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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영화 '목격자']당신의 아파트서 살인을 목격했다면…

유혈 낭자한 살인사건 현장서

범인과 눈 마주친 평범한 가장

'당신은 신고할수 있나' 질문

영화 내내 긴장감 유지는 탁월

허무맹랑한 결말 아쉬움 남아









모두가 잠든 새벽 한 여자의 비명 소리가 아파트 단지에 울려 퍼진다. 창밖에선 유혈이 낭자한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있지만 어느 집 하나 미동도 없다. 그리고 이 상황을 우연히 지켜보게 된 평범한 가장 상훈(이성민)은 범인(곽시양)이 자신을 발견할까 숨을 죽인다. 어렵게 마음을 먹고 신고하려는 찰나, 막 깨어난 아내가 거실 불을 밝히고 상훈은 자신의 집 층수를 세고 있는 범인을 보게 된다.

사건의 목격자가 된다면 우리는 선뜻 신고할 수 있을까. 더욱이 범인이 나의 정체를 알 수도 있다면 내가 본 진실을 낱낱이 고할 수 있을까. 누구나 한 번쯤 상상해봤을 법한, 목격자가 되는 일은 자부심 넘치지도 짜릿하지도 않다. 신변이 노출될까 매초, 매시간 두려움에 떨어야 하며 살인사건과 관련한 소문이 일파만파 퍼져 집값이 떨어질까 좌불안석이 된다.

상훈이 맞닥뜨리는 상황도 마찬가지다. 아내, 아이와 마련한 보금자리는 은행 빚이 절반이고 매순간 자신과 가족을 위협하며 다가오는 범인 때문에 입조차 열 수 없다. 미리 약속이라도 한 듯 입을 꼭 다문 주민들 사이에서 목격자를 찾는데 혈안이 된 형사 재엽(김상호)은 상훈이 목격자라는 사실을 직감하고 그를 자극하기 시작한다.



영화의 배경을 일상의 공간인 아파트 단지 안으로 좁히면서 영화 속 인물들이 겪는 공포와 긴장감은 관객의 살갗을 파고든다. 시종일관 ‘당신이라면 신고할 수 있느냐’고 묻는 이 영화는 때때로 단선적이라는 느낌을 주지만 서스펜스를 직조하는 방식만큼은 신선하다.

살인사건에 또 다른 목격자의 실종사건까지 뒤숭숭한 일들이 잇따르면서 나타나는 주민들의 행태는 적나라하다. 소문이 새어나갈까 실종자를 찾는 전단 돌리는 일조차 주민회의 이름으로 막고 목격한 내용을 진술하지 않겠다는 서명까지 받는다. 그러나 집단 이기주의는 끝내 우리 삶을 위협한다. 잡지 못한 범인은 또 다른 살인을 일삼고 우리를 보호하는 최소한의 테두리인 공동체도 무너지기 시작한다.

이쯤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를 잠시 소환해보자. 이사 가면 윗집 아랫집에 떡을 돌리고, 이웃집 경조사는 빠짐없이 챙기던, 부부가 외출할 때면 이웃집에 아이를 마음 편히 맡기던 시절은 지난 지 오래다. 영화 속에 드러난 상훈의 불안감과 이웃과의 단절은 옛 시절에 오롯이 새겨져 있던 아날로그적 삶의 패턴이 멸종됐음을, 그리하여 소소한 삶의 의미를 안겨줘야 할 일상이 어느새 불신과 불안의 장으로 변화했음을 감독은 넌지시 드러낸다.

분명하고 직설적인 메시지에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긴장감을 유지하는 영화의 문법은 탁월하다. 그러나 현실감 떨어지는, 허무맹랑한 결말은 아쉬움을 남긴다. 15일 개봉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사진제공=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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