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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워치] 외면당한 지구의 절규…분노가 열꽃으로 피다

['유명무실' 온실가스 감축 협약]

미국 자국 이익 앞세워 파리협약 탈퇴  

러시아·日·캐나다는 교토의정서 하차  

온실가스 1위 中은 굴뚝 연기 안 멈춰

파리기후협약 비웃듯 온실가스 배출량 늘어

앞으로 기온 1도 오르면 감축 의미 없어

경제논리 매몰돼 '온실지구' 운명 맞을수도





“세계는 기후변화에 맞선 전쟁에서 패배하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온실가스 감축을 기치로 내걸며 시작된 기후변화와의 연합전투에서 인류의 패색이 짙어지고 있다. 세계 각국이 더 이상은 기후변화를 방치할 수 없다며 머리를 맞댔지만 이해관계 충돌로 갈등만 격화되면서 이탈자까지 발생했다. 세계가 우왕좌왕하는 사이 온실가스 배출량이 해마다 늘어나는 가운데 지구온난화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6월1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미국의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를 공식 선언하고 있다. /워싱턴DC=AP연합뉴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 세계의 첫 연대는 교토의정서다. 지난 1992년 6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유엔환경회의 참가국들은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가입하고 매년 당사국총회(COP)를 열어 온실가스 감축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후 1997년 12월 일본 교토에서 열린 제3차 당사국총회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의 55%를 차지하는 선진 38개국이 의무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990년 대비 5.2% 줄이는 내용의 교토의정서가 도출돼 2005년 2월 발효됐다. 교토의정서는 1차적으로 2012년을 감축시점으로 정했으며 2012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18차 당사국총회에서는 오는 2020년까지 교토의정서의 시효를 연장하기로 했다.

교토의정서를 통해 처음으로 구체화된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은 파리기후변화협약으로 이어지며 본격적인 결실을 거두는 듯 보였다. 교토의정서 만료 후 새로운 기후체제의 근거가 될 파리협약은 2100년까지 지구의 평균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섭씨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감축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195개국은 2015년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당사국총회에서 만장일치로 파리협약을 채택했다. 2016년 11월에 발효된 파리협약은 교토의정서 만료 직후인 2021년 1월부터 적용된다.



하지만 20년 넘게 이어져온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진전은 찾아보기 힘들다. 환경 문제에 정치와 경제 논리가 작용하면서 탈퇴국이 속출하고 이행시점도 자꾸만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2001년 3월, 2017년 6월 각각 국가이익을 명분으로 교토의정서와 파리협약에서 탈퇴했다. 교토의정서 의무 이행국인 러시아·일본·캐나다도 교토의정서 만료를 8년 앞두고 2012년 하차했다.

특히 미국에서 자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최우선 외교 노선으로 삼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한 뒤에 분열의 골은 깊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업적으로 평가되는 파리협약에서 탈퇴하면서 “파리협약은 미국에 수조달러의 비용을 전가하고 일자리를 빼앗아간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전임 행정부 때 강화된 자동차 연비 기준마저 동결하며 기후변화 의제에서 더 멀어졌다.

환경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미 파리협약이 휴지조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협약이 무력화되는 데 대해 많은 국가들이 미국에 책임을 묻고 있지만 내막을 살펴보면 애초에 참가국들의 의지가 부족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파리협약 체결 당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보수적으로 설정한 탓에 기온 상승폭을 2도로 제한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온실가스 1위 배출국인 중국이 얼마나 감축 의지를 갖는지도 문제이고 선진국들이 ‘지속 가능한 개발’이라는 모호한 구호를 내세워 의미 있는 조치를 끌어내기가 어렵다는 비판도 있다. 선진국에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과했던 교토의정서와 달리 파리협약은 참가국 모두가 동참해야 하지만 강제성이 없는 협약을 각국이 얼마나 준수할지는 미지수다.

미국이 협약에서 뛰쳐나가고 각국이 눈치작전을 펴는 사이 온실가스 배출량은 오히려 늘었다. 세계 1위 배출국인 중국을 포함해 개발도상국이 집중된 아시아에서 굴뚝 연기가 멈추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해 에너지 사용으로 발생한 이산화탄소는 전년 대비 1.7% 늘어 사상 최대치인 32.5기가톤에 달했다. 지난 3년간 뚜렷한 변화가 없던 배출량이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파리협약을 탈퇴한 미국에서 대체에너지 사용이 늘어난 효과로 이산화탄소 감소량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세계 에너지 수요는 2.1% 늘어났는데 이 중 40%가 중국과 인도의 몫이었다.

앞으로 지구의 평균기온이 1도만 높아지면 파리협약에 관계없이 지구는 온실가스 감축이 소용없는 상태에 접어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독일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PIK)와 덴마크 코펜하겐대, 호주국립대 연구진은 지구의 평균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오를 경우 온실가스 감축 노력과는 무관하게 ‘온실지구(Hothouse Earth)’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최근 내놓았다. 온실지구란 지구의 평균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4∼5도 오르고 해수면은 현재보다 10∼60m 상승하는 최악의 상태를 말한다. 지구의 기온은 이미 산업화 전 대비 1도 오른 상태여서 임계점까지 1도밖에 남지 않았다. 지구가 연간 0.17도씩 더워지고 있어 이번 세기말에 온실지구 단계로 접어든다는 계산이 나온다. 연구진은 “이번 세기말 혹은 그보다 더 일찍 온실지구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다”며 “세계가 파리협약을 지키더라도 온실지구로의 진입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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