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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비서 성폭력 혐의' 1심서 무죄] 法 "위력행사 정황 없어...성적자기결정권 침해도 증명 안됐다"

피해자 진술 신빙성도 인정 안돼

'성범죄 넓게 해석' 입법 필요성 지적도

檢·여성계 "납득 못해" 잇단 반발

김지은씨 "살아서 끝까지 싸울 것"

‘안희정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 회원들이 14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1심 무죄 선고를 비판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서에게 성폭력을 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심 판결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안 전 지사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전 충남도지사 정무비서 김지은씨를 상대로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과 강제추행,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등을 저지른 혐의로 지난 4월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안 전 지사에 대해 징역 4년을 구형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조병구 부장판사)는 14일 열린 선고공판에서 안 전 지사의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판결의 관건은 위력의 행사 여부였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유력 정치인이며 피해자의 임면권을 가졌다”며 위력의 존재를 인정했다. 하지만 “피고인이 위력을 항시 행사했다고 볼 수 없고 개별 범행에서 위력이 행사됐는지에 대한 증명이 부족하다”면서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침해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위력이 행사되지 않았으므로 처벌이 불가하다는 판단이다.

구체적으로 피해자의 자유의사가 제압될 정도의 위력이 행사됐는지가 쟁점이었다. 재판장인 조 부장판사는 첫 간음행위에 대해 “피고인이 맥주를 들고 있는 피해자를 포옹하며 ‘외롭다, 안아달라’고 말한 행위가 위력을 행사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을지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관용차에서의 추행에 대해서도 “피고인이 위력을 행사한 사정은 보이지 않고 오히려 피해자가 피고인의 신체접촉 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행동을 취했다”면서 위력의 행사를 부정했다.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도 판결의 근거로 작용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정상적 판단력을 갖춘 성인남녀 사이의 일이고 저항을 곤란하게 하는 물리적 강제력이 행사된 구체적인 증거는 보이지 않는다”며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이며 사실상 유일한 증거가 피해자 진술”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첫 번째 간음 후 지속적으로 피고인을 지지하고 업무를 수행한 점 △최소한의 회피와 저항 등 언행이 없었던 점 △피해자가 안 전 지사 부부침실에 들어간 상화원 사건 등에 대한 해명 등을 언급하면서 신빙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조 판사는 “신빙성이 떨어지는 진술이나 태도가 성폭력 피해나 2차 피해로 인한 충격에 의한 것인지도 고민했다”고 언급했다.





결국 재판부는 이러한 판단 아래 간음죄의 보호법익인 성적 자기결정권이 침해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재판부는 “현행 처벌체계하에서는 피해자 내심에 반하는 상황이었다 할지라도 피해자의 성적 자유가 제압됐다는 증거가 부족하면 피고인의 행위를 성폭력 범죄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거나 적극적인 동의를 표현하지 않은 성관계에 대한 처벌 여부는 전반적인 사회의 성(性) 인식과 함께 입법·정책적 변화가 있어야 한다”며 현행 법체계의 한계를 설명했다.

검찰과 여성계는 판결 직후 즉각 반발했다. 서울서부지검은 입장문을 내고 “법원의 무죄 선고를 납득하기 어렵다. 피해자는 피해 사실을 일관되게 진술하는 등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된다”면서 “항소심에서 공소사실을 입증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피해자 변호인인 정혜선 법무법인 이산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성범죄 요건을 완화하면서 판결 범위를 넓혀가는 동향과 피해자의 자발적 동의 여부를 성폭력 요건으로 정하는 선진국이나 대법원 판례에도 반한다”며 “사건의 사회적인 의미에 대한 고민이 없었던 판결”이라고 강조했다. 재판부가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협소하게 해석했다는 지적이다.

이날 법원 앞에 모인 ‘안희정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은 “재판부는 ‘성인지 감수성’ 등 ‘핫한’ 단어만 뜻도 모르고 사용했다”면서 “범죄자는 감옥으로, 피해자는 일상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끈질기게 연대하고 싸우겠다”며 사법부를 규탄하기도 했다.

피해자 측은 항소 의사를 피력했다. 피해자 김씨는 “굳건히 살아서 안희정의 범죄 행위를 법적으로 증명할 것”이라며 “부당한 결과에 주저앉지 않고 끝까지 싸우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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