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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71년 돼지띠





2015년 11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케이블TV에서 방영된 ‘응답하라 1988’를 아내가 유난히 즐겨봤다. 그냥 보는 정도가 아니라 몰입하고 공감했다. ‘응팔앓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인기여서 그러려니 했는데 한참 후에야 이유를 알았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동네 절친 5인방, 덕선·정환·선우·택·동룡이 집사람과 같은 1971년생 돼지띠로 나왔기 때문이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겪은 일상과 흡사한 모습이 그려졌으니 안 빠져들 수 없었을 것이다. 특히 동갑내기로 열연한 5인방에 남다른 동질감을 느꼈을 법하다.

드라마에서도 한 동네에 동갑내기가 한집 건너 있을 만큼 1971년생은 어딜 가나 많았다. 당시 태어난 신생아 수가 역대 최고인 102만4,773명으로 베이비붐 세대 대표주자인 1958년 개띠(90만여명)조차 명함을 못 내밀 정도다. 그 해가 특별한 돼지해라고 해서 애를 많이 낳은 모양이다.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도 4.54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지난해 출생아 수 35만7,700명, 합계출산율 1.05명과 비교하면 꿈같은 수치다.



동년배가 넘쳐나니 1971년생은 어디를 가도 늘 엄청난 경쟁을 치러야 했다. 당연히 초등학교 입학자 수는 역대 최대여서 오전·오후반으로 나눠 수업을 들어야 했다. 대입 경쟁률 역시 사상 최고였다. ‘응팔’에서 덕선이 대학 포기를 선언하고 정봉의 7수 얘기가 나오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이런 치열함 속에서도 풍요로움을 맛본 세대다. 1971년생이 제대로 대학에 가면 90학번이다.

이들이 대학에 입학한 1990년대는 3저 호황의 끝자락으로 연평균 7~9%의 고도성장기였다. 덕분에 오렌지족·신세대·X세대로 불리며 나름 풍족한 젊은 시절을 보냈다. 세계화 열풍이 불어 어학연수·배낭여행이 제철을 맞은 것도 이때다. 하지만 졸업 후 취업한 지 얼마 안 돼 IMF 금융위기라는 풍파를 겪었는데 퇴직 후의 부담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만 60세가 되는 2031년부터 우리나라 인구가 감소할 전망이어서 저출산·고령화 사회를 최전선에서 체감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그렇더라도 행정안전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1971년생 인구가 94만4,179명으로 가장 많으니 응집력을 발휘하면 충분히 파고를 헤쳐나갈 수 있지 싶다. 아내를 포함한 모든 1971년 돼지띠의 행운을 빈다.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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