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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아카데미]경영전략, 집중화냐 다각화냐

한우물 코카콜라 vs 외식업 펩시...전략 다르지만 '핵심 중시' 원칙 같아

<오성주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오성주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연일 계속되는 무더위에 청량감 하면 먼저 떠오르는 음료가 바로 콜라다. 특히 코카콜라와 펩시의 본고장인 미국에서는 여름이 더울수록, 올림픽 같은 스포츠 이벤트라도 있으면 두 라이벌이 사활을 걸고 경쟁을 벌이는 탓에 이를 지켜보는 소비자들은 그 재미로 무더운 여름을 심심하지 않게 보내고는 한다.

그러나 경험적으로는 이러한 경쟁의 결과 어느 한쪽의 사세가 기울기도 했고 연관 사업이 재편되면서 해고도 많았기 때문에 업계는 이를 마음 졸이며 지켜볼 수밖에 없다. 더욱이 두 글로벌 공룡의 사업구조와 경영전략에는 차이가 있어 컨설팅 업체들 간에도 어느 전략이 더 우월한가를 두고 시대와 환경의 변화에 따라 열띤 논쟁이 있어왔다.



콜라 양대산맥 코카-펩시, 전략 우열 못가려

코카콜라 오리지널 집중해 세계최고 자리매김

후발주자 펩시 차음료 등 다각화로 전성기 누려

벤치마킹 대상도 기업환경 따라 서로 달라



집중화 땐 성장 한계·다각화 땐 역량 분산 단점

두회사 각각 경쟁력 갖춘 상태서 보완전략 성공

우선 두 기업의 공통점은 모두 100년 이상 된 장수 브랜드가 있고, 약효가 있는 ‘코카’잎과 소화효소인 ‘펩신’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스토리를 가졌다는 것이다. 또 두 기업은 글로벌화에 있어서도 1920년대 유럽과 중남미를 거쳐 1940년대 이후에는 아프리카·아시아까지 앞다퉈 진출하면서 경쟁 시장을 전 세계로 확대했다.

그러나 두 기업은 다각화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우선 펩시는 다각화를 통해 사업 경쟁력을 유지하거나 강화해왔다. 펩시가 후발주자였던 탓에 시장 점유율이나 가격이 코카콜라보다는 다소 낮았고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과일·차(茶) 음료, 스포츠드링크 등 무(無)탄산음료나 스낵·레스토랑 사업 등 음료 소비와 연관된 분야로 확장을 추구했다. 대표적인 브랜드가 게토레이·트로피카나(음료), 치토스·도리토스(스낵), KFC·피자헛·타코벨(외식) 등이다. 현재 외식 사업은 시너지보다는 경쟁업체들의 견제가 펩시콜라 매출을 오히려 잠식한다는 판단으로 매각했다. 하지만 펩시의 다각화 전략은 음료 업계가 불황이거나 탄산음료 섭취로 인한, 특히 청소년 건강에 대한 불안 인식이 커졌던 2000년대 중반부터 탄산음료에 대한 높은 의존도에서 발생하는 리스크를 줄여 창업 이후 100여년 만에 펩시의 매출(2004년)과 시가총액(2005년)이 코카콜라를 넘어서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한편 코카콜라는 콜라 사업에만 집중하는 전략을 사용해왔다. 1980년대 펩시의 공격적인 마케팅이 한때 코카콜라를 위협하자 기존 제품을 단종하고 ‘뉴 코크(New Coke)’를 출시했다. 시장에서 혹평이 쏟아지자 코카콜라는 새 제품을 개발하거나 다른 사업으로의 확장을 모색하지 않고 3개월 만에 기존 ‘코크(Coke)’로 돌아가는 등 고집스러울 정도로 코카콜라에만 집중했다. 이후에도 지속적인 스포츠 마케팅 활동과 각국의 언어 특성을 활용한 슬로건 제작 등을 콜라 한 제품에만 집중해 ‘코카콜라’를 명실상부한 최고의 브랜드로 만들어 20년 가까이 세계 1위를 유지했다. 오늘날에도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코카콜라로 만들어내고 있다. 2018년 브랜드가치 6위(포브스 기준 573억달러)로 라이벌인 펩시(29위·184억달러)와의 격차를 더 벌렸다.

업종의 특성과 경쟁상품이 같은 두 기업의 전략이 이렇게 상이한데도 각자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보니 다각화와 집중화 중에서 어느 전략이 더 효과적이라고 선뜻 말하기가 어려울 듯하다. 한때 펩시는 다양한 사업구조가 기업의 역량을 분산시켜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고, 코카콜라는 전사 역량이 너무 특정 제품에 집중돼 성장하지 못하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던 터라 어떤 상황에서 어느 기업을 더 벤치마킹해야 하는지 판단하기 어렵고 항상 헷갈릴 수밖에 없다. 다소 우스갯소리로 다각화로 실패한 기업에는 코카콜라의 사례를 제시하고 집중화로 정체된 기업에는 펩시를 벤치마킹하라고 하면 그만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그러면 컨설팅 업체들은 항상 돈을 벌 수 있으니 말이다.

최근 우리 기업들이 신흥국과 선진국 사이에 끼여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면서 성장동력에 대한 고민이 많다. 특히 철강이나 자동차 같은 대규모 사업들은 글로벌 통상마찰까지 더해져 그 고충이 배가되고 있다. 앞선 사례에서처럼 기업마다 처한 환경이 다르다 보니 다각화와 집중화 전략 중 어느 것이 더 낫다고 말하는 것은 어쩌면 무의미할 듯하다. 다만 두 가지 상이한 전략을 가지고 고민하기에 앞서 참고할 만한 것은 두 기업 모두 역사가 스며 있는 콜라 사업을 가장 중시하면서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다각화나 집중화를 고려했다는 것이다. 혹시 우리 기업들이 본연의 사업은 제쳐두고 미래 성장동력에만 매달리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볼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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