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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호정의 톡톡 월드컵] 달리치, 미안하다 몰라봐서

<9> 아웃사이더 감독의 반란

벤치선수보다 네임밸류 낮은 무명

중동팀 이끌때 전북현대에 패배도

PO 소방수로 긴급 투입 기회 살려

대회 중 선수 퇴출 등 기강 정립

크로아티아 첫 결승행 업적 이뤄

잉글랜드전 연장에 앞서 작전을 지시하는 즐라트코 달리치 크로아티아 감독. /모스크바=타스연합뉴스




‘대체 저 감독은 어디서 왔나?’ 크로아티아가 잉글랜드를 꺾고 러시아월드컵 결승에 오른 뒤 나온 외신의 헤드라인이다. 예상을 뒤엎고 결승에 진출한 크로아티아를 분석하며 나오는 관심 대부분은 루카 모드리치(레알 마드리드), 마리오 만주키치(유벤투스), 이반 라키티치(바르셀로나) 같은 핵심 선수들이다. 다른 팀의 경우 감독의 전술 철학, 선수 기용에 대한 비중이 그에 못지않지만 크로아티아는 예외다.

헤드라인 그대로다. 즐라트코 달리치 감독은 중동에서의 짧은 성과 외에는 알려진 게 거의 없는 감독이다. 벤치에 앉은 선수보다 네임밸류가 낮다. 유럽 주류 무대에서 철저히 무명 취급을 받는 이 아웃사이더 감독이 이제 조국에 첫 월드컵 우승을 선사할지도 모른다.

1966년 옛 유고연방에서 태어난 달리치는 1992년 연방 분리와 독립 과정에서 크로아티아를 조국으로 택했다. 현역 시절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었지만 대단한 경력의 소유자는 아니다. 국가대표 경력은 한 줄도 없다. 크로아티아의 명문 하이두크 스플리트에 몸담았으나 38경기를 뛴 게 전부다. 1998프랑스월드컵에서 크로아티아를 3위로 이끈 다보르 수케르, 즈보니미르 보반, 로베르트 야르니 등과 동시대를 뛰었지만 존재감은 거의 없었다.

2002년에 은퇴한 그는 크로아티아 클럽 바르텍스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크로아티아의 다른 클럽과 알바니아에서 감독 생활을 하던 그는 2010년 중동으로 근무지를 옮겼다. 사우디의 알 파이살리와 알 힐랄 2군팀 감독을 거쳤다.

달리치의 능력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최강 알 아인에서였다. 2014년 3월 알 아인에 부임한 그는 2017년 1월 물러날 때까지 67승25무15패를 기록하며 감독 생활의 꽃을 피웠다. 하지만 2016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한국의 전북 현대에 패하며 물러나야 했다.



아시아 무대에서 이름을 높이던 그에게 지난해 10월 기회가 왔다. 월드컵 유럽예선 플레이오프로 떨어진 크로아티아 대표팀이 안테 카시치 감독을 경질하고 그를 긴급 소방수로 찾은 것. 그리스를 상대로 1승1무를 기록하며 본선행 티켓을 따낸 달리치는 불과 7개월 사이 아시아를 전전한 감독에서 월드컵 결승에 오른 감독이 됐다.

달리치를 단지 황금세대를 거머쥔 운 좋은 감독으로 치부할 수는 없다. 그보다 더 좋은 선수와 경력을 가진 감독들이 줄줄이 떨어진 대회가 이번 월드컵이다. 그는 강단 있는 지도자다. 니콜라 칼리니치(AC밀란)가 나이지리아와 1차전에서 교체 투입 지시를 거부하자 곧바로 퇴출했다. 대회가 시작되면 선수 교체가 불가능해 크로아티아는 22명으로 남은 대회를 치르는 핸디캡을 안아야 했지만 달리치는 팀의 기강을 중시했다. 다음 경기에서 크로아티아는 아르헨티나를 3대0으로 완파했고 그 기세는 결승 진출까지 이어졌다.

대회 내내 선발 라인업을 적절히 바꾸며 선수들의 동기부여를 자극했다. 전술은 4-2-3-1 포메이션을 고정으로 삼지만 상대에 따라 미드필드와 공격 조합을 수시로 바꿨다. 그렇게 투입된 선수들은 적재적소에서 활약했다. “우리는 100% 준비된 선수들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비주류 감독은 전 세계를 놀라게 할 반란을 준비 중이다. 20년 전 자신들을 4강에서 떨어트린 프랑스를 상대로 첫 월드컵 우승에 도전하는 달리치 감독과 크로아티아의 두 번째 황금세대는 이제 벅찬 과제 앞에 섰다. /서호정 축구칼럼니스트

※서울경제신문은 2018러시아월드컵 시즌을 맞아 서호정 축구칼럼니스트의 글을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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