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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에 막힌 혁신성장]스타트업을 범죄자 취급...규제 풀기는커녕 '불통 행정' 일삼아

■'출퇴근 버스' 스타트업에 사업중단 요구한 서울시

위법 여부 논쟁 소지 충분한데

市는 달리는 버스 세운 뒤 조사

스타트업 대표에겐 호통까지 쳐

서비스 중단땐 고객 출퇴근 막막

IT업계 "市, 기득권 보호 위해

신규서비스 활성화 외면" 비판

혁신성장의 아이콘으로 꼽히는 승차공유 서비스에 대한 규제의 덫이 약화되기는커녕 갈수록 기세를 떨치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로부터 최근 규제로 인한 자료제출을 요구받은 승차공유 스타트업 A사는 지역별로 비슷한 출근길을 가진 이용자를 모아 수요 기반의 출근길을 구성하고, 매일 출퇴근 시간에 최대 2번에 걸쳐 이용자를 실어나른다. 현재 김포와 위례, 안양, 목감, 용인 등지에서 강남과 종로를 오가는 셔틀을 운행하고 있으며, 약 1,000명의 회원이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서울시와 A사가 입장이 엇갈리는 부분은 A사가 전세버스 운송사업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현행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4조 2항은 전세버스운송사업자의 경우, 시도지사에게 등록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A사를 전세버스 운송사업자로 보면 등록이 없으니 불법, A사가 전세버스 운송사업자가 아니라고 본다면 불법인지 합법인지 기존 법으로는 판단하기 어려운 셈이다.

황길상 변호사(법무법인 한강)는 “단순히 스마트폰 앱을 통해 중개업무를 하는 사업자가 운송사업자 요건을 갖추어야 하는지는 논쟁의 소지가 있어 보인다”며 “기존 사업자의 이익을 보호하려는 입법 취지를 잠탈하는 것이라면 불법의 소지가 있지만, 법률이 직접 제한하지 않는 영역으로 해석한다면 단순하게 불법이라 판단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법리 검토를 위해 A사에 대해 현재 조사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아직 법리 검토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서울시가 조사 과정에서 보인 행태도 문제가 되고 있다. 해당 서비스 이용자들에 따르면 단속반은 이용자를 태우고 운행 중인 A사의 셔틀버스를 세워 올라타거나, 허락도 구하지 않고 이용자들의 사진을 찍는 막무가내식 조사 행태까지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A사의 고객 페이지에는 서울시의 조사과정에서 불편을 느낀 이용자의 불만의 목소리가 속속 올라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정선 서울시 교통정책과장은 “현장 조사를 한 것은 맞지만,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 구체적으로 할 말이 없다”며 “조사와 법리 검토가 끝나면 필요한 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만약 A사의 서비스가 불법이라면 1,000여명의 이용객들은 다른 출퇴근 수단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A사가 서비스하는 지역 중에는 최근 입주가 시작돼 교통 여건이 완전히 갖춰지지 않은 신도시들도 포함돼 있으며, 그 외에도 지하철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거나 서울을 오가는 일반버스가 만원인 지역들이 대부분이다. A사의 서비스를 이용해 위례에서 종로로 출퇴근하는 이모(45세)씨는 “우리 동네는 이제 막 기반 여건이 조성되기 시작해 마땅한 대중교통편도 없는 상황인데, 그나마 이용하고 있는 서비스마저 없어지면 어떻게 출퇴근하라는 거냐”며 불만을 거세게 터뜨렸다.

서울시가 A사에 대한 조사에 나선 이유는 민원 때문이다. 현재 서울시에는 스마트폰 앱 등 IT 기술을 활용해 전세버스를 알선하는 방식의 사업에 대한 단속을 요구하는 민원이 제기된 상태다.

서울시는 민원처리 때문에 불가피한 과정이라고 항변하고 있지만, IT업계에서는 콜버스와 풀러스의 승차공유서비스를 좌초시킨 서울시가 기존 이익집단의 이익 보호를 위해 또 다시 이용자의 편익과 신규 서비스 활성화에는 사실상 눈을 감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려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승차공유업체 풀러스가 현행법의 해석을 달리하며 출퇴근 시간선택제 시행에 나서자 즉시 경찰에 고발했고, 지난 2015년 콜버스가 심야 시간 택시승차난 해소를 위해 목표로 내세우며 서비스를 시작하자 적법성 판단을 정부에 의뢰했다. 규제의 벽을 넘지 못해 현재 풀러스는 구조조정 중이고, 콜버스는 사업모델을 바꿨다.

결국 새로운 IT 기술로 무장한 스타트업들이 새로운 승차공유 서비스를 내놓아 택시 및 버스 등 운송사업자 등 기존 사업자들과의 이해관계가 얽힐 때마다 서울시가 기존 사업자의 손을 들어주는 형국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자 IT업계에서는 서울시가 혁신 성장 동력으로 승차공유 사업을 육성해도 모자랄 상황에서 운송사업자들의 집단행동 가능성 등에만 지나치게 의식해 법리 해석이 애매한 서비스까지 일단 불법으로 규정하고 사업을 위축시키려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A사의 모델은 새로운 수익을 찾는 전세버스운송사업자와 길고 힘든 출퇴근으로 고통받는 주민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서비스”라며 “말로는 혁신성장을 외치면서도 기존 사업자의 이익에 조금이라도 방해된다 싶은 서비스는 강압적인 단속으로 서비스를 접게 만드는 행태가 반복되면 혁신 스타트업이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사록기자 sa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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