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시론] 에너지산업 최종병기는 디지털

최기련 아주대 에너지학과 명예교수

VR활용 '디지털 트윈기법' 도입땐

비용절감·에너지산업 혁신 돕고

4차 산업혁명 주도할 길도 열려







몇 해 전 ‘최종병기 활’이라는 영화가 큰 관심을 모았다. 당파싸움으로 우수한 조선 활을 활용하지도 못한 채 병자호란의 치욕을 당했다는 내용이다. 이 영화를 굳이 언급하는 것은 탈(脫)원전 논란 후유증 등으로 우리 에너지산업이 앞으로 영화내용처럼 중국에 복속할 것 같은 두려움이 앞서기 때문이다. 사실 지금도 국내 태양전지의 대부분이 중국산이다. 더욱이 중국은 미국이 탈퇴한 후 파리기후변화협정의 구원자 노릇을 하면서 세계 청정에너지 주도국 지위를 노리는 ‘에너지 굴기’에 매진하고 있다. 막강한 자금력을 배경으로 원전수출도 적극적이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세계 각지에서 이미 우리와 경쟁관계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경계하지만 진짜 무서운 것은 중국의 에너지 굴기다.

에너지는 생존 필수재인 동시에 모든 경제사회활동의 장기적 기반이다. 그래서 우리는 지난 60년간 시장경제 성장을 추진하면서도 에너지 부문의 독과점, 가격기능 미흡 등 여러 시장실패를 용납해왔다. 정부의 공익규제 역시 지속됐다. 안정공급을 위한 규모의 경제효과가 강조돼왔다. 이러다 보니 정보통신기술과 신재생에너지 결합이라는 제3차 산업혁명의 에너지 부문 성과도 분명하지 않다. 혁신이 부족한 진입제약(lock-out) 현상은 이제 원전 안전성, 신재생 전력의 경제성 논란 등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급기야 청정에너지 확대를 위한 정부 정책은 단기·직접비용 증가라는 새로운 사회갈등 요소가 되고 있다.



미세먼지와 지구온난화 물질 감축대책 역시 헷갈리기는 마찬가지다. 더욱이 최근 오는 2030년까지 37% 온실가스 감축을 공약한 파리협약 이행에 문제가 생겼다. 해외 온실가스 구매물량 11.7%를 돈 주고도 살 수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국내에서 추가 감축해야 한다. 국제경쟁력 확보가 우선인 민간 기업이나 복지확충의 대상인 가계에 많이 전가할 수 없기 때문에 국민 부담으로 공기업이 떠맡아야 할 것 같다. 가뜩이나 저유가 종식과 국제금융시장 불안이 걱정인 지금, 누적된 시장실패에다 새로 생기는 정부실패를 동시에 걱정해야 할 지경이다. 특단의 조치가 불가피하다. 기존 논리로는 청정에너지 도입과 안전성 강화, 그리고 요금인상 억제라는 상반된 국가정책 목표달성이 불가능하다. 이에 필자는 강력한 에너지산업의 ‘디지털경영’을 촉구한다. 사실 한국전력의 적자 규모는 총매출의 2~3% 수준(약 2조원)이 최고치일 것이다. 그러나 선진국의 사례에서 보면 이 정도는 디지털 경영으로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 더욱이 디지털화는 에너지산업 장기혁신의 3대 과제인 스마트화, 대형 데이터 분석능력의 향상, 자동화 추진 효율화의 기반이 될 수 있다. 특히 가상현실을 활용하는 ‘디지털 트윈’ 기법이 도입된다면 복잡한 기술체계를 스마트화해 획기적인 비용절감과 경직적 구조혁신의 추동력 강화가 가능할 것이다.

초기에는 대기업들부터 시작하면 된다. 한전이 전력계량기를 단순히 전력소비량 계측에 그치지 않고 디지털 정보원으로 활용해 사물인터넷 기반의 홈오토메이션, 빌딩 및 공장 관리 등 모든 경제주체들의 의사결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러한 혁신행위는 소비자 주도 에너지시장으로 발전해 새로운 산업창출을 지원하고 더 큰 부가가치 창출로 귀결할 것이다. 결국 에너지산업의 디지털화는 청정에너지산업으로 전환하는 계기를 마련할 뿐 아니라 굴뚝산업의 표본인 에너지산업이 제4차 산업혁명의 주역이 될 수 있게 할 것이다. 에너지산업은 문제가 너무 많기 때문에 제4차 산업혁명의 주역이 돼야 한다는 ‘역설’은 디지털이 개입되면 실화가 될 것이다. 이미 많은 전문가들은 디지털 에너지데이터는 ‘새로운 석유(New Oil)’라고 말한다. 오랜 에너지 역사에 비춰보면 새로운 석유와 같은 거대이윤 창출의 기회를 낭비하면 안 된다. 후손들에게 후진국을 물려주는 역사적 과오는 피해야 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