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이희옥칼럼] 표준을 향한 중국의 혁신성장 전략

격화하는 美·中무역전쟁 핵심은

표준을 바꿀 신기술 주도권싸움

표준경쟁 시장에만 맡길순 없어

정부차원 시스템 혁신 서둘러야

성균관대 중국연구소장·정치외교학과 교수·서경 펠로





지난 1980년 중국은 작은 어촌인 광둥성 선전을 경제특구로 지정했다. 홍콩을 마주 보는 이곳은 40년 동안 개혁개방의 창이었다. 서울 용산 전자상가의 10배에 달하는 화창베이는 한때 전자제품 ‘짝퉁’의 본산이라는 오명을 얻었지만 지금은 세계 최대의 혁신성장 기지가 됐다. 중국 정보통신산업을 대표하는 텐센트, 세계적 전기자동차 기업인 비야디, 드론계의 애플로 불리는 다장(DJI) 모두 이곳에 있다. 특히 연간 매출이 100조원에 달하는 세계적 정보통신장비 회사인 화웨이는 민감한 후각, 진취성, 집단성을 특징으로 하는 늑대정신으로 무장하고 혁신성장의 전형을 보여줬다. 특히 나타날 가능성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일단 나타나면 엄청난 파급력을 지닌 ‘블랙스완’ 현상을 주목하고 있다. 본사 호수정원에 ‘검은 백조’ 한 마리를 풀어놓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오랜만에 찾아본 선전특구는 여전히 진화하고 있었다. 5세대 네트워크인 5G를 시현하는 화웨이 본사의 체험관은 온통 구름화면으로 덮여 있었다. 인터넷만 가능하다면 언제 어디서든 찾아볼 수 있는 ‘클라우드’ 시대가 열렸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세계가 중국의 통신장비를 사용해 스마트의료·스마트교육·스마트도시·스마트그리드·스마트정부·스마트국방을 시작한다면 표준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것이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거친 무역전쟁을 시작한 데는 단순히 무역역조 현상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 아니라 중국이 사활을 걸고 있는 제조강국·기술중상주의의 꿈을 무산시키려는 전략적 계산이 숨어 있다. 이 분야에 관세 25%를 부과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국도 이러한 미국의 의도를 간파하고 전략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다만 힘의 비대칭을 인정하고 힘을 기르며 때를 기다리는 도광양회 전술을 선택했다. 7월13일 제조강국 건설 전문가 포럼을 열고 “제조업 발전이 과잉 평가됐고 핵심기술을 해외에 의존하는 현상은 근본적으로 개선되고 있지 않다”고 밝힌 것도 이러한 맥락이었다.



그러나 중국은 여기에서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소비 패턴과 욕망체계가 근본적으로 변화한 상황에서 미래산업 발전에 불가결한 에너지·식량·희소자원·표준을 통해 미국을 외통수로 몰 수 있는 게임 체인저를 적극적으로 찾아나갈 것이다. 이렇게 되면 미중 간 무역전쟁은 지금과 비교할 수 없는 폭발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 이 중에서도 경쟁의 핵심은 표준을 바꾸는 신기술에서 나타날 것이다. 사실 마케팅과 디자인의 진전에도 불구하고 기술적 한계를 가진 채 시장을 선도하기는 어렵다. 중국에서 고전하는 한국의 휴대폰이나 자동차 문제도 엄밀하게 따져보면 마케팅 실패나 시장에 대한 이해 부족이 아니라 기술의 위기에 원인이 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기술생태계가 효율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중국의 우수한 젊은이들이 창업에서 미래를 찾는 동안 한국의 젊은이들은 안정적인 직장을 위해 도서관에서 시험공부에 매달리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가져올 10년 후의 미래를 생각하면 모골이 송연하다. 문재인 정부가 4차 산업혁명의 중요성을 주목하고 장관급 위원회도 만들었다. 그러나 인공지능(AI)과 로봇,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에서 미래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기능적 논의는 무성하지만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국가대전략 차원으로 끌어올린다는 소문은 들리지 않는다. 더구나 미래산업은 국가의 운명이 걸린 표준 경쟁의 속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에만 혁신을 맡겨둘 수 없다. 유능한 정부와 효율적 시장이 한 배를 타고 과감하게 규제를 풀고 정보와 지식 인프라를 깔아주며 기업이 여기에 올라타도록 해야 한다. 더구나 북한이 비핵화를 선택하고 개혁개방의 길로 나올 때 4차 산업혁명에 기초한 건너뛰기를 시도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라도 이에 대한 시스템 혁신을 더는 미룰 수 없게 됐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