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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의를 지킵시다] 굼벵이 퍼팅…공 찾아 함흥차사…혹시 나도 꼴불견 골퍼?

늑장플레이, 동반자 짜증 유발

뒤 팀들의 라운드 시간도 뺏어

묻지도 않은 스윙 사사건건 참견

룰 모르고 과도하게 패션 집착

플레이 안되면 캐디탓 등도 눈쌀





요즘 골프장에서 플레이 속도가 느린 골퍼를 “린드베리~”라고 부른다고 한다. 지난 4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ANA 인스퍼레이션 대회에서 우승한 스웨덴 선수 페르닐라 린드베리(32)를 빗댄 것이다. 그는 연장전 끝에 세계 1위 박인비를 꺾고 생애 첫 우승을 메이저대회에서 따냈다는 사실보다 ‘너무 느린’ 플레이로 유명세(?)를 타게 됐다. 티샷에 1분, 퍼팅 한 번에 2분 가까이 걸려 비난의 포화를 맞았다. 최근 서울경제신문이 만난 한 미국 LPGA 투어 관계자는 “국내 팬들의 편견과 달리 린드베리는 코스 안팎에서 좋은 성품으로 칭찬이 자자한 선수”라고 전했다. 린드베리의 사례는 늑장 플레이, 또는 골프 에티켓 준수 여부가 한 개인에 대한 평판을 좌지우지할 만큼 강력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슬로 플레이는 프로와 아마추어 가릴 것 없이 골프계에서 청산해야 할 악습이다. 한 명의 느린 플레이에 동반자들은 리듬이 깨져 짜증스러울 뿐 아니라 따라오는 뒤 팀의 눈치를 보느라 마음이 불편하다. 뒤 팀들은 제시간에 라운드를 끝내지 못하는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 사실 슬로 플레이는 그 자체로 골프규칙 위반이다. 골프룰 제1장은 에티켓으로 돼 있으며 “약간 빠른 속도로 플레이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자연에서 햇빛이 비치는 동안 행하는 종목인 까닭에 빠른 듯이 플레이를 하는 게 동반자는 물론 다른 골퍼에 대한 배려인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나쁜 골퍼는 바로 앞 팀 사람들’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늑장 플레이에서 비롯된 말이다.

슬로 플레이 못지않게 매너 없는 행동은 남의 스윙에 참견하는 것이다. 원치 않는 레슨은 최근 미국의 골프전문매체가 소개한 ‘꼴불견 골퍼’ 유형 1위에 올랐다. 의도야 어떻든 스윙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은 모처럼 필드에 나온 동반자를 화나게 만든다. ‘오전에 연습장 등록을 한 사람이 오후에 등록한 사람을 가르치려 하는 게 골프’라는 농담도 있으니 참견하는 게 습관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와 반대로 남을 신경 쓰지 않고 지나치게 자신의 플레이에만 몰두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다. 동반자의 좋은 샷에는 시원스럽게 칭찬하고 라운드 중간중간 공통의 화제로 가벼운 대화를 나누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 수 있고 좋은 인상을 남길 수도 있다.



패션도 무기라지만 과도하게 겉모습 꾸미기에 신경 쓰는 것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경기 여주 A골프장의 한 캐디는 “구력이 얼마 되지 않으면서 B사 의류, C사 거리측정기, D사 클럽으로 치장한 골퍼 중에는 규칙을 잘 모르고 안하무인 격인 분들이 더러 있다”고 귀띔했다.

게임 중에는 규칙을 지키는 게 최고의 예의다. 골프는 룰이 곧 에티켓이다. 잘못 친 샷을 무효로 하고 다시 치는 ‘멀리건’을 남발하는 것은 게임의 진지함을 떨어뜨리고 동반자들까지 뒤 팀의 눈총을 받게 하는 행동이다. 타수를 속이거나 볼의 위치를 슬쩍 옮기는 행동 등은 자신의 품격을 스스로 깎아내리는 것이다. 벙커에서 클럽헤드를 모래에 대고 어드레스를 하면 2벌타라는 것 같은 기본 규칙을 알아두는 것도 ‘에티켓 점수’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찾을 수 없는 볼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골퍼, 플레이가 잘 안 되면 캐디 탓을 하는 골퍼, 동반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휴대폰에 매달리는 골퍼도 환영받지 못한다. 스윙구역 밖에 머물고 샷을 하는 플레이어를 앞질러 나가지 않는 등 안전수칙을 지키는 것도 유쾌한 라운드의 필수예절이다.

수도권의 E골프장 대표는 “프로골프의 인기와 스크린골프 확산으로 신규 골프인구가 유입되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골프의 근본정신인 배려와 규칙 준수에 대한 인식이 흐려지는 것 같아 아쉬운 측면이 있다”면서 “스윙을 배우고 나오는 골퍼는 많아도 룰과 에티켓을 배우고 나오는 골퍼는 많지 않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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