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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홍우 선임기자의 무기이야기] 육군 전투모 '원통형'으로 교체 유력..내년부터 베레모와 혼용

<51> 7번째 바뀌는 군모 디자인
기존 야구모자 스타일서 머리부분 둥글게 가다듬어
미군 '패트롤 캡'과 비슷.. 얼굴형 관계없이 어울려
황동성.편의성.자긍심 고취로 정신전력 강화 기대

[권홍우 선임기자의 무기이야기] 육군 전투모 '원통형'으로 교체 유력..내년부터 베레모와 혼용

50만 육군이 내년부터 베레모·전투모 혼합 착용을 시작한다. 새로 보급될 전투모의 디자인 최종 시안 몇 가지도 나왔다. 야구모 스타일이 아니라 원통형으로 미군의 패트롤 캡(patrol cap)과 비슷한 형태가 가장 유력하며 통기성은 미군용보다 나은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은 휴가나 외출·외박, 공식행사에서는 베레모를 착용하고 평상시나 훈련에서는 전투모를 쓰는 혼용 방식을 도입할 계획이다. 군모의 역사를 보면 근대 이후 베레모는 특수부대, 전투모는 일반병사들의 기본 군모로 자리 잡았다. 해병대의 상징인 팔각모도 베레모의 발전형이다.

기존 야구모 스타일서 머리부분 둥글게 가다듬어

미군 ‘패트롤 캡’과 비슷..얼굴형 관계없이 어울려

활동성·편의성·자긍심 고취로 정신전력 강화 기대



◇신형 전투모의 디자인=몇 종류의 시안 가운데 가장 유력한 대안은 원통형이다. 육군이 지난 1984년부터 베레모를 도입한 2011년까지 27년 동안 착용했던 야구모형 전투모와 확연하게 구분된다. 해군과 공군이 여전히 전투모로 사용 중인 야구모형이 다시금 채택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일찌감치 배제됐다. 미군이 1960년부터 1985년까지 착용한 야구모형은 안면형이 길고 갸름한 서구인에게 잘 맞지만 동양인의 넓적한 얼굴형과 살찐 사람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았다. 군이 최종 후보로 확정 단계인 새로운 전투모는 굳이 따지자면 야구모보다는 창군 초기의 전투모와 비슷하다. 미군의 현용 전투모 패트롤 캡과도 닮았다. 두상과 관계없이 대부분의 얼굴형에 어울리는 디자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첨단 섬유소재를 사용해 품질은 과거와 비할 바가 아니다.

◇창군 70년, 일곱 번째 변화 모색=이번 결정은 창군 이래 70년 동안 일곱 번째 변화에 해당한다. 국군 창설 이전인 조선경비대 시절부터 군은 미군의 1943년형 야전모(field cap)를 본뜬 전투모(당시 명칭은 작업모)를 착용해왔다. 앞보다 뒤가 약간 높은 원통형으로 한국전쟁 이후 장교들을 중심으로 상단에 철사를 넣어 빳빳하게 보이는 변형이 유행을 타고 1962년부터는 정식으로 인가까지 받았다. 소폭 개량이지만 두 번째 전투모는 1970년까지 썼다. 1971년에는 한국형 전투모가 나왔다. 앞면을 3등분으로 분할해 봉접하고 뒷면은 원통형으로 감싼 세 번째 전투모는 우리나라 고유의 관모인 사모(紗帽)에서 이미지를 따왔으나 장병들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 북한군 작업모와 비슷하다는 불만 속에 1984년부터는 야구모형 전투모가 채용됐다. 네 번째 전투모는 삼각형 모양의 조각 원단 6개를 상단 중앙에서 봉합한 형태였다. 다섯 번째 전투모는 색상이 민무늬에서 얼룩무늬 위장색으로 바뀌었다. 여섯 번째가 베레모 채용, 이번 일곱 번째가 베레모·전투모 혼용이다.

◇‘미군과 비슷하다?’=미군을 따라간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이번에도 재연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이 야구모형 전투모나 베레모를 도입할 때마다 공교롭게도 미군은 전투모의 디자인을 바꿨다. 야구모형 전투모, 베레모도 한국군이 채택하자마자 정작 미군은 버렸다. 이번에는 그럴 가능성이 극히 낮다. 미군은 당분간 패트롤 캡을 교체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새로 개발한 전투모가 미군 것과 비슷하다는 지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원통형 디자인이 미군의 현용 패트롤 캡과 닮은 점이 많아서다. 그렇다면 육군은 이번에도 미국을 베꼈을까. 일반 모자라면 종류와 디자인이 많지만 용도가 분명한 군용 전투모는 디자인 자체가 대동소이하다. 선택지가 많지 않아 닮는 게 지극히 정상적이다.

[권홍우 선임기자의 무기이야기] 육군 전투모 '원통형'으로 교체 유력..내년부터 베레모와 혼용
미군이 현재 사용 중인 패트롤 캡. 평시 사용하며 정찰대 등 특수임무를 맡은 부대가 실전에서도 곧잘 사용한다.

[권홍우 선임기자의 무기이야기] 육군 전투모 '원통형'으로 교체 유력..내년부터 베레모와 혼용
현대 전투모와 정모·예모의 아버지 격인 19세기 초반 군모인 샤코. 대한제국군도 이런 형태의 군모를 썼다. 오늘날에는 사관생도의 예모를 제외하고는 간략화한 형태로 남아 있다.



[권홍우 선임기자의 무기이야기] 육군 전투모 '원통형'으로 교체 유력..내년부터 베레모와 혼용
미국 남북전쟁(1861~1865년) 전쟁기에 북군의 전투모. 유럽 각국이 사용하는 화려한 샤코를 간소화했다.

◇깃털 달린 군모, 프랑스·미국서 간편화=
전투모의 조상은 나폴레옹 전쟁기에 등장한 군모인 샤코(shako). 긴 원통형에 짧은 챙을 가졌다. 병사들의 키를 크게 보이게 해 적을 위압하려는 목적으로 모자가 높다. 예복 차림의 사관생도들이 쓰는 깃털 달린 모자와 비슷하다. 보병은 물론 19세기 중반기까지 전성기를 누린 경기병대가 주로 썼다. 각종 금속 장식물과 깃털·매듭·자수로 화려함을 자랑하던 샤코는 19세기 최대의 전쟁인 남북전쟁을 치른 미국에서 간소화한 형태로 진화했다. 북군은 물론 남군까지 샤코의 기능만 살리고 화려함은 배제한 전투모를 선보였다. 발생 계통은 다르지만 요즘의 정모(peaked cap)도 무겁고 거추장스러운 샤코의 간략화 과정과 맥락을 같이하며 각국에 퍼졌다. 과거 남학생용 중·고교 학생모와 비슷한 정모는 1차대전 직전까지는 야전헬멧 대용으로 쓰였다. 프랑스에서는 남북전쟁 시기 이전부터 샤코가 독특한 방향으로 발전했다. 짧은 챙과 원통으로 단순화한 케피(kepi)는 요즘에도 프랑스군의 정모로도 활용된다. 프랑스 외인부대의 ‘케피 블랑(Les Kepis Blancs·하얀 케피)’이 유명하다.

[권홍우 선임기자의 무기이야기] 육군 전투모 '원통형'으로 교체 유력..내년부터 베레모와 혼용
프랑스 육군 외인부대의 정모인 케피 블랑. 프랑스는 샤코를 케피로 단순화해 작업모 겸 예모로 사용한다. 외인부대는 전투 시에는 철모나 케피 블랑이 아니라 베레모를 착용한다.

[권홍우 선임기자의 무기이야기] 육군 전투모 '원통형'으로 교체 유력..내년부터 베레모와 혼용
미 육군이 2차대전 당시 대량 보급한 1943년식 작업모. 샤코가 극한적으로 간략화한 형태다. 무려 75년 전에 나왔지만 원단의 재질만 다를 뿐 미군의 현용 패트롤 캡이나 한국 육군의 새로운 전투모와 디자인이 흡사하다.

간략화한 샤코의 끝판왕은 미군이 2차대전에서 선보인 작업모. 면 재질로 후줄근했지만 편의성과 활동성이 높았다. 75년 전에 등장했으나 디자인만큼은 미군의 현용 패트롤 캡이나 우리 육군이 새로 채택할 전투모의 원형에 다름 아니다. 미 해군과 해병대, 일부 육군 부대는 8각형 작업모(8 Point Cover)를 썼다. 미 해병대는 1945년부터 각을 세운 변형한 팔각모를 개발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흥미로운 대목은 팔각모도 변형된 베레모라는 점이다.

◇베레모, 특수병·기갑부대 용도로 시작=베레모는 스페인 바스크 지역 등 남유럽의 특산 모자로 처음에는 일체형보다는 8조각을 이은 형태가 더 많았다. 미 육군이 2차대전에 개발한 작업모와 8조각 전통 베레모를 합친 게 군용 팔각모의 원형이다. 남부 유럽의 민병들에게서나 볼 수 있었던 베레모를 처음 채용한 군대는 1889년 프랑스 육군이다. 특수군의 하나로 산악부대를 창설하며 베레모를 지급했다. 실은 이보다 훨씬 이전인 나폴레옹 전쟁 시절부터 챙 없는 모자가 지급된 병사들이 있었다. 도자기나 작은 쇠로 제작된 초기의 무거운 수류탄을 던질 수 있는 체격 좋은 병사들, 즉 척탄병들은 수류탄 투척을 위해 챙이 없는 모자(mitre·마이터)를 썼다.

척탄병과 산악병 등 특수전을 수행하는 엘리트 부대일수록 마이터나 베레모 등 챙 없는 모자가 필요로 했던 셈이다. 베레모는 1차대전 중 프랑스 산악부대와 연합작전을 펼친 영국 기갑부대가 1924년 정식 착용하면서 퍼져나갔다. 비좁은 전차 안에서 챙이 없는 베레모는 더 없이 실용적이었다. 세계 각국에서 기갑과 공수·특수전 요원들이 베레모를 쓰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전투모 부활의 진짜 이유=육군은 전투모 부활을 결정하기까지 오랜 시간을 준비해왔다. 2015년부터는 해마다 장병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선호도를 조사하고 전력에 미칠 요인을 분석한 끝에 혼용을 택했다. 일각에서는 돈이 더 들어간다고 우려하지만 육군은 이번 결정이 전투력 상승에 보이지 않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투모 착용으로 장병들의 편의성과 컨디션이 나아지고 베레모가 주는 자긍심까지 더해지면 정신전력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베레모 착용 이전에는 육군 장병들은 ‘우리도 미군처럼 베레모를 착용해야 한다’는 데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었다.

육군은 전투모 도입과 함께 부대별 특성에 따라 베레모는 물론 전투복까지 차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예를 들면 기갑부대 승무원들이 쓰는 베레모가 획일적인 검은색에서 바뀔 수 있다. 이전처럼 전차와 장갑차 위장과 같은 얼룩무늬 색상의 베레모를 착용한다는 것이다. 육군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운용 혁신책을 다음달 중순에 열릴 대한민국방위사업전 ‘DX 코리아 2018’을 통해 일괄 발표할 예정이다. 육군은 이 자리에서 병력의 미래 구조에 대한 청사진까지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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