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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 이상진 한국표준협회장 “위기의 서비스업, 서비타이제이션으로 돌파구 찾아야“

소비자들 '소유'보다 '사용' 중시...제조업도 서비스중심 변화 필요

4차산업혁명 위한 '디지털 전환' 등 기업 경쟁력 향상 위해 노력

국내기업 성공사례 해외 보급, 中企에 새 비즈니스 기회 만들 것





“최근 서비스 산업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는 제품과 서비스의 결합을 뜻하는 ‘서비타이제이션(Servitization)’입니다. 소비자들이 점차 ‘소유’보다는 ‘사용’에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함에 따라 제조업도 제품 판매 중심에서 운영 서비스 중심으로 변화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상진(56·사진) 한국표준협회 회장이 22일 “과거 산업화 시대에는 제조 영역이 큰 부가가치를 창출했다면 앞으로는 연구개발(R&D)과 디자인·유통·마케팅 등 서비스 영역의 부가가치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며 “표준협회는 이런 변화에 발맞춰 산업계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아이디어와 해법을 제시하는 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스마트공장·빅데이터·인공지능(AI) 등 새로운 기술에 대한 사업 기회도 지속적으로 발굴할 것”이라며 “이를 대비해 협회는 현재 R&D부터 생산·설비·품질 등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혁신목표를 제시하는 데이터 기반 공장 진단 및 개선 프로그램과 비즈니스 데이터 분석사, 비즈니스 AI 전문가 등 데이터 기반 자격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글로벌 시장에서는 단시간에 고속성장을 이룩한 우리의 선진 제조 혁신 역량을 벤치마킹하고 싶어 하는 후발 국가들이 많다”며 “우리 기업의 성공 사례와 표준 기법을 해외에 널리 보급해 중소·중견기업이 더 넓은 시장에서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30년간의 공직생활을 마무리하고 지난 3월 한국표준협회의 24대 회장으로 취임한 그를 서울 강남구 한국표준협회 집무실에서 만났다. /대담=이규진 성장기업부장 sky@sedaily.com



이 회장은 저성장의 늪에 빠진 한국 경제가 다시 한 번 도약하기 위해서는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세계 주요 선진국들은 서비스 산업에서 4차 산업혁명 기반의 기술과 서비스의 융합으로 다양한 비즈니스 기회와 부가가치를 만들어내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제조업 중심의 경제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회장이 취임 이후 외부 강연이나 토론 등 공식 석상에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서비타이제이션’을 강조하는 것도 우리나라 서비스 산업이 더 이상 뒤처지면 안 된다는 깊은 절박함에서 나온 것이다.

“서비타이제이션의 사례로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GE가 있습니다. 과거에 엔진을 제조해 판매했다면 지금은 엔진을 대여해주고 원격으로 관리하는 서비스로 바뀌었죠. BMW도 자동차 제조뿐 아니라 카셰어링 서비스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제조 영역에서의 가치보다 서비스 영역에서의 가치가 더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대표적인 현상입니다.”

기술과 서비스의 융합은 기업 내부에 서비스 혁신을 불러일으키는 강력한 동기로 작용하고 있다. 이 회장은 “서비스 표준 혁신에서 가장 눈에 띄는 영역이 플랫폼 비즈니스”라며 “중국의 알리바바는 B2B, 티몰은 B2C, 타오바오대학은 C2C에서 강점을 보이며 크게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애플리케이션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 플랫폼을 오프라인으로 확대해 검색부터 배달까지 연결하고 모바일을 활용한 간편송금 서비스 등 플랫폼 비즈니스의 미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협회는 기술 진보가 서비스 산업의 미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데 조직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그는 “서비스 산업과 소비자의 특성을 반영한 평가모형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기업 가치 향상에 기여하고 서비스 문제 해결을 위한 디자인 툴을 개발하고 있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해 서비스 품질과 서비타이제이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등 주제별 교육프로그램을 구성하는 등 기업의 서비스 경쟁력 향상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앞으로 각광받을 스마트공장 진단평가와 빅데이터 교육 등 4차 산업혁명을 새로운 비즈니스로 연결하기 위해 각 분야별로 필요한 지식을 축적하는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품질경영 기술의 지식 전달 형태가 기존 집합교육에서 온라인교육 형태로 급속하게 전환되고 있는 만큼 고객에게 시간·공간의 제약 없이 신속하게 서비스할 수 있도록 교육 콘텐츠 및 패턴을 새롭게 정립하는 작업을 서두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산업통상 관료 출신답게 표준협회의 글로벌 역량 강화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표준협회는 오는 2020년 1조6,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스마트시티의 글로벌 시장성에 주목하고 아시아 지역의 스마트시티 표준협력체계 구축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스마트시티는 교통·환경·에너지 등 각종 도시 인프라에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도시의 공공기능을 네트워크화한 이른바 ‘똑똑한’ 도시다. 그는 “스마트시티 표준화가 미국·유럽 등 선진국 위주로 진행되다 보니 아시아 지역은 많은 수요에도 불구하고 표준을 이끌어가는 역할에서 많이 소외돼 있다”고 지적한 뒤 “아랍에미리트는 태양광에너지 등 신재생에너지 생산, 동남아시아는 홍수 등 물관리, 일본은 원전·재해 예방, 한국은 항만이나 행정서비스 등에 강점이 있는 만큼 아시아 지역의 다양한 분야를 잘 조합해 스마트시티 구축을 위한 표준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달 부산에서는 아시아 지역 최초로 스마트시티 관련 기술표준화 논의를 진행했다”며 “한국·일본·말레이시아·베트남·싱가포르·태국·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호주 등 9개국이 구축 초기 단계인 스마트시티의 나라별 특성과 현황에 대한 경험을 공유하고 아시아 지역 표준을 위한 협력을 약속했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아시아품질센터(AQC) 구축에도 적극적이다. 그는 “글로벌 시장에서 품질로 성장한 우리 기업의 노하우에 대한 관심이 높다”며 “AQC를 구축해 이를 비즈니스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표준·품질 강국인 대한민국의 위상을 강화하고 미래형 표준·품질 산업 트렌드를 선도해 ‘아시아 표준·품질혁신의 허브’ 역할을 하려면 AQC 구축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정부 측의 관심과 지원을 촉구했다.

이 회장은 “현재 일본 도요타의 품질 중심 경영이념인 ‘도요타웨이’처럼 ‘삼성웨이’ ‘현대웨이’ ‘포스코웨이’ 등과 같은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전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맞춤형 표준·품질 지원사업을 계획하고 있다”며 “여기에는 우리 기업의 해외 사업장 지원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우리 대표 기업들의 품질경영 성공 사례와 표준기법을 해외에 많이 보급하면 그만큼 우리의 중소·중견기업이 더 넓은 시장에서 사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날 것”이라며 “우리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 나가 마케팅을 하는 것뿐 아니라 그들이 우리를 찾아오는 비즈니스를 창출해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표준협회를 영국 표준협회(BSI)와 같은 표준·품질 리딩기관으로 자리매김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BSI는 전 세계 120여개국에 6만여고객을 확보하고 표준의 발행 및 보급, 인증, 시험서비스 및 국제표준화 활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며 “표준협회도 이를 모델 삼아 서비스와 제조에 강점을 보유한 알리바바·아마존과 같은 기업들과의 협력을 강화해 우리 고객과 회원사, 더 나아가 산업계가 혁신성장할 수 있는 동력을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 사진 권욱기자

■He is...

△1962년 경북 안동 △1985년 고려대 경영학과 △1989년 행정고시 32회 △1990년 서울대 행정학 석사 △1997년 오하이오주립대 행정대학원 박사 △2011년 국무조정실 산업통상미래정책관 △2014년 산업부 통상협력국장 △2016년 산업부 대변인 △2017년 산업부 통상교섭실장 △2018년 3월 한국표준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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