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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장기간·고강도 軍대체복무 추진- 찬성

형평성 적용...병역회피 악용 차단해야

최병욱 상명대 국가안보학과장

종교적 신념 등에 의한 병역거부자에게 부여할 대체복무의 기간·강도를 놓고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말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제5조가 헌법에 합치하지 않는다며 국회가 내년 말까지 법을 개정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6·25전쟁 이후 처음으로 대체복무제 도입의 길이 열렸다는 평가도 있지만 대체복무제가 병역회피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며 현역병이 박탈감을 느끼지 않을 수준의 기간과 업무 강도를 제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방부는 내년 2월까지 구체적인 대체복무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장기간·고강도의 대체복무 찬성 측은 복무기간이 현역병의 최소 2배 이상이 돼야 하고 힘든 업무를 규정해야 병역기피자의 악용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대 측은 현역병보다 지나치게 긴 복무기간과 고강도 업무는 징벌적이며 그 자체로 또 다른 차별이고 위헌 시비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반박한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지난달 28일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대체복무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우리 사회가 납득할 수 있는 공정한 대체복무제 방안 마련에서 원칙과 방향을 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먼저 짚어봐야 할 문제가 있다.

첫째, 병역회피 수단으로 악용할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 대한민국에서 병역의 의무는 특별하다. 나라를 지키는 영광과 보람 뒤에는 개인의 말 못할 고통과 희생이 전제된다. 지금도 적지 않은 이들이 병역 기피를 위해 애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개인의 양심과 신념에 따라 군에 가지 않을 수 있는 길이 제도적으로 열린다면 자의적 양심을 핑계로 병역을 기피하는 사례가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 벌써부터 중학생들 사이에는 ‘지금부터 특정종교로 개종해야 군대에 가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떠돌고 있다고도 한다. 심사에 합격하기 위해, 소위 종교경력을 쌓기 위한 일종의 전략이다.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둘째, 현역 복무자와의 형평성 문제다. 군 복무는 그 자체로 어렵고 힘들지만 그보다 더 큰 고통과 희생은 가족과 사회와의 단절이다. 대체로 외동아들인 이들은 가족을 떠나 낯선 곳에서, 새로 만나는 이들과 엄격한 상하관계 속에서 내무생활을 한다. 사회와 단절된 가운데 자기계발이 제한되고 전역 이후의 진로가 가장 걱정스럽다는 이들이 우리의 아들, 현역장병들이다. 집에서 출퇴근하며 언제든지 자기계발을 하고 향후 진로를 설계할 수 있는 대체복무가 실행된다면 성실히 복무하는 현역장병에게는 공정하지 못한 사회로 인식될 가능성이 크다.

셋째, 사회적 갈등을 고민해야 한다. 갈등의 양상은 두 가지다. 하나는 현역복무 장병과 양심적 병역거부자 간의 갈등이다. 현역 장병의 입장에서 ‘누군들 전쟁을 바라며, 누군들 사람을 죽이고 싶은가’ 하는 문제에 대해 국가가 답할 수 있어야 한다. 다른 하나는 종교 간 갈등이다. 자료에 따르면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99% 이상은 ‘여호와의 증인’이다. 대체복무제 허용은 자칫 특정종교의 교세를 확장하는 데 도화선이 될 수 있다. 대체복무제가 종교 간 갈등의 빌미를 제공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 인식을 토대로 할 때 대체복무제 설계의 원칙과 방향은 분명하다.

첫째, 어떠한 일이 있어도 양심적 병역거부가 혜택으로 비쳐서는 안 된다. 대체복무가 ‘수혜’로 인식되는 순간 병역회피 문제, 형평성 문제, 사회적 갈등은 극복될 수 없다.

둘째, 이 관점에서 가짜 양심자 혹은 가짜 평화애호자가 유혹을 느끼지 않도록 대체복무의 복무강도를 높여야 한다. 다시 말해 대체복무는 ‘현역보다 어렵고 힘들지만 양심과 신념에 따라 이 길을 가겠다’는 의지를 지닌 자만이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징벌적 성격으로 보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오히려 양심적 병역거부의 의미를 선명하게 하는 것임을 인식해야 한다. 복무강도는 복무기간·복무유형·복무방식으로 나타난다. 복무기간은 적어도 현역복무의 2배수 이상은 돼야 한다. 집과 사회를 떠나 야간근무와 훈련·불침번 등으로 하루 24시간 복무하는 현역병의 생활을 감안하면 2배수도 적다. 복무유형은 일반 사회복무제보다도 훨씬 난도가 높은 분야이면서도 사회적으로 도움이 되는 꼭 필요한 분야로 한정해야 한다. 치매노인이나 중증장애인 수발 같은 어렵고도 꼭 필요한 분야에서 복무에 필요한 교육을 이수한 후 이들을 위해 24시간 봉사하는 복무방식이 바람직하다.

셋째, 제도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운영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대체복무는 병역의무와 별개의 의무가 아니고 병역의무의 새로운 유형이다. 당연히 국방부와 병무청이 주관부처가 돼야 한다. 활용부서는 복지·보건·의료·환경 등 다양하다. 활용부서의 관점에서 각기 다른 논리로 접근하는 경우 제도의 방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국방부와 병무청 주관으로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심사하고 사회에서 유익한 복무유형을 선정하며 대상자의 복무관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제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소수의 양심을 보호하고 배려하는 한편 다수와 공존하고 상생할 수 있도록 합리적이고 공정한 제도를 만들어가야 한다. ‘현역보다 어렵고 길게’ ‘사회적으로 도움이 되는 분야’에서의 복무라는 원칙과 방향을 확고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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