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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 굿센터] 가톨릭의대 다장기이식팀, 국내 '소장·다장기이식 시대' 열어

5년 생존율 73% 선진국 수준

안경에 확대경(루페)을 장착한 가톨릭의대 다장기이식팀의 황정기(왼쪽)·김지일(오른쪽) 교수가 소장이식 수술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성모병원.




음식물을 소화시키고 영양분을 흡수하는 소장이 태어날 때부터 문제가 있거나 교통사고·질환으로 절반 이상 잘라내면 입으로 음식물을 먹지 못하고 영양실조에 빠질 수 있다. 단장증후군이다. 이 경우 고농도 영양수액으로 연명하게 된다.

지난 5월 가톨릭의대 다장기이식팀으로부터 소장이식 수술을 받은 문모(52·남)씨도 그런 경우다. 올해 2월 한 병원에서 소장을 잡아주는 장간막(腸間膜)에 생긴 위장관간질종양 제거수술을 받을 때 종양과 들러붙은 소장의 상당 부분이 잘려 나갔고 소장과 연결된 혈관 등도 손상을 입었다. 이후 단장증후군을 앓게 됐고 서울성모병원으로 옮겨 고농도 영양수액으로 연명하며 위장관재활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영양분이 혈액을 통해 간으로 이동해 대사·흡수되는 정상적 과정이 끊기면서 간 기능까지 크게 떨어져 생명이 위험해졌다. 외과학교실 의사 위주로 구성된 다장기이식팀은 소장이식이 최선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팀장인 황정기 대전성모병원 혈관이식외과 교수 집도하에 의정부성모병원 김지일·성바오로병원 김미형 교수, 위장관재활 주치의인 정재희 교수가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에서 뇌사자의 소장을 떼어내 문씨의 소장·혈관과 이어주는 문합수술을 했다. 문씨는 양호한 경과를 보여 수술 38일 만인 지난달 19일 퇴원해 통원 치료를 받고 있다.

소장이식은 뇌사 공여자의 소장을 떼어내기 위해 혈류를 차단한 순간부터 이식수술 후 혈액을 공급(재관류)할 때까지 총 허혈시간이 8시간을 넘어가면 수술결과가 좋지 않다. 50세가 넘는 뇌사자의 소장은 이식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공여자 기준도 콩팥·간 등에 비해 훨씬 까다롭다.



소장은 길이도 길고 림프조직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어 다른 이식 장기보다 훨씬 민감하게 반응하므로 면역억제제를 많이 쓴다. 이로 인해 면역력이 크게 떨어지고 대변 같은 오염원에 노출돼 있는 소장의 특성상 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쳐도 감염으로 패혈증까지 진행될 수 있다.

다장기이식팀은 2015년 위장관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2세 어린이에게 뇌사 어린이의 소장·위·대장 등 소화기계 장기 6개를 이식하면서 구성됐다. 멤버들은 2004년과 2015년 각각 국내 첫 소장이식, 다장기이식 시대를 열고 소장이식 수술의 70% 이상을 시행한 뒤 정년퇴직한 이명덕 교수 밑에서 수술 노하우를 쌓았다. 황 팀장은 미국 네브라스카대 메디컬센터에서 장기이식 프로그램 연수도 마쳤다.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가 쌓아온 이식수술 노하우와 소화기내과, 감염내과, 병리과, 진단검사의학과, 장기이식 간호사 등과의 협업도 성공적 수술과 위장관재활을 뒷받침하는 든든한 자산이다. 소장이식 후 5년 생존율도 73.3%로 선진국 수준이다.

황 팀장은 “부정맥 등으로 소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장간막 동맥이 혈전으로 막혀 소장이 빠른 속도로 괴사하거나 크론병 등 염증성 장질환이 심해져 소장을 많이 잘라낸 환자도 소장이식을 받을 수 있다”며 “환자를 살리기 위한 수술에서 삶의 질 향상까지 염두에 둔 수술로 적응증이 넓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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