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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상가임대 계약갱신 5년서 10년으로 연장-반대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대한부동산학회 이사장

계약종료 시점 '임대료 폭탄' 불보듯

세입자와 건물주 간의 임대료 갈등을 줄이기 위해 상가임대차 계약 갱신기간을 지금의 두 배인 10년으로 늘리기로 한 정부 방침을 놓고 찬반양론이 맞서고 있다.

서울 서촌에서 족발집을 운영하던 임차인이 건물 주인을 폭행했던 이른바 ‘궁중족발 사건’ 이후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상가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에 지난달 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상가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 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현행 상가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의 계약갱신 요구에 건물주가 정당한 이유 없이 거절하지 못하는 ‘계약갱신청구권’을 보장하고 있는데 이는 임차 후 5년까지만 보장돼 이 기간만 임대료 인상이 5% 이하로 제한된다. 갱신기간 연장 찬성 측은 상인들이 적어도 10년은 쫓겨날 걱정 없이 마음 놓고 장사할 수 있도록 영업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대 측은 기간이 연장되면 임대인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하게 되고 임대인이 계약 종료시점에 향후 임대료 인상을 선반영해 오히려 일시에 임대료가 급등하는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정부와 여당이 ‘궁중족발 사건’을 계기로 계약갱신청구권을 기존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는 방안과 지방자치단체에 분쟁조정기구설치 등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에 적극 나서면서 계약갱신청구권 연장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정부가 민생법안으로 우선 처리를 추진하고 있는데다 자영업자 영업권 보호에 대한 여론도 고조되고 있어 법안 통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법 개정에 앞서 임대인과 임차인의 입장을 재정립할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물론 임차인 입장에서는 기간이 연장되면 마음 놓고 장사를 할 수 있어 좋겠지만 임대인 입장에서는 임차인과 임대료 분쟁 등이 발생할 경우 10년간 대항력이 없어 속수무책일 수도 있다. 그래서 임대인과 임차인 간 적절한 타협점이나 해결방안을 찾아야지 기간만 연장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임대인 입장에서 과도한 재산권 침해라고 반발한다면 혼란이 가중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번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과 관련해 국토교통부는 임대료 규제 대상은 확대하지 않고 있다. 이는 이미 올해 초 시행령 개정을 통해 임대료 인상률 상한을 9%에서 5%로 인하하고 상가의 환산보증금을 서울 지역의 경우 4억원에서 6억1,000만원으로 확대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임대차 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면 계약 종료시점에 향후 임대료 인상을 선반영해 일시에 임대료가 상승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과거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 5년 보호를 시행했을 때 임대료 상승분을 한꺼번에 반영해 임대료가 대폭 상승한 적이 있다. 오히려 임차인에게 부담으로 돌아와 우려스러운 것이다.



임대차 보호기간을 10년으로 늘리면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자영업 특성상 한자리에서 장사한 지 3~4년은 지나야 단골도 생기고 장사도 자리를 잡기 때문에 좋아할 수 있다. 그러나 임대인 입장에서는 10년 동안 시대 흐름에 맞게 업종도 바꿀 수 없고 임대료도 제한을 받게 되면 임대인은 장기간 자본적 지출을 고스란히 부담해야 하는 불이익을 받는다. 임차인에게 치우친 정책만 내놓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 특히 임대인은 업종과 임대료 수준에 따라 건물의 가치가 달라지기 때문에 매우 민감할 수밖에 없다. 계약 한 번에 향후 10년이 결정돼버린다면 임대인 입장에서 아무래도 임대계약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은 다음의 몇 가지 점을 고려해 추진돼야 한다.



첫째, 임대차 기간 연장은 현행대로 유지하되 꼭 필요하다면 2~3년씩 기간을 두고 탄력적으로 연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임대차 시장에서 과연 5년 이상 버티는 자영업자가 얼마나 있는지 파악하고 대책을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임대차 기간만 10년으로 늘린다고 해서 그것이 임차인 보호의 전부는 아니다. 임대차 기간 연장이나 임대료 상승률 상한, 계약갱신청구권 보장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현행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임대차보호법의 규정 준수다. 현행법으로 정한 규정만 잘 지켜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텐데 이를 어기고 임대료를 4배나 올려달라고 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법을 어기는 사람들에게는 지금보다 더 강한 처벌 규정을 둬야 할 것이다.

둘째, 자영업자 폐업률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 계약갱신청구권을 연장하는 것보다 당장 자영업자에게 필요한 지원 정책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지원해야 한다. 자영업자의 어깨를 무겁게 하는 요인으로는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제, 대출규제 강화 등도 만만치 않다. 임대인이 신규 임차인과 계약을 할 때 마음대로 임대료를 올릴 수 있다는 점도 상가임대차보호법의 한계점이다. 그래서 임대차 기간이 연장된다면 대부분 자영업자는 폐업하고 5년 이상 영업을 유지한 자영업자들만 정책의 실효성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임대차 기간이 10년으로 연장되는 경우 정부는 임대인에 대한 금융지원 정책이나 세제지원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임대인이 10년의 임대기간 중 건물 보수 등으로 자본적 지출이 발생하면 임대인에게 저리융자 지원 정책이 필요하며 스스로 임대료를 인상하지 않으면 이에 따른 소득세나 재산세·양도세 등에 대한 최소한의 세제지원 정책도 고려해봐야 한다. 만약 임대차 기간이 10년으로 연장되고 자본적 지출이 발생할 경우 임대인은 분명 지출비용만큼 임차인에게 전가할 수 있다.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로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다하며 건강한 사람이 아픈 사람을 보살피는 것이다.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도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 수 있도록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기는 어렵겠지만 임대인·임차인 모두 어느 정도 양보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도록 정부는 고민하고 내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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