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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국채 불완전판매 논란 확산]증권사 "정부 리스크 헤지 가능" 과도한 낙관..권유기준도 모호

터키·남아공 채권 사들인 뒤

"국채 아닌 IFC가 발행한 채권

부도위험 없다" 무리한 리테일

증권사, 해외채권 중개만 가능

"고객 투자성향따라 설명할 뿐"

불완전판매 기준 없어 논란 지속





터키 국채로 인한 손실에 투자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고위험 채권을 적극 판매한 증권사를 대상으로 불완전판매 논란까지 확산되고 있지만 손실폭은 이미 손절매 상황을 지나쳐버렸다. 개인투자자들의 ‘하이리스크·하이리턴(고위험·고수익)’ 베팅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과 함께 증권사들의 무리한 고위험 채권 리테일 판매에 대한 문제 제기도 뒤따른다.

터키 채권에 대한 투자 바람은 2년 전 브라질 국채의 고수익 열풍이 방아쇠가 됐다. 환차익과 자본차익으로 최대 40%까지 수익을 냈던 브라질 채권에 자극을 받은 투자자들은 터키·아르헨티나 등 정치·경제 상황이 불확실한 국가의 채권으로 눈길을 돌렸다. 불과 5년 전인 지난 2013년 버냉키 쇼크에 ‘채권=안전자산’이라는 공식이 깨지는 것을 지켜봤음에도 고수익의 유혹은 달콤했다. 50%가 넘는 손실이 발생하자 “이제는 들어갈 시점”이라는 말이 다시 인터넷 투자 카페에 돌며 증권사에는 터키·아르헨티나·러시아 채권 투자에 대한 문의가 늘고 있다.

터키 채권은 연 10%에 달하는 이자를 지급하는 중위험ㆍ중수익 투자수단으로 지난해 10월부터 인기를 끌었다. 특히 올해 초 이머징마켓은 금리가 높고 외환시장에서 통화 절하 가능성도 그리 크지 않다는 분석이 쏟아지며 개인투자자들을 끌어모았다. 그러나 상황이 급변했다. 미국과의 무역갈등과 내부 정치적 변수 등이 환율을 뒤흔들었다. 미국이 터키와 러시아 등을 대상으로 경제제재에 나서면서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터키중앙은행이 올 2·4분기 기준금리를 500bp(1bp=0.01%) 인상하며 채권 손실에 대한 우려감도 높아졌다. 터키 리라화 가치는 1월 달러당 3.79리라에서 최근 7리라까지 떨어졌다. 신흥국 국채 투자자들은 대개 높은 금리에 따른 수혜를 기대하지만 최근 10년물 채권 금리는 20%를 넘어서는 등 오히려 고공행진 중이다. 환율이 안정세를 찾으며 환손실은 줄어들 수 있지만 금리 상승으로 인한 자본손실은 단기간에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터키 등 신흥국 고위험 투자에 대한 우려는 2014년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브라질 채권 등 해외 국채 판매에 적극적인 NH투자증권마저도 2014년부터 터키의 금융 불안정에 대해 경고했다. 현재 미국 목사 가택연금으로 인한 터키와 미국 간 관계 악화는 이미 2016년부터 불거진 문제다. 미국의 경제보복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외국인은 터키 주식을 투매하고 채권을 팔아치웠다. 금리 급등, 리라화 폭락은 이미 예고됐다. 앞서 4월 말 일부 증권사들은 “터키 국채나 유럽투자은행 발행 채권 모두 리라화 가치 하락으로 인한 추가 환손실 가능성이 있지만 유럽투자은행은 디폴트 리스크가 낮은 편”이라며 “손절을 한다면 국채를 먼저 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올해 상반기에도 하나금융투자·NH투자증권 등이 터키 투자를 자제하라는 경고성 보고서를 발간하기도 했다. 신흥국이지만 브라질 국채 투자에 대해서는 상당수의 증권사가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은 것과 대조적이다.

이러한 경고에도 환매를 하지 않은 것은 개인투자자들의 책임이다. 하지만 고위험 채권의 판매나 중개 과정에서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은 증권사도 도의적 책임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올해 초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터키 채권에 투자해 리테일 중개한 일부 증권사들은 국채가 아닌 국제금융공사(IFC)와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이 리라화로 발행한 채권이기 때문에 부도 위험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정치가 불안정한 신흥국에서 흔히 발생하는 정부 리스크를 헤지할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증권사의 설명이 당시에는 틀리지 않았지만 개인투자자들에게는 낙관적인 전망으로만 들릴 수 있는 오해의 소지를 다분히 안고 있다. 국채 판매에 대한 불완전판매 의혹 제기도 뒤따를 수밖에 없다. 현재 모든 증권사에서 해외 채권은 중개만 가능할 뿐 투자를 권유할 수 없다. 하지만 권유의 기준은 논란이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일부 투자자들은 증권사로부터 투자를 권유받았다며 불완전판매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면서도 “해외 채권 투자 불안전판매의 기준은 모호하고 고객의 투자성향에 따라 설명한다”고 말했다.

증권 전문가들은 터키를 포함한 신흥국 투자에 있어서는 리스크 관리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수익률이 떨어지자 추가나 신규로 터키 국채 투자에 나서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유동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터키의 국내총생산(GDP) 중 54%는 대외부채인데 GDP 중 15% 이상인 외환보유액을 바탕으로 버티기에 들어가면 현 상황은 장기전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터키가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고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는 게 가장 빠른 방법이지만 상당한 시간과 고통이 필요해 보이기 때문에 아르헨티나의 구제금융보다 수위가 강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 역시 “터키는 단기 환율 조정 기능을 상실했고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훼손됐다”며 “정치 문제가 경제에 번졌기 때문에 이후를 예단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서지혜·권용민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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