다. 시장 중앙에 위치한 ‘도교사원(士林慈誠宮)’에는 향을 피우며 소원을 비는 젊은 커플들이 몰려들었다. 길가에는 갖가지 먹을거리를 파는 노점상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인기 있는 닭튀김(지파이) 가게 앞에는 더운 날씨에도 관광객 등 20여명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대만에서 30여년 동안 여행사를 운영해온 손수청씨는 “스린시장은 새벽과 오전에는 장을 보러온 인근 주민과 식재료 도매상으로 붐비고 밤에는 젊은 층과 관광객으로 발 디딜 틈이 없다”며 “음식과 기념품·오락거리가 모두 갖춰져 현지인·관광객이 즐겨 찾는 최대 규모의 전통시장”이라고 말했다.

‘야시장 천국’이자 ‘편의점 천국’으로 잘 알려진 대만. 취재를 위해 만난 현지 관계자들은 전통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대형 유통시설을 규제한다는 사고방식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다. 전통시장 관계자들조차 우리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는 대형마트 월 2회 의무휴업, 출점 제한 등의 유통규제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했다. 타이베이시 최대 야시장인 스린야시장의 수원산 상권번영촉진회 이사장은 “시장은 원래 철저히 소비자의 수요에 맞춰 형성되고 그에 뒤처지거나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하면 도태되는 것이 당연하다”며 오히려 “정말 한국에서는 유통규제의 효과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불야성 이루는 대만 전통시장=대만에서 손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전통시장이다. 웬만한 지역에는 작은 규모의 전통시장이 자리 잡고 있는 게 특징이다. 대만 전통시장 역시 전국 각지에서 올라오는 각종 식재료와 상품들이 모이는 새벽과 아침이 대목이다. 당일 도착한 신선한 채소와 육류를 구입하려는 동네 식당과 주부들이 몰려들기 때문이다. 여기에 스린시장의 경우 저녁부터 새벽까지 열리는 야시장 손님까지 더해지면서 인산인해를 이룬다.

흥미로운 것은 전통시장 내에 편의점이 있고 가까운 거리에 대형 유통시설이 자리 잡고 있지만 상인들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점이다. 한 상인은 “편의점과 대형 유통시설에 손님을 빼앗긴다는 생각 자체가 없다”며 “이곳 상인들은 대형 유통체인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스린시장에서 차로 10여분 거리에 있는 스동시장도 사정은 비슷하다. 인근에 대형 백화점 체인이 입점했지만 차별화된 상품과 마케팅으로 이를 잘 극복했다. 허샹칭 타이베이시 시장처 과장은 “스린시장 노점상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고 대형마트·편의점이 들어와 비슷한 상품과 서비스를 내놓아도 완전히 같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대만 편의점 업계에서 점유율이 50%에 달하는 세븐일레븐의 린리리 홍보부장도 “시장에서 생존하는 것은 기업이 알아서 할 일이다. 외국 대형자본의 내수잠식 같은 것은 걱정하지 않는다”며 “세븐일레븐이든, 카르푸든 초반 10여년은 고전했지만 상품 구성과 서비스 차별화로 살아남았고 시장에 적응하지 못해 철수한 대기업도 많다”고 전했다.



◇차별화된 MD가 경쟁력 좌우=린 부장은 이어 “(대만에서) 코스트코의 시장 점유율이 높은 것도 차별화된 MD 덕분이지 대형 자본이라서가 아니다”라며 “세븐일레븐의 일차 목표는 경쟁사 매장보다 조금 멀어도 우리 매장을 찾게 만드는 MD를 구성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통시장 상인들의 인식도 대체로 비슷하다. 유동인구가 많고 기존 상권이 번화하다고 해서 모든 가게가 잘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유통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는 가운데 과거와 달리 업태 간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상황에서 시장 수요에 맞는 상품·서비스를 내놓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얘기다. 대만 유통채널에서 40%의 비중을 차지하는 편의점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실제로 젊은 층에서는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식사하고 커피를 마시며 금융 서비스까지 해결하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

이처럼 편의점이 일상생활의 플랫폼으로 자리 잡는 데는 10여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이 기간 프리미엄 상점의 이미지를 벗기 위해 식품 부문을 강화하고 사람들이 찾을 수밖에 없는 다양하고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일상 속 상점으로 파고들었다. 세븐일레븐 창안점의 리치첸 점장은 “하루 매출 10만대만달러 중 15% 정도는 커피·차, 30% 정도는 생활 서비스 수수료 수입”이라며 “정식 서비스는 아니지만 법인고객이 대량으로 구매하면 배달도 직접 해준다”고 말했다./타이베이=이재유기자 03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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