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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 박훈정 감독, ‘마녀’ 시리즈 물? “이야기의 끝까지 가보자는 생각”

영화 ‘마녀’의 시발점은 소설 ‘프랑켄슈타인’이다. 고교 시절 박훈정 감독은 메리 셸리의 소설 ‘프랑켄슈타인’을 인상 깊게 읽고, ‘인간 본성’에 대해 고민했다고 한다.

인간의 본성과 초월적인 존재에 대한 주제 의식을 ‘성악설’과 한국적인 상황과 배경에 맞춰 풀어보고 싶었던 박훈정 감독은 그 결과물로 영화 ‘마녀’를 탄생시켰다.

박훈정 감독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손익분기점 230만을 돌파하며 꾸준한 흥행세를 이어나가고 있는 영화 ‘마녀’ 는 시설에서 수많은 이들이 죽은 의문의 사고, 그날 밤 홀로 탈출한 후 모든 기억을 잃고 살아온 고등학생 ‘자윤’ (김다미)앞에 의문의 인물이 나타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액션이다.

인간은 악하게 태어나 교화되는 존재인지, 그렇다면 이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탐구하고 싶었다는 박 감독은 ‘자윤이 절대악을 발현하지 않고 살아온 이유가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하고 탐구했다고 한다.

“‘나는 사람은 악하게 태어난다’ 쪽을 믿는 편이다. 사람이 선하게 태어나면 법이나 윤리 교육 같은 게 필요 없지 않았을까. 인간들이 스스로 왜 그런 체계가 필요하다고 볼까. 자신들을 제어해야 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

영화의 주인공 자윤이 본성을 누르고 살 수 있었던 건 엄마, 아빠, 친구, 따뜻한 마을 사람들 덕분이다. 자윤을 둘러싼 평화로운 환경은 과연 인간의 악한 본능을 완전히 억제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은 계속 됐다.

‘마녀’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마녀’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성악설을 놓고 볼 때, 인간에 대한 한 가지 희망이 있다면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 사람과 사람 사이의 사랑 같은 게 아닐까. 그 상태에서는 다른 계산이 통하지 않는다. 악하게 태어난 자윤이 10년간 자기 본능을 완전히 누르고 살았던 데는 그런 영향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과연 이것이 가능한 일인가 궁금증에서 출발한 이야기다. ”

‘마녀’ 속 주인공인 자윤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인물로는 귀공자(최우식 분)를 들 수 있다. 두 인물 모두 ‘처음부터 악하게 자란 캐릭터’이지만, 다른 점이라면 자윤은 선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이 주어졌다는 것. 반면 귀공자는 선하게 살 수 있는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또한 ‘이름’의 유무가 자윤과 귀공자의 차이를 이끌어낸다.

“귀공자는 악으로 태어나 악으로 길러진다. 동일하게 태어난 자윤처럼 악함이 바뀔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없었던거다. 그래서 귀공자는 자윤을 처음엔 이해 못하지만 부러워 하게 된다. 귀공자가 자윤이에게 부러워하는 건 ‘이름’이다. 자윤이가 시설에서 나고 자랐지만 나중엔 이름을 가졌다는 게 영화의 중요한 포인트이다. 귀공자도 자윤에게 말한다. 나 같으면 그냥 구자윤으로 죽었을 거라고. 그게 희망이지 않을까.“



고대부터 현대까지 생체 실험과 관련된 흑백 사진들이 이어지는 오프닝 시퀀스는 시작부터 관객들의 시선을 압도한다. 이는 모두 실제 사진들로 ‘마녀’의 예고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닌 박훈정 감독이 전하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오프닝 시퀀스에 대해 박훈정 감독은 “모두 실제 사진이다. 영화나 만화 같은 설정이 아닌 실제로 계속 자행되어 왔고, 지금도 어디선가 누군가는 비밀리에 이런 실험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영화의 서두에 보여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박훈정 감독


다만 초반 1시간의 드라마가 다소 느리다는 지적 역시 있다. 이에 대해 박 감독은 “그게 내 호흡이다”며 “초반과 대비되게 뒷부분의 감정적 충격이 더 크게 다가오게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마녀’뿐만 아니라 내 작품은 전반적으로 호흡이 느리다. 그게 내 호흡 같다. ‘마녀’ 같은 경우는 앞부분이 쌓여야 뒷부분의 감정적 충격이 세게 다가올 수 있다. 그 차이를 크게 만들기 위해 초반에는 평범한 일상을 보여주고 싶었다. 초반 1시간의 드라마가 펼쳐진 거다. 한국에서는 이러한 영화들의 이야기 흐름 구성이 지금까지는 잘 안 됐으니, 정서적으로 안 맞는 분들은 안 맞을 수도 있다고 본다. 다만 관객이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영화를 만들겠다는 마음으로 만화 같은 실사영화를 연출했다.”

‘마녀’가 손익분기점을 넘으면서, 박훈정 감독이 초반 기획했던 2탄의 제작이 가시화되고 있다. 1탄이 ‘자윤의 비긴즈’ 였다면, 2탄에서는 주인공 자윤의 본질적인 문제를 한층 더 깊게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각본 연출을 맡은 박훈정 감독은 1탄의 부제가 ‘전복’, 2탄의 부제는 ‘충돌’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2부의 스토리 작업과 이야기 설정이 정리가 돼 있는 상태다. 또한 누구를 다시 살리고 새로운 인물이 나올지도 정리가 돼 있다.

“‘마녀’의 흥행에 따라 속편의 제작 여부가 결정되겠지만, 지금 생각하는 2부의 부제는 ‘충돌’이다. 1편에서 주인공을 소개하고 본편의 예고편을 맛보이는 정도에서 마무리된다. 딱 본편의 시작 전까지. 프롤로그에서 끝났다. 속편에서는 자윤이 시설을 탈출한 날 무슨 일이 있었고 자신이 어떻게 태어났는지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찾아들어가는 내용이 있을 것 같다. 조직간의 충돌을 다뤄보고 싶다. 몇부작으로 갈 지는 정해놓지 않았다. 이야기의 끝까지 가보자는 생각이다.”

‘신세계’로 범죄 느와르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호평과 함께 468만 관객을 사로잡았던 박훈정 감독이 2018년 선보인 미스터리 액션 ‘마녀’ 시리즈의 출발이 좋다. ”시리즈물에 대한 부담은 분명히 있다.“고 털어놨지만 박훈정 감독의 도전은 성공적이다. 박훈정 감독이 창조한, 무한대의 잠재력을 지닌 자윤, 그리고 배우 김다미의 또 한번의 활약을 지켜 볼 날이 멀지 않았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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