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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교묘해진 사기수법...파생상품 불법 대여계좌 '주의보'

"증권사와 업무협약" 투자자 속여

불법사설업체들 계좌 이용 유도

수익나면 거래끊고 돈 가로채

'적격투자자' 진입 장벽에 기승

증권사 적발 땐 계좌폐쇄 하지만

피해배상 안돼 "아예 거래 말아야"





미래에셋대우(006800) 등 대형 증권사 고객을 대상으로 불법 대여계좌를 이용해 사기 행각을 벌이는 사설업체들이 늘고 있다. 금융당국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불법 사설업체들은 대형 증권사와 업무 협약을 맺은 것처럼 투자자를 속인 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포털사이트 카페나 블로그 등으로 고객들을 유인하고 있다. 이들은 점차 진화된 방법으로 사기 행각을 벌이고 있지만 금융당국의 단속이나 적발이 어려워 고객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는 상황이다.

27일 미래에셋대우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선물옵션 대여계좌 제공 사설업체 주의’에 관한 안내문을 공지했다. 미래에셋대우는 “최근 미래에셋대우와 협약을 맺은 업체라고 사칭하며 선물옵션 대여계좌의 제공을 유도하는 사례와 제보가 늘고 있다”며 “당사는 선물옵션 대여계좌를 제공하는 사설업체의 서비스와 관련해 어떠한 협약도 맺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파생상품 대여계좌는 금융실명제 위반으로 사실상 불법이다. 이들은 자체 개발한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통해 거래를 한다. 하지만 실거래가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파생상품 시세에 베팅하는 방식으로 일종의 도박사이트인 ‘사설 토토’와 유사하다. 기본 예탁금 1,500만원 이상을 납입한 증권사 실계좌를 개설해놓고 투자자들을 모집, 이와 연동해 매매주문을 실시한다. 투자자는 1계약당 30만~50만원 수준의 위탁증거금과 투자 원금을 넣고 거래를 한다. 사설업체들은 투자자가 수익을 낼 때까지 기다리다 수익이 날 경우 HTS를 중단시키거나 잠적해 계좌를 폐쇄하는 등의 방식을 통해 수익금과 원금을 가로채고 있다. 이 과정에서 건당 5~7달러 수준인 거래수수료를 편취하기도 한다.



파생상품 대여계좌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4년 정부가 ‘적격 개인투자자 제도’를 도입하면서다. 이 제도의 시행에 따라 개인투자자가 선물·옵션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3,000만원, 5,000만원씩의 증거금이 필요할 뿐 아니라 30시간의 온라인 교육과 50시간의 모의거래 과정을 거치는 등 진입 장벽을 높였다. 옵션 투자는 1년간의 선물투자 경험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등의 제약을 걸었다. 이 때문에 파생상품 시장의 거래도, 전체 규모도 점점 줄어들었다. 대신 ‘풍선효과’로 음지에서 불법 대여계좌가 점차 활성화됐다.

금융감독원이 대대적으로 불법 금융투자업체 적발에 나서자 이들은 점차 진화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적격투자자 요건을 갖춘 증권사의 실계좌를 이용해 주문 대리인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이다. 실계좌는 대여계좌이기는 하지만 증권사나 선물사와 실제 거래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합법적인 행위로 분류된다. 또한 미니선물 거래소의 시세정보를 무단으로 활용해 자체 HTS를 통해 가상 매매서비스를 제공하고 투자자들의 매매 손익을 업체들이 직접 정산하는 등 자금을 가로채는 방식도 활용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불법 대여계좌의 문제점을 인지해 증권사들에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계좌폐쇄 등의 조치를 권고했다. 대다수의 증권사들은 한 계좌에서 수차례의 입출금 내역이나 반대매매 등 수상한 거래가 포착될 경우 계좌 자체를 폐쇄하는 방식으로 고객들의 계좌를 관리한다. 그러나 증권사들의 자체 모니터링에서도 허점이 발견되는 등 고객들을 온전하게 보호할 수 없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최근 하나금융투자는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 상장된 선물·옵션 상품이 부적절하고 부정확하게 거래되는 계좌에 대해 불완전한 정보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국내 증권사로는 최초로 해외선물옵션 거래가 한동안 중단되는 징계를 받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도 불법 대여계좌를 고질적인 문제로 인지하고 적격투자자 규제 완화를 고심하고 있지만 이해관계 충돌로 쉽지 않다”며 “사설업체들은 상호에 ‘선물’이나 ‘에셋’ 등 신뢰할 수 있는 회사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에 적발이 되더라도 피해 배상이 어려워 거래를 안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박시진기자 see120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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