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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국민 생명 지키는 규제혁신, 미룰 수 없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수출·혁신성장 동력 의료기기

사후 평가로 진입장벽 낮추고

변화 트렌드 발맞춰 제도 개선

수준급 의료기술 장점 살려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많은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의료영역의 변화는 매우 빠르고 혁신적이다. 인공지능(AI)·로봇·3D프린팅 등 최첨단기술이 의료기기와 병원 설비에 도입되면서 의료의 패러다임도 바뀌고 있다. 그러나 의료기기를 둘러싼 제도는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개발된 의료기기가 병원현장에서 사용되기까지 평가기간은 길고 복잡하다. 또한 진행 과정은 불투명하고 평가 결과는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의료 분야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다른 분야에 비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또한 종교·윤리적 가치, 공공성, 비용 효과성 등 의료를 둘러싼 다양한 가치가 충돌하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어려운 분야이기도 하다. 그래서 관련 제도와 규제들이 서로 얽혀 있어 개선이 쉽지 않은 영역이기도 하다. 그러나 보다 많은 생명을 살리고 건강을 더욱 증진하기 위해 개발된 의료기기들이 규제의 장벽에 가로막혀 일반적으로 사용되지 못한다면 그로 인한 불편과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된다.

더불어 의료기기는 첨단기술이 적극 사용되는 대표적인 신성장 분야이다. 과거 우리나라를 발전시킨 대기업 중심의 ‘굴뚝산업’은 점차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반면 의료기기 분야는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 벤처·중소기업들이 혁신적인 제품들을 만들어 내면서 성장을 이끌어내는 것은 물론 새로운 일자리도 창출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의료기기 분야의 수출액은 전년 대비 8.4% 증가했고 관련 일자리 수도 5.9% 증가하는 성과를 보였다.

정부는 불합리한 규제를 우선 개선하고 의료기기 산업을 혁신성장의 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지난 7월19일 ‘의료기기 규제혁신 및 산업육성 방안’을 발표했다.

혈액이나 소변을 이용해 질병 여부를 판단하는 체외진단기기와 같이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적은 의료기기는 ‘선진입-후평가’ 방식으로 전환하고 기술개발 이력이 짧아 임상근거가 좀 더 필요한 첨단기술은 대체기술 유무 등 잠재적 가치를 평가해 시장에서 우선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할 계획이다. 또한 보건복지부·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여러 기관에 나눠 있는 인허가 절차를 통합하고 과정도 투명하게 공개하고자 한다.



그리고 보다 창의적이고 실용적인 의료기기 개발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제품개발 아이디어의 원천인 병원과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 간의 협력이 이뤄질 수 있는 연구중심병원을 전국적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와 함께 병원의 의료기술 특허 사업화와 창업지원을 전담하는 조직인 ‘산병협력단’을 만들 계획이다.

우수한 인재와 뛰어난 기술력이 결합한 우리나라의 의료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새로운 기술변화의 흐름을 담아내지 못한다면 지금과 같은 수준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새로운 기술이 환자들의 치료 효과를 높이고 국민 건강을 증진한다면 이와 관련된 규제는 적극적으로 개선돼야 한다. 우리나라도 이제 기존의 규제를 바꾸지 않아야 하는 이유를 찾기보다 다양한 관계자 간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필요한 제도개선사항들을 먼저 찾아내 바꿔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적극적인 변화의 노력이 필요할 때다.

정부의 모든 규제는 국민을 위해 만들어져야 하고 국민을 최우선에 두고 운영돼야 한다. 소아당뇨를 앓는 아들의 혈당측정을 위해 매일 10회 이상 바늘을 찔러야 했던 어머니가 피를 뽑지 않아도 되는 외국의 혈당측정기를 구매하고 다른 환자 가족에게도 알렸다는 이유로 검찰에 고발됐다. 국내에서 허가되지 않은 의료기기를 유통했다는 혐의였다.

그 어머니는 “법이나 제도가 없으면 만들면 되잖아요”라고 정부에 되묻는다. 누구를 위한 규제이고 무엇을 위한 규제인가.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한 어머니의 준엄한 질책 앞에 어깨가 무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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