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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VIEW]'이리와 안아줘' 허준호, 그가 끝나야 드라마가 끝난다





이토록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멜로가 또 있을까. ‘이리와 안아줘’가 ‘감성 로맨스’라는 장르가 무색할 만큼 짜릿한 긴장감으로 안방극장을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그 중심에는 허준호가 있다. 완벽한 사이코패스 연기로 극의 분위기를 좌지우지하는 허준호는 ‘이리와 안아줘’의 진짜 주인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11일 방송된 MBC 수목드라마 ‘이리와 안아줘’에서 윤희재(허준호)는 12년 만에 감옥에서 나와 또 다시 살인을 저지르기 시작했다. 전유라(배해선)의 도움으로 탈주에 성공한 그는 “이게 살아있는 냄새”라며 서서히 본능을 깨우기 시작했고 이승우(홍승범)에게 “자서전을 완성할 날이 곧 올 것”이라며 악행을 예고했다.

세상에 나온 그가 첫 번째로 정한 타겟은 고이석(정인기)이었다. 윤희재는 ‘자신의 것’이라 여기는 채도진(장기용)과 채옥희(서정연)를 곁에서 돌보던 고이석을 무자비하게 살해했다. “너 같은 놈이 감히 내 아들에 손을 대?”라며 분노하는 윤희재의 눈은 12년 전처럼 섬뜩했다.

이후 윤희재는 고이석의 죽음에 슬퍼하는 채옥희의 집을 찾아갔다. “잘 있었어 여보?”라며 웃어 보이는 윤희재의 얼굴에 채옥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얼어붙었다. 거슬리는 이들은 그 즉시 해치우고, 자신의 것에는 끝없이 집착하는 윤희재의 광기는 또 한 번 세상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윤희재는 극 중에서 벌어지는 모든 사건과 갈등의 원흉이다. 채도진과 한재이(진기주)를 비롯한 주요 인물들은 윤희재로부터 얻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이들을 바라보는 주변 인물들 역시 윤희재로 인해 고통받는다. 서로 관련이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결국 ‘윤희재 사건의 피해자’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이리와 안아줘’에서 윤희재가 주인공 못지않은 존재감을 가지는 이유다.

때문에 허준호는 윤희재를 연기하면서 악몽에 시달릴 정도로 극심한 부담감을 느꼈다. 30년 차가 훌쩍 넘은 베테랑 배우에게도 윤희재는 쉽지 않은 캐릭터였다. 그는 첫 방송을 앞두고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철저한 계획과 죽이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치밀하게 살인을 하는 인물의 연기는 잘 모르겠더라. 감독님에게 늘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괜한 걱정이었다. 허준호는 상황과 기분에 따라 극과 극을 오가는 이중적인 윤희재를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그려냈다. 평범한 모습으로 정체를 감출 때는 인자한 웃음과 부드러운 목소리를 보이다가도 뒤를 돌아서면 싸늘한 눈빛과 감정 없는 말투로 본성을 드러낸다. 웃고 있던 허준호의 입 꼬리가 내려가고 눈동자에 살기가 드리워진 순간 윤희재의 악행은 시작된다.

허준호는 극 중 소리를 지르거나 흥분을 하는 법이 없다. 자신의 심기를 거스르는 사람이 나타나면 차분한 얼굴로 본색을 숨기며 반격을 계획한다. 두려움을 느낄만한 말로 상대를 위협하지도 않는다. 미세하게 달라지는 표정과 얼굴 근육의 떨림만이 감정 변화를 보여줄 뿐이다. 작은 움직임만으로 극적인 캐릭터를 그려내는 허준호의 연기는 그가 아닌 윤희재를 상상할 수 없게 만들었다.



그의 존재는 후배들에게도 큰 힘이 됐다. 장기용, 진기주, 김경남 등 유독 신인들이 많은 ‘이리와 안아줘’는 극의 분위기가 다소 가볍게 느껴질 수도 있었지만, 허준호의 연기력 하나로 무게감을 확실히 채웠다. 연기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호평으로 바꾼 데에는 허준호의 힘이 일등공신으로 작용했다.

윤희재의 살인 사건에서 시작된 ‘이리와 안아줘’는 결국 윤희재의 몰락 후에야 끝맺을 수 있다. 끝이 얼마 남지 않은 지점에서 그는 마지막 폭주를 시작하며 주인공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가고 있다. 절대악으로 군림했던 그의 마지막이 어떻게 그려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다운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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