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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홍우 선임기자의 무기이야기] 해상초계기, 수시로 '물샤워'..혹서기 한낮엔 이륙 자체 제한도

<49> 무기의 '여름나기'

전투기, 고온선 엔진출력 저하

활주로도 탄성 약해져 제동거리↑

수중작전 잠수함은 폭염에도 느긋

병사도 온도따라 옥외훈련 중지

경계근무 나갈땐 아이스팩 활용

초계비행을 마치고 기지에 돌아온 P-3K 해군 해상초계기가 찬물 세례를 받고 있다. 감시 및 정찰장비가 많은 해군 해상초계기의 경우 전자장비의 성능 유지와 염분 제거를 위해 주기적으로 동체 물청소를 실시하고 있다.




무기도 더위를 먹는다. 여름철일수록 관리가 부실하면 성능을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폭염을 맞아 각 군은 병사들의 건강 유지를 위해 훈련 일정을 조정하면서 무기의 성능 유지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무기의 여름 나기’를 간략히 알아본다.

◇최첨단 전투기 운용도 영향=첨단 항공기술과 전자공학의 총아인 전투기도 여름을 탄다. 전투기는 물론 활주로까지 폭염에서 자유롭지 않다. 전투기는 엔진 출력이 떨어지고 활주로는 탄성이 약해져 제동거리가 늘어난다. 대안은 비행 제한. 비행단별로 지휘관(단장)의 판단에 따라 항공기 운용시간을 조정하고 있다. 통상 각 비행단은 기온이 가장 높은 오후1~3시에 긴급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륙 자체를 제한한다. 중부지역 전투비행단의 한 대대장은 “혹서기 한낮에는 비행을 자제하고 오전이나 오후 늦게 훈련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며 “여름철은 해가 길어 오후 늦게까지 비행이 가능해 훈련 일정을 소화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한낮의 비행을 제한하는 것은 전투기의 성능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 국내 사례는 없지만 해외에서는 고온 시 이륙이 안전사고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기온이 치솟으면 활주로상의 공기 밀도가 낮아져 엔진 출력에 영향을 미친다. 엔진 출력에 확신이 없으면 무장 장착에 위험이 따른다. 전투기에 달리는 무장은 공대지·공대공 미사일, 기관포탄과 재래식 폭탄. 장거리 비행의 경우 보조연료탱크까지 달지만 엔진 출력이 완전할 때만 완전 무장이 가능하다.

엔진 출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무장을 평상시처럼 실을 경우 이륙거리가 늘어난다. 활주로 끝에서야 겨우 이륙하는 경우까지 발생한다. 이륙 자체를 긴급 중단하는 경우도 고온 때문에 활주로 상태가 상대적으로 흐물흐물해 브레이크 작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자전 장비가 많은 공중경보기 같은 경우 하늘이 아니라 주기장에 계류된 상태, 즉 땅에서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폭염과 고온, 강력한 자외선으로 전자전 장비들이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거대한 격납고에 넣거나 전자장비의 상태를 수시로 점검한다.



◇해상초계기·함정 탄약고 샤워, 잠수함은 느긋=해군도 항공기 운용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감시 및 정찰장비가 많은 해상초계기는 혹서기에 활주로에 설치된 시설에서 샤워로 기체를 식히고 비행 중에 묻었을지도 모를 염분(소금기)을 날린다. 해상작전헬기는 주요 부품이 동체로 보호되지는 않는 구조상 물 샤워가 어렵고 뜨거운 햇볕을 피해 지상이나 함정의 격납고에서 대기하는 게 보통이다. 함정에서도 갑판장은 외부 갑판의 온도를 수시로 확인한다. 폭염으로 함정이 뜨거워지면 탄약고에 보관 중인 폭탄이나 미사일의 성능 유지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탄약고 주변이나 윤활유 계통에는 해수나 청수를 뿌려 온도를 낮춰준다.

함정별로도 더위에 희비가 엇갈린다. 구축함과 호위함·초계함·상륙함 등 대부분의 수상함은 병사들의 생활과 장비 유지에 큰 어려움이 없다. 에어컨이 완비돼 있어서다. 다만 함정의 입출항 시 지원업무를 맡는 상륙보조정(LCM) 같은 경우 에어컨이 없어 더위에 약하다. 반대로 폭염에 가장 느긋한 함정은 잠수함이다. 승조원들은 비좁은 함내에서 불편하게 생활하지만 수중 온도가 낮아 수중작전에서만큼은 폭염을 모르고 지낸다.

◇병사들은? 최전방은 여전히 폭염 속 경계임무=전군 공통으로 온도가 올라가면 훈련을 조절한다. 국방부의 부대관리훈령 217조는 ‘29.5도를 초과하면 실외 군사활동 시간 단축 및 군사활동을 조정하라’고 규정한다. 여기서 온도는 단순한 온도가 아니라 온도지수다. 건구와 습구, 흑구온도를 이용해 태양 복사열의 영향을 받는 옥외환경을 평가하는 데 사용하도록 고안된 지수로 섭씨온도보다 3~4도 낮은 게 보통이다. 육군의 경우 온도지수 31도 이상이면 옥외훈련을 제한하거나 중지한다.

최근에는 병사들의 인권이 중시되며 이 같은 기준이 제대로 지켜지는 분위기다. 전군 생활관에 100% 설치된 에어컨 덕분에 적어도 실내에서는 쾌적한 생활이 가능하다. 기획재정부 국방예산 담당자들이 장병의 부모들에게 ‘예산으로 에어컨을 설치해줘 고맙다’는 편지를 받는다는 소식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전방은 사정이 다르다. 아무리 더워도 경계를 멈출 수는 없기 때문이다. 방탄조끼 안에 아이스팩 조끼를 껴입어도 금세 녹아버리고 만다. 전방의 병사들은 한낮의 폭염에서 열대야까지 방탄조끼와 방탄헬멧을 쓰고 철책선 계단을 오르내리고 있다.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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