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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분 정리]‘국민연금’, 대체 왜 내?





그런 생각 안 해보셨나요? 아니, 나는 왜 매달 국민연금에 돈을 내고 있지?

선택지도 없어요. 직장인이라면, 사업자라면 그냥 무조건 매달 보험료를 내야 해요.

중간에 그만 내겠다? 안돼요. 백수가 되거나 국적을 바꾸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죠. 꼼짝없이 만 60세까지는 보험료를 내야 하는거예요.

몇십 년 동안 돈을 내는 데 이거 돌려받을 수는 있는 걸까요?

당장 내가 언제까지 살지도 모르는 데 그 돈 내지 않고 지금 써 버리면 안 되는 거예요?

대체, 국민연금은 뭐가 좋은 건데요?

어차피 내고 있고, 또 내야만 하는 국민연금. 그렇다면 우리 최소한의 정보는 알고 내자고요. 내 피 같은 돈을 허공에 뿌린다는 생각이라도 덜 들게끔 말이에요. 지금부터 딱 5분 안에 국민연금의 ‘A부터 Z’까지 알려드릴게요.

국민연금은 왜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할까요?

만약 강제로 국민들의 노후를 준비하는 국민연금이 없다면, 우리가 감당해야 할 사회 비용이 오히려 더 커질 거예요.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노인이 늘어날 텐데, 그 문제를 단순히 개인의 책임으로 전가하기란 쉽지 않거든요.

국가 세금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거죠. 그럼 성실히 자신의 노후를 준비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을 도와야 하는 이중 부담이 발생할 수 있어요.

그나마 국민연금이라는 모든 국민에게 강제로 노후를 대비하게 하는 제도가 있기 때문에 사회 문제를 예방하고, 관리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셈이죠.



국민 모두의 노후 준비를 위한 제도다. 알겠어요. 뭐 강제로 내는 이유까지는 이해해 본다고 쳐요.

그럼 돌아오는 건 뭔데요?

우리가 국민연금에 불만을 갖는 가장 큰 이유는 ‘돈만 내고 혜택은 못 받을 수 있다’는 불신 때문이에요.

게다가 뭐 국민연금공단이 그리 일을 잘하는 것 같지도 않고요. 잊을 만하면 인사·조직 문제가 터지고, 기준 없는 투자로 인한 기금 손실 등 도무지 신뢰할 수가 없어요.

팽배한 불신. 거기서 불거진 오해. 이 중에 맞는 건 뭐고 또 틀린 건 뭘까요?



첫 번째. 국민연금기금이 고갈돼서 노후 대비는커녕 그동안 낸 보험료마저 돌려받지 못한다?

맞아요. 이대로라면 국민연금기금은 2060년쯤 소진될 거예요. 당연하죠. 연금을 내는 젊은 세대는 줄고, 연금을 받는 노인들은 늘고 있으니까요.

기금 운영을 잘해서 수익을 내면 된다고요? 지금까지 우리나라 국민연금기금의 연평균 누적 수익률은 6%가 넘어요. 전 세계 2위에 해당하는 높은 수치죠. 잡음은 많았지만, 그래도 꽤 잘해 온 건 사실이라는 말이에요. 지금까지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올려 기금 고갈을 막자? 꿈 같은 이야기라는 거죠.

그럼 정말 우리의 보험료는 허공에 날리게 되는 걸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그럴 가능성은 없어요”

우리나라가 없어지지 않는 한 국민연금은 받을 수 있거든요.



어떻게 가능하냐. 재원조달방법을 바꾸면 돼요.

지금 국민연금은 국민들이 낸 보험료를 국민연금기금에 잘 모아 놨다가 나중에 연금으로 지급하는 적립 방식을 쓰고 있어요.

기금을 유지하기 어려워지면 적립방식을 ‘부과방식’으로 전환해서 연금을 운영할 거예요. 매년 노인에게 지급해야 하는 연금을 당시 경제활동인구에게 거두는 거죠. 현재 우리나라의 건강보험도 이런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어요.

물론 그 과정에서 갑작스러운 보험료율 증가에 따른 국민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전제가 붙어요. 재정 건전성을 제고해 기금소진 시기를 늦추고 정교한 설계로 연금 납부·지급 방식 변경을 계획해야겠죠.

이런 변화를 겪었던 대표적인 나라는 독일이에요. 1889년 전 세계 최초로 연금제도를 실시한 독일은 우리나라처럼 적립 방식의 연금제도를 운영했죠. 이후 2차례 세계 대전으로 기금이 소진되자 1957년에 부과방식으로 바꿨어요. 물론 지금까지 잘 운용해 오고 있고요. 2014년 기준 독일의 노인 빈곤율은 8.4%로 우리나라(48.8%)와 비교할 수 없이 낮은 수준이에요.





두 번째. 내가 내는 국민연금과 대기업 회장이 내는 국민연금액이 같다?

이건 오해하기 딱 좋은 문제에요. 맞는 얘기거든요.

국민연금 보험료는 소득액의 9%에요. 회사 근로자는 이 중 4.5%만 본인이 부담하고 나머지는 회사에서 내주는 방식이죠.

예를 들어 볼게요, 한 달에 250만 원을 버는 근로자 A는 국민연금 보험료로 한 달에 22만 5,000원(회사 50% 부담)을 내요. 468만 원을 버는 근로자 B는 42만 1,200원을 내죠. 그럼 연봉 수십억의 대기업 사장과 근로자 B의 국민연금액 차이는 얼마일까요? 0원. 둘은 매달 같은 보험료를 내고 있어요.

‘부자들은 돈을 훨씬 더 버는데 왜 조금 내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게 당연해요. 그런데 이렇게 된 이유를 살펴보면 얘기가 달라지죠.

국민연금 보험료 산정 기준에는 상한액이 정해져 있어요. 월급을 아무리 많아 받아도 낼 수 있는 보험료에 한계가 있죠. 2018년 7월 기준 상한액은 468만 원. 즉, 우리나라 국민 누구나 한 달에 낼 수 있는 보험료는 42만 1,200원이 최대라는 뜻이에요.

상한액을 둔 이유는 간단해요. 국민연금은 ‘낸 돈보다 더 많이 돌려받도록’ 설계돼 있거든요. 타 금융상품보다 높은 수익률이 보장돼있는 셈이죠. 상한액이 없다면 보험료를 많이 낼 수 있는 고소득자는 그만큼 훨씬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어요. 소득재분배 기능이 사라지는 건 물론이고 국민연금기금의 고갈 시기도 지금보다 훨씬 빨라질 거예요.



세 번째. 젊은 세대들은 부모 세대보다 더 많은 보험료를 내면서도 더 적은 연금을 받게 된다?

이것도 맞는 말이긴 해요. 국민연금의 보험료는 계속 올라왔는데 소득대체율은 70%에서 40%까지 인하됐거든요. 소득대체율은 연금을 낸 사람의 평균 소득에서 연금액이 차지하는 비중을 말해요. 평균 월 소득이 200만 원인 사람이 월 연금 80만 원을 받는다면 이 사람의 소득대체율은 40%가 되는 셈이죠. 소득대체율이 인하돼왔다는 건 개인이 받는 연금 규모가 작아졌음을 의미해요.

하지만 그렇다고 젊은 세대들이 손해를 보는 건 아니에요. 낸 돈보다 더 많이 받는 국민연금의 기본 설계는 달라지지 않았거든요.



지난해 기준으로 국민연금의 평균 수익비는 1.6배(최고 보험료 납부자)~2.9배(최저 보험료 납부자). 임금이 높은 사람도 본인이 낸 연금 보험료의 1.6배에 달하는 돈을 돌려받는다는 뜻이에요.

어떻게 이런 수익이 가능하냐고요? 매년 오르는 물가상승률을 반영하고, 지급 기준이 되는 기준 소득도 과거의 화폐가치를 현재의 화폐가치로 환산하죠. 민간보험사와 달리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사업비’도 떼지 않아요.

소득대체율이 낮아지면서 젊은 세대가 부모 세대보다 연금을 덜 받는 건 맞아요. 그럼 젊은 세대들이 낸 돈보다 덜 돌려받는 손해를 볼 것인가, 그건 아니라는 거죠.

뭐, 이런 문제들이 오해였다고 해서 국민연금이 완벽한 제도라는 뜻은 아니에요.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혜택을 주고, 동시에 과다한 보험료 부담은 억제해야 하는 사회보험의 특성상 우리가 불합리하다고 느껴지는 사례가 존재하거든요.

대표적인 것이 맞벌이 부부 중 배우자가 먼저 사망할 경우예요.



부부가 함께 국민연금을 받고 있다가 남편이 먼저 사망한 경우를 예로 들어 볼게요. 이때 남편이 받던 국민연금을 부인이 이어받을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아요. 노령연금을 받던 부부 중 한쪽이 먼저 사망한다면 유족연금이 나오게 돼 있어요. 하지만 유족연금을 받을 배우자 역시 노령연금 수령자라면? 본인의 노령연금과 배우자의 유족연금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죠.

결과적으로 남편이 평생 냈던 보험료, 혹은 아내가 평생 냈던 보험료 둘 중 하나는 포기해야 하는 셈이에요. 30~40년 동안 남편과 부인이 함께 매달 돈을 부어 왔는데 억울할 수밖에 없죠.

국민연금은 만약 두 가지 이상의 급여가 발생하고 이를 모두 지급 받는다면 당사자는 좋겠지만 결국 다른 가입자들의 보험료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에요.

국민연금은 수급연령 전에 돌려받지도 못해요. 민간보험과 다른 점이죠.



급전이 필요하거나, 몸이 아파서 수급연령이 되기 전 지금까지 냈던 국민연금을 좀 돌려받고 싶다. 이게 안 된다는 의미에요.

아, 가능한 경우가 있긴 해요. 죽거나, 국적을 옮겼을 때. 그때만 중도 일시금 지급이 가능하죠.

이것 역시 제도 운용 목적에 그 이유가 있어요. 중간에 임의로 국민연금을 돌려받는 것이 가능해진다면 우리 사회 공동체의 노후 대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거죠.



국민들이 국민연금에 불만을 갖는 이유는 이것보다 더 다양해요. 기업과의 유착 의혹이나 무리한 기금 운용, 이해할 수 없는 제도상의 허점 등이 있겠죠.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지만 분명한 것은 노인빈곤 문제가 앞으로 점점 심각해질 우리나라에서 국민연금이 사회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거예요.

우리가 내고 있는 돈이 나와 내 주변 사람들, 우리 사회 모두의 미래를 대비하는 안전장치로 쓰이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매달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국민연금 보험료를 아깝다고 느끼는 일은 더 이상 없지 않을까요?
/정순구·이종호기자 soo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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