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폭염 폭탄 맞은 노점상들] "하루라도 비우면 자리 뺏겨…쉬지도 못해"

불볕더위에 거리에 관광객 실종

명동은 사드 때보다 손님 더 없어

불 다루는 떡볶이 노점은 '생지옥'

폭염 특보가 내려진 19일 오후 서울 신촌 사거리에서 노점상들이 더위를 참으며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송은석기자




“그늘진 자리는 하루라도 비워두면 다른 사람에게 자리를 뺏기는데 덥다고 안 나올 수 있나. 더위 먹어도 나올 수밖에 없지.”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 폭염 경보가 내려진 19일 서울 중구 명동 유네스코길에서 벨트와 시계 등을 파는 노점상 박모(67)씨는 연신 부채질을 하며 이렇게 전했다. “아무리 더워도 한 푼이라도 벌기 위해 매일 장사하러 나오지만 워낙 덥다 보니 길거리를 오가는 손님이 없다”며 “외국 관광객들도 이렇게 더운 날에는 에어컨이 있는 쇼핑몰이나 백화점을 주로 찾는다”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찜통더위가 일주일째 이어지면서 길거리나 전통시장에서 생계를 이어가는 노점상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폭염 속에 이렇다 할 냉방장치 하나 없이 길거리에서 장사하는 것도 고역이지만 손님들 발길이 끊겨 생계를 이어가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명동 유네스코길은 외국인을 비롯한 쇼핑객들로 붐비는 곳이지만 이날은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가끔 오가는 행인들은 더위를 피해 발길을 재촉하느라 길거리 노점에는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명동에서 40년째 장사를 해왔다는 이모(68)씨는 “지난해 사드 보복으로 중국인 관광객들이 급감했을 때보다도 상황이 더 심각하다”며 “요즘 같으면 생활비 벌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떡볶이 같은 길거리 음식을 파는 노점상들은 더욱 고역이다. 더위에 불까지 켜 놓으니 상인의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고 가게 앞을 지나가는 행인들은 불판에서 나오는 열기에 오히려 가게 앞을 피해갈 정도였다. 워낙 더운 날씨 탓에 식재료 관리도 걱정이다. 과일주스를 파는 한 노점상은 “과일을 잠깐만 밖에 내놓아도 마르고 색이 변하며 금세 뜨끈뜨끈해진다”며 “재료를 많이 갖다 놓지도 못하고, 미리 잘라 놓지도 못해 그냥 시간만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남대문 시장에서 구두수선을 하는 한 노점상은 “이 더위에 다들 샌들 신고 다니지 누가 구두를 신겠냐”며 “하루 종일 손님 한 명 없다. 더우니 말 시키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손님이 없어 생활비도 못 벌 상황이지만 상인들은 자리를 비울 수가 없다. 노점 특성상 자리를 비우면 다른 상인들이 자리를 차지하는데다 한 푼이라도 아쉬운 상황에서 장사를 접기는 쉽지 않아서다. 더위를 참지 못하고 에어컨이 나오는 인근 건물 안에서 손님이 오기를 기다리기도 하고 얼음물을 떠놓고 수시로 몸을 적시기도 했다. 일부 노점상은 전기를 끌어다 소형 에어컨을 돌리기도 했지만 내부 온도가 36도에 이를 정도여서 폭염에 속수무책이었다. 소형 에어컨을 돌리고 있던 한 상인은 “에어컨에서 찬 바람이 안 나온다. 돈도 부담이 돼 정말 더울 때만 잠깐 틀지만 30도가 훌쩍 넘는다”며 연신 땀을 훔쳤다.

에어컨을 튼 채로 매장문을 활짝 열어놓고 장사를 하는 실내 매장도 장사가 안되기는 마찬가지다. 한 의류매장의 직원 박모(28)씨는 “에어컨을 틀고 문을 연 채로 영업하면 안 되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렇게라도 해야 지나가던 손님들이 눈길을 돌린다”면서 “그런데도 워낙 유동인구가 확 줄어 예년 이맘때보다 손님이 3분의1 수준으로 줄었다”고 전했다./최성욱·오지현기자 secret@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