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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Why]시황제 '권력누수 시작'인가 '전략적 위축'인가

■시진핑 1인체제 흔들?

習 얼굴에 먹물 투척한 포스터

포털·SNS 타고 순식간에 퍼져

"習 초상화 철거" 문자 확산 등

곳곳서 절대권력 이상징후 포착

"미중 무역전쟁 반대여론 잠재우려

대외정책 속도조절 나선것" 분석

中지도부, 사회주의 이념교육 강화

충성맹세로 권력이상설 조기진화도





지난 4일 어둠이 짙게 깔린 새벽의 중국 상하이 푸둥신구 루자쭈이 금융무역구 중심가. 20대 후반의 한 젊은 여성이 대형 게시판에 붙은 포스터로 다가가더니 갑자기 온 힘을 다해 먹물을 끼얹었다. 자신을 중국 후난성 출신이라고 소개한 여성은 트위터로 이 장면을 생중계했다. 놀랍게도 먹물이 뿌려진 포스터에는 14억 중국인을 통치하며 시황제로 불리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얼굴이 그려져 있었다. 이 여성은 포스터를 가리키며 “시진핑 독재 폭정에 반대한다. 공산당이 중국인들의 뇌를 공격하고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날 오후 그는 “제복을 입은 남자들이 집에 찾아왔다”는 글을 마지막으로 사라져 가족들과도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그의 트위터 계정과 영상은 중국 공안당국에 의해 삭제됐지만 포털사이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단숨에 중국 전역으로 퍼졌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캐리커처에 먹물이 뿌려진 것처럼 편집돼 트위터 등에 유포된 이미지다. /트위터 캡처


지난 4일 상하에서 “독재와 폭정에 반대한다”며 시진핑 주석의 사진에 먹물을 뿌리는 장면을 SNS로 생중계해 파문을 일으켰다 /유튜브 캡처


포스터 먹물투척 사건 이후 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1면에서 시 주석 기사가 빠지는 비정상적인 일도 발생했다. 9일자 인민일보 1면에는 시 주석 관련 뉴스가 게재되지 않았다. 2012년 11월 시 주석의 총서기 취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 일로 시황제 1인 체제에 이상 징후가 생긴 것 아니냐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이어 11일에는 관영 신화통신 인터넷판에 ‘화궈펑 사죄’라는 제목의 3년 전 기사가 올라와 소문에 불을 지폈다. 화궈펑은 마오쩌둥 사후 그의 후계자로 당 주석에 올라 자신이 앉았던 의자를 박물관에 보존하고 생가를 기념관으로 만드는 등 개인숭배 행위를 하다 당의 비판을 받은 인물이다. 이 기사는 수많은 댓글이 달리며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고 시 주석 하야 얘기까지 돌다가 결국 삭제됐다.

다음날인 12일 베이징 도심 시청취의 한 빌딩 입주자들에게 날아든 문자는 시 주석의 ‘권력누수설’을 더욱 확산시켰다. 통지는 ‘48시간 안에 시진핑 주석의 얼굴이 들어간 게시물이나 사진·포스터 등 선전물을 모두 철거하라’는 내용이었다. 관리사무실 측은 “인근 얼룽루 파출소에서 나온 지시”라고 밝혔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얼룽루 파출소는 중난하이(중국 권력층의 집무실이 있는 곳) 인근 중앙기관 42곳, 시 소속 기관 377곳을 관할하는 곳”이라며 단순한 실수는 아니라고 전했다. 이처럼 시 주석의 선전용 물품을 금지하는 통지가 당내에서 나오고 중국 국영언론이 시 주석 개인숭배를 비판하는 등 연이어 ‘이변’이 속출하면서 시 주석의 권력기반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시 주석이 누구인가. 그는 지난해 19차 당대회를 거치며 사실상 종신집권의 기반을 닦은 상태다. 3월 국가주석 임기제 폐지라는 헌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시 주석이 원한다면 3연임은 물론 종신집권까지 가능하다. 이후 시 주석은 시황제로 불려왔다.

하지만 잇따른 이변은 ‘시황제’의 행보에 제동을 거는 것처럼 비친다. 외국의 중화권 매체뿐 아니라 홍콩 매체들도 이 같은 ‘시진핑 격하 징후’ 보도를 내놓고 있다. 미국 소재 중화권 매체인 보쉰은 13일 장쩌민·후진타오 전 주석, 원자바오·주룽지 전 총리 등 원로 40여명이 연명으로 당 정책노선 재검토를 요구하며 반발하는 움직임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홍콩 명보도 16일 “최근 시 주석의 권력기반이 흔들린다는 소문이 난무하고 있다”며 관련 사례를 구체적으로 보도했다. 중국 당국의 눈치를 보는 홍콩 주류매체가 노골적인 반시진핑 루머를 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러나 중국 내 전문가들과 관영매체들은 각종 소문이 낭설에 불과하며 시 주석의 권력기반은 여전히 굳건하다고 강조한다. 일련의 사건들은 중국 내부 권력의 일이라기보다 중국을 둘러싼 미국과 주변국의 경계감이 커지는 데 대한 중국의 대책이라는 측면이 강하다는 얘기다. 류펑 중국 난카이대 교수는 “최근의 변화는 중국이 ‘전략적 위축’에 들어갔음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소문이 나도는 것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중국이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는 인식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베이징 외교소식통들 사이에서는 무역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대내외적 어려움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만큼 시 주석과 최고지도부가 개별적인 반발이나 개인숭배에 대한 비난을 감안해 대외정책의 속도와 강도 조절에 나섰다는 얘기가 나온다.

내부적인 권력 다잡기도 시작된 분위기다. 19일 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올 상반기에 168만3,000여건의 부패ㆍ비리 관련 조사를 진행했고 이를 통해 당원 20만1,000명을 포함해 총 24만여명을 처벌했다고 밝혔다. 이 중에는 장사오춘 재정부 부부장 등 성부급(장차관) 인사 28명이 포함됐다. 미국과의 ‘무역전쟁’과 개인숭배로 시 주석의 절대권력이 도전받는 시점에서 사정기관이 이 같은 결과를 발표한 것은 시 주석의 황제권력에 이상이 없음을 과시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공산당도 시 주석에 대한 ‘충성 맹세’를 다시 시작하며 권력이상설 조기 불식에 나섰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는 16일 집단학습을 겸한 당조회의를 열어 “시진핑 신시대에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으로 두뇌를 무장해 정치건설 강화를 자각하고 정치기율과 정치규칙을 엄격하게 준수하며 당 중앙의 권위를 확보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자리에서는 특히 의견이 분분해도 최종 결정은 최고 권위자인 황제가 한다는 내용이 강조됐다. 대외적으로는 시 주석이 해외순방길에 올라 1인 권력체제가 굳건함을 과시하고 있다. 시 주석은 19일부터 27일까지 아랍에미리트(UAE)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중동ㆍ아프리카 4개국 순방과 함께 브릭스(BRICS, 브라질ㆍ러시아ㆍ인도ㆍ중국ㆍ남아공 등 신흥 경제5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등 광폭외교 활동에 나선다. 홍콩 정치평론가 조니 라우는 “시진핑의 권력장악은 여전히 확고한 상태”라며 “시진핑 체제가 흔들리고 있다면 이런 민감한 시기에 출국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호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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