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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홍우 칼럼] 월드컵과 한·일 축구…‘아다리’와 ‘앗사리’

'위기에 강한 한국인' 확인했으나
치밀한 계획, 위기 분산 과제 남겨
日 '로커룸 뒷정리' 자세 본받아야
평소 관심·참여가 시회발전 원동력

권홍우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hongw@sedaily.com

아깝다. 러시아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은 한국과 일본 축구는 강렬한 인상과 아쉬움을 동시에 남겼다. 독일과 마지막 경기에서 보여준 한국 대표팀의 투지가 자랑스럽다. 사상 처음으로 독일을 두 골 차로 누른 성적보다도 끝까지 최선을 다한 대표팀에게 다시금 박수를 보낸다. 일본 축구 역시 16강전에서 벨기에를 맞아 2골 차이로 앞서다 역전패했으나 명승부를 펼쳤다. 동양인의 입장에서 일본팀 역시 자랑스러운 존재다.

한국과 일본 두 나라의 분전 덕분에 사우디아라비아가 대회 첫 경기에서 개최국 러시아에 무기력하게 패하며 일었던 아시아 축구 수준 논란도 쏙 들어갔다. 아시아팀 가운데 이란도 분전했으나 특히 한국과 일본 축구 대표팀은 칭찬받을 만한 충분한 자격이 있다. 주목할 만한 대목은 두 나라 대표팀의 차이다. 한국과 일본의 축구대표팀은 ‘아다리’와 ‘앗사리’로 갈렸다.

조별 리그 탈락 위기에 몰린 한국은 정신력의 힘이 무엇인지 뒤늦게 보여줬다. 바둑으로 치면 돌을 빼앗길 ‘아다리’ 상황에서 진면목을 보여준 셈이다. 한국의 승리는 ‘기적’으로 불리지만 당연한 귀결이다. 우리 선수들은 118㎞를 뛰어 115㎞를 달린 독일을 앞섰다. 특히 손흥민 선수가 기록한 두 번째 골은 우리 대표팀이 끝까지 집중했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말해준다. 연장시간을 포함해 100분을 뛰면서 지칠 대로 지친 손흥민은 축구장 절반을 쏜살같이 질렀다. 체력의 한계를 넘은 그의 골 장면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일본은 경기 외적인 면에서도 세계인들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새겼다. 아시아 국가 중에 유일하게 조별 리그를 통과했던 성적도 대단하지만 본받을 대목은 따로 있다. 선수 대기실(로커룸)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떠나는 팀은 일본이 유일하다. 종목을 떠나 경기장의 로커룸은 으레 어질러져 있기 마련이다. 개인주의가 발달해 정리와 청소는 청소원의 일이라는 인식이 박혀 있는 서구인들에게도 일본 팀이 떠난 뒤의 말끔한 로커룸은 진한 감동을 안겨줬다.

월드컵 축구에서 두 나라의 차이점은 국민성향과도 무관하지 않다. 한국인은 위기에 강한 면모가 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국민적인 금 모으기 운동이 대표적인 사례다. 다른 나라에서는 유례를 찾기 어렵다. 분명 장점이지만 이면에는 불필요한 대가를 치르는 경우가 많다는 단점도 없지 않다. 독일과 마지막 경기에서 국가대표 출신인 한 해설위원의 거친 직설이 떠오른다. ‘욕먹기 전에 좀 잘하지.’ 문제와 해답은 동일한 지점에 있다. 위기 이전부터 대비하는 자세가 과제로 남았다.

더욱 시급한 것은 ‘아름다운 종결’이다. 돌아온 축구 국가대표팀을 격려해도 모자란 판에 날달걀을 던진 사람도 있다. 정치판은 더 심하다. 지방선거로 다수당이 바뀐 어떤 지방의회에서는 의장 선출이 끝나자마자 특정 당 소속 의원들이 의석을 박차고 일어나는 볼썽사나운 사태가 일어났다. 일본이 월드컵에서 세계인의 존경을 얻은 ‘담백하고 깨끗한(앗사리) 면모’에 근처에도 못 간다. 정치뿐 아니라 경제도 마찬가지다. 한국산 제품이 일본에 가장 뒤떨어지는 공정이 바로 마무리다.

결국 흥분과 기대, 실망과 감동이 뒤섞인 채 끝나가는 러시아월드컵은 우리에게 두 가지 과제를 안겼다고 정리할 수 있다. 위기를 맞기 전에 정신 차리고 사회 전반에 걸쳐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해 무엇을 할지 머리를 맞댈 때다. 실행은 국민의 몫이다. 위기 상황인 국제통화기금(IMF)에서도, 일본과 싸운 조일 7년 전쟁(임진왜란)에서도 난국을 극복한 주체는 민초였다. 순식간에 조선 땅을 유린한 왜군이 가장 당황한 것이 임금과 관군은 도망간 가운데 전국에서 일어난 백성의 군대, 의병이었다는 점은 위기관리와 아름다운 마무리의 주역이 누구여야 하는가를 대답해준다.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오랫동안 갈구했던 평화로 찾아가는 분위기지만 작은 갈등이든 커다란 위기든 언제든지 올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어떻게 변할지도 모른다. 경제는 더욱 어렵다. 난국을 극복할 주역으로 우리 국민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 축구로 국한하자면 당장 국내 K 리그에 관심을 가져야 마땅하다. 국내 축구에는 무관심으로 일관하면서 국제무대에서 한국 대표팀의 선전을 기대하기란 연목구어(緣木求魚)에 다름 아니다.

축구를 통해 확인된 우리 사회의 강점과 단점을 극복하는 길 역시 관심과 참여에 있다. 국민들이 신문이든 인터넷이든 정치와 경제·안보에 대한 정보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때만 사회는 앞으로 나간다. 선거에서 제대로 주권을 행사하고 민의를 국정에 반영하기 위해서도 세상일에 관심을 갖자. 월드컵에 실망하고 환호하며 감동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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