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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요' 백제 무왕 1,400년 잠에서 깨어나나

[부여문화재연구소 분석결과 발표]

익산 쌍릉서 발견한 인골조각

'7세기 큰 키의 노년기 남성' 추정

2년前 '젊은 여성' 주장과는 상반

익산 쌍릉(대왕릉)에서 발견된 목제유골함과 인골파편 발견 당시 모습/사진제공=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




익산 쌍릉(대왕릉)에서 발견된 인골 파편 중 넙다리뼈 무릎부위 마이크로CT 이미지 /사진제공=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


익산 쌍릉(대왕릉)에서 발견된 인골이 ‘7세기 사망한 큰 키의 노년기 남성’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백제 무왕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무왕은 신라의 선화공주와 결연해 왕위에 오르고 미륵사를 창건했다는 향가 ‘서동요’의 주인공으로 유명하다.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 이상준 소장은 18일 익산 쌍릉 출토 인골 분석결과 기자설명회에서 “지난 4월 대왕릉에서 발견된 인골을 다양한 기법으로 조사한 결과 60대 전후 남성 노인의 것으로 나타났다”며 “키는 161∼170.1㎝로 추정되고 사망 시점은 620∼659년으로 산출됐다”고 밝혔다. 무왕은 출생 시점에 관한 기록이 없으나 재위 기간이 41년에 이르고 620∼659년에 세상을 떠난 유일한 백제 임금이라는 점에서 대왕릉 피장자가 무왕으로 추정된다는 것. 그동안 쌍릉은 백제 시대 말기의 왕릉급 무덤이고 규모가 큰 대왕릉을 무왕의 무덤으로 보는 학설이 유력했는데, 이번 인골 분석 결과가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전망이다. 왕릉급 무덤에서 인골이 발견된 것은 백제 무령왕릉에서 뼛조각이 발견된 이후 처음이다.

문화재청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는 지난해 8월부터 백제왕도 핵심유적 보존관리사업의 하나로 원광대학교 마한백제문화연구소, 익산시와 공동으로 쌍릉에 대한 발굴조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석실 끝부분에서 알려진 바 없던 인골 조각이 담긴 나무상자를 발견했다. 100년 전 일제가 발굴하면서 다른 유물들은 유출했을 때 꺼내 가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1917년 조선총독부는 쌍릉을 단 며칠 만에 발굴하면서 백제 말기의 왕릉이거나 그에 상당한 자의 능묘라는 것은 확인했지만 1920년 고적조사보고서에 단 13줄의 내용과 2장의 사진, 2장의 도면만 공식기록 전부로 남겨놨다.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는 관련 전문가들과 인골의 성별, 키, 식습관, 질환, 사망시점, 석실 석재의 산지, 목관재의 수종 등을 정밀 분석했는데, 102개의 조각으로 남아있던 인골을 분석한 결과 성별은 남성인 것으로 조사됐다. 팔꿈치 뼈의 각도(위팔뼈 안쪽위관절융기 돌출양상), 목말뼈(발목뼈 중 하나)의 크기, 넙다리뼈 무릎 부위(먼쪽 뼈 부위)의 너비가 남성일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넙다리뼈의 최대 길이를 추정하여 산출한 결과 키는 161㎝에서 최대 170.1㎝로 추정된다. 19세기 조선 시대 성인 남성의 평균키가 161.1㎝인 것을 감안하면 비교적 큰 키이다. 삼국사기에는 무왕에 관한 묘사로 ‘풍채가 훌륭하고, 뜻이 호방하며, 기상이 걸출하다’고 되어 있다.



가톨릭대학교 이우영 교수는 “나이는 최소 50대 이상의 60~70대 노년층으로 봐도 큰 무리가 없다”며 “남성 노년층에서 발병하는 등과 허리가 굳는 증상(광범위특발성뼈과다증), 다리와 무릎의 통증(정강뼈와 무릎뼈의 척추외골화)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가속 질량분석기(AMS)를 이용한 정강뼈의 방사성탄소연대측정 결과 보정연대가 서기 620~659년으로 산출되어 인골의 주인은 7세기 초중반의 어느 시점에 사망한 것을 알 수 있었다. AMS 이용 방사성탄소연대측정은 질량가속기를 이용하여 극소량의 시료에서 정밀한 연대정보를 산출하는 방법이다. 연구소는 “뼈가 심하게 부식되어 유전자 분석은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조사 결과는 국립전주박물관이 2016년 일제강점기 조사 때 대왕릉에서 수습한 치아가 20∼40세 여성의 것이고, 신라계 토기가 보인다고 밝힌 것과는 상반되는 결론이기도 하다. 이 소장은 “당시 감정 의견서 중에 치아만으로 성별을 구별하고 나이 추정하는 건 상당히 어렵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 교수도 “치아로만 성별을 분석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이번에 치아와 뼈를 함께 종합적으로 분석해 조금 더 정확하다고 추정된다”고 밝혔다.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익산 쌍릉(대왕릉) 봉분 조사전 모습 /사진제공=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


익산 쌍릉(대왕릉) 석실 내부 구조와 목제유골함의 위치 /사진제공=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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