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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에세이] 의료국제학술대회 '우물안 개구리' 되나

천영국 건국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섭외이사





우리나라의 의료 수준은 선진국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발전돼 있다. 그러나 미국·유럽에 비해 건강보험 수가(酬價·서비스 가격)가 낮고 국가가 신의료기술 연구비 지원은 적게 하면서 직접적이고 강한 규제로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20~30년 전만 해도 많은 의사들이 선진 의료기술과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미국·유럽에서 열리는 국제학술대회에 비싼 돈을 들여 참석했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나라의 눈부신 의료기술·지식 발전으로 해외에서 ‘한국 의료유학·연수’를 온다. 한국에서 치료를 받는 외국인 환자도 크게 늘었다.

국내에서 열리는 국제의료학술대회는 우리나라 젊은 의사들이 비싼 비용을 들이지 않고 국내외 선진 의료지식·기술을 배우고 국내외 유명 의사들과 교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발전된 국내 의료기술을 외국 의사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장이기도 하다.

국내에서 열리는 국제의료학술대회는 우선 높은 수준의 의료지식·기술을 접하고 국내외 유명 의사들로부터 도움이나 조언을 받거나 인맥을 형성해 연구협력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장이다. 둘째, 해외 학회에 참여할 경우 드는 많은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셋째, 발전된 국내 의료기술을 해외에 소개할 수 있는 기회다. 넷째, 해외 유명 의료진 등과 교류해 국제의료협력관계 구축이 가능하다.

이런 장점 때문에 정부에서 국제학술대회 유치·개최를 지원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국민권익위원회는 공정경쟁규약을 통해 엄격하고 높은 수준의 국제학술대회 인정 기준을 마련했다. 주요 기준은 ‘국제기구에 가입한 기관·법인·단체가 개최하는 회의의 경우 △5개국 이상의 외국인 참가 △회의 참가자가 300명 이상(외국인 100명 이상 포함) △3일 이상 진행 등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국제기구에 가입하지 않은 기관·법인·단체가 개최하는 회의의 경우 회의 참가자 중 외국인이 150명 이상이고 2일 이상 진행돼야 국제학술대회로 간주한다.



의료 관련 중소학회들은 이런 조건을 충족시키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의학 발전과 최신 술기(術技)를 소개하고 배울 수 있는 국제학술대회를 국내에서 개최하기 어렵게 됐다. 과거처럼 신의료기술 습득 등 발전된 의료를 배우기 위해 많은 비용을 들여 해외로 나가야 하는 상황이 오지 않을까 우려된다.

부산국제영화제를 처음 개최했을 때 출품된 영화의 대부분은 국내 영화였고 다른 아시아권 영화는 매우 드물었다. 그러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지원과 영화인들의 노력으로 이제는 많은 돈을 들여 해외 유명 영화와 영화인을 초청하지 않아도 좋은 작품들이 출품될 정도로 성장했다. 영화제에 발표된 국내 영화의 작품성이 해외에서 인정을 받으면서 해외 유명 영화제의 초청을 받는 국내 영화와 영화인도 늘고 있다.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는 매년 국제내시경학술대회(International Digestive Endoscopy Network·IDEN)를 개최한다. IDEN은 의료 수준이 떨어지는 다른 아시아권의 젊은 의사들이 등록하면 일부를 초청해 2주간 대학병원 교수들에게 최신 내시경 진단·치료기법을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14년 20명으로 시작됐는데 입소문이 나면서 올해는 50명으로 늘렸다. 일본·미국 학회에서도 한국 학회에 자문을 구하는 등 이런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의료 수준과 국민보건의료의 질을 높이고 해외에 알리려면 국제의료학술대회를 적극적으로 유치·개최할 필요가 있다. 정부도 국제학술대회 인정 기준만 강화할 게 아니라 긴 안목과 관심, 적극적인 지원으로 ‘마중물’ 역할을 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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