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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논단] 도널드 트럼프, 그는 영웅인가 광대인가

채수찬 KAIST 기술경영학부 교수·서경펠로

기존 질서는 美손해라며 불만

과도적인 美 역할조정의 산물

세계 이익균형 급변 가능성 속

초강대국 美 역할은 유지될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집권 이후 지구촌은 무척 시끄럽다. 그동안 당연시돼오던 규범들을 뛰어넘는 그의 행동에 지구촌 사람들이 잘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안보문제에서든, 경제관계에서든 적과 친구를 가리지 않고 초현실적인 목표를 제시하고 최후통첩에 가까운 조치를 취한 뒤에 기존 관계의 수정을 요구하는 그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세계 각국 지도자들뿐만 아니라 그를 뽑은 미국 사람들도 적잖이 당황하고 있다.

그는 별난 대통령이다. 정상회담의 프로토콜에 신경을 안 쓴다. 맏형 노릇을 해야 할 때에 막내처럼 떼쓴다. 전쟁을 일으킬 듯 상대방을 흔들다가 다정한 친구처럼 쓰다듬기도 한다. 그는 엉뚱하다. 그러나 바보는 아니다.

그는 여러 방면에서 현재의 균형 (status quo)에 큰 불만을 갖고 있어 이를 타파하고자 한다. 기존 질서에서 미국이 손해를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이 세계의 치안을 담당하고 동맹국들의 안보를 책임지고 무역과 투자에서 다른 나라에 관대한 입장을 취하는데 세계의 리더로서 대우받지 못하고, 자기 힘을 충분히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내숭 떨지 않고 자기의 이해관계를 말한다. 그의 요구를 안 들어주면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해서도 얘기한다. 파국에 이르게 되면 둘 다 손해를 보지만 트럼프는 “나는 크게 손해 안 본다. 너의 손해가 훨씬 크다”고 협박한다. 그는 협상의 본질을 꿰뚫고 있는 사람이다.



협상의 본질을 이론화한 것은 영화 ‘뷰티풀 마인드(A Beautiful Mind)’로 잘 알려진 천재 수학자 존 내쉬다. 그의 협상이론 모델은 두 단계로 이뤄진다. 첫 단계는 협상이 결렬됐을 때의 결과인 파국점(breakdown point)을 결정하는 위협 게임이다. 내쉬는 이 부분을 비협력적(non cooperative) 게임으로 본다. 두 협상 당사자가 위협전략들을 선택하면 이에 따라 파국점이 결정되기 때문에 내쉬는 파국점을 위협점(threat point)이라고 부른다. 일단 파국점이 결정되면 두 번째 단계에서는 상호 이익을 가져오는 여러 대안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협력 게임이 진행된다. 협상의 최종 결과가 협력적 게임의 시작점인 위협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협상에서는 위협점이 매우 중요하다. 내쉬는 양자협상에서 위협점을 결정하는 샅바 싸움이 제로섬(zero sum) 게임이라는 것을 보인다. 제로섬 게임에서는 상대방의 손해가 나의 이익이다.

여기서 한 가지 곤혹스러운 문제가 있다. 위협점이 위협하는 데만 쓰이고 실제로 일어나지는 않는다면 과연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는가. 현실세계에서는 사람의 인지 한계 때문에 머릿속에만 있는 파국점을 기준으로 협상을 제대로 진행하기 쉽지 않다. 전쟁이 실제로 일어나봐야 사람들은 진지하게 평화를 위한 협상을 한다. 무역전쟁이 일어나봐야 진지하게 관세 협상에 임한다. 그래서 인류역사는 파괴적인 전쟁과 경제분쟁들로 점철돼 있다.

도널드 트럼프는 혁명가가 아니다. 그러나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사람이다. 시간이 지나면 그가 일으킨 소용돌이는 큰 의미 없이 사라지고 현실은 다시 원래의 질서로 돌아갈 것이다. 세상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더 나은 대안이 없기 때문에 민주주의와 개방적 시장경제는 지속한다. 크게 보면 중국·러시아 등에서 권위주의가 부활하는 것도 공산주의가 몰락한 뒤 전체주의체제에서 개방적 정치체제로의 변화와 시장경제로의 변화가 너무 빨리 진행된 데 대한 반동으로써 과도적인 현상일 뿐이다. 지구촌의 평화와 번영을 유지하는 데 초강대국인 미국의 역할도 당분간 유지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미국이 기술혁신을 선도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현상은 과도적인 미국 역할조정의 산물이다. 트럼프라는 별난 대통령을 통해 이익이 균형된 새 질서로 빨리 이동할 수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그는 영웅도 광대도 아니다. 시대정신이 지구촌의 이해관계 재조정을 위한 역할의 배우로 쓰고 있는 부동산 사업가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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