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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학대·앵벌이 수단이 된 야생동물카페"

잔인한 사육환경에 동물들 극심한 스트레스 보여

발로 차도 반응 않고 제자리만 도는 등 이상행동

접촉 땐 인수공통전염병 전염 등 사람 건강도 위협

법적 허점에 전국서 난립…이용득 의원, 관련법 발의

최근 찾아간 서울의 한 대학교 근처의 ‘야생동물 카페’. 강아지, 고양 등 반려동물은 물론 라쿤, 왈라비, 긴 코 너구리, 프레리독 등 10여종의 야생동물 20~30마리가 전시돼 있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악취가 코를 찔러왔다. 환기와 냉방이 제대로 되지 않아 실내온도는 32도에 달했다.

동물들의 주거 환경은 열악함 그 자체였다. 공간, 식수, 놀거리 등 기본적인 동물복지를 전혀 보장받지 못하고 있었다. ‘작은 캥거루’라 불리는 왈라비는 별도 시설이 전혀 없이 마루바닥에 무기력하게 웅크리고 있다가 사람들이 다가가면 도망간 뒤 탁자 밑에 숨어 움직이지 않았다. 파충류 상자는 언제 소독했는지 모를 만큼 더러웠다.

왈라비가 사람들을 피해 탁자 밑에 들어가 웅크리고 있다.




울타리 안에 갇혀 있던 긴 코 너구리는 같은 공간을 빙빙 도는 이상행동을 보였다. 10마리 가량의 라쿤이 놀 수 있는 시설은 미끄럼틀 하나와 사다리 하나가 전부였다. 전선과 전기 시설은 전부 외부에 노출돼 있어서 공사현장인지 동물카페인지 구분이 어려울 지경이었다. 일부에서 ‘동물 학대 공간’이자 ‘동물을 앵벌이시키는 착취행위’라는 비판이 나올 만도 했다.

야생동물 카페는 동물권은 물론 사람들의 건강도 위협하는 모습이었다. 카운터에 적혀 있는 주의사항에는 동물 배뇨 시 즉시 알려달라, 소지품을 간수해달라는 등만 있었다. 동물을 만질 때 주의하거나 손을 소독해달라는 기본적인 위생 사항도 적혀 있지 않았다.

이처럼 최근 ‘야생동물 카페’가 난립하고 있지만 법적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현행 동물원법은 야생동물이나 가축을 총 10종 이상, 50개체 이상 보유해야 동물원으로 규정한다. 올해 3월 동물원법이 개정됐지만 개, 고양이, 토끼, 페럿, 기니피그, 햄스터 등 6종에 해당되지 않은 동물을 전시하는 업소는 등록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 때문에 야생동물 카페는 ‘식품위생법’에 따라 음식점으로 업종을 신고하고 있다. 야생동물 관리에 구멍이 생기다 보니 정확한 업체 숫자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단지 2017년 11월 기준으로 서울 10곳, 경기도 8곳, 대구 3곳, 대전 3곳, 부산 2곳 등 30여곳 정도로 추산하고 있는 실정이다.

법적 제도적 보완책 마련이 늦어지면서 야생동물을 밀폐된 실내에 가둬두고 사람들이 만지도록 하는 것은 동물은 물론 사람에게도 위험하다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동물복지연구소인 ‘어웨어’가 동물카페 9곳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절반 이상의 업체에서 꼬리 절단 등 외상을 입은 동물들이 관찰됐다. 한 우리에 여러 마리의 다른 종의 동물을 가둬놓기도 했다.

라쿤이 천장에서 전기노선에 노출돼 CCTV를 가지고 놀고 있다.


또 대다수의 카페가 숨을 수 있는 은신처를 제공하지 않아 동물들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거의 ‘미쳐가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숨막히고 잔인한 사육환경 때문에 동물들은 방문객이 발로 걷어차도 반응하지 않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고 같은 지점을 빙빙 돌거나 한 장소에서 아래위로 뛰는 등 이상행동을 반복했다.

야생동물 카페는 이용객의 건강도 위협할 수 있다. 어웨어 조사결과 동물 사육공간과 방문객이 음식을 먹는 공간이 분리지 않은 카페가 대부분이었다. 또 손 소독제를 비치하지 않는 곳도 절반 가량이었다. 특히 라쿤 등 야생동물이 방사됐을 경우 생태계 교란, 인수공통전염병 전염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면역력이 저하된 야생동물들은 질병에 쉽게 걸리는데 사람이 만진 뒤 개와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이나 어린아이들에게 병을 옮길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국회 토론회에서 이항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일본의 경우 생태계에 새로 정착한 라쿤을 해마다 2만5,000마리 포획하고 있다”며 “라쿤의 회충 알에 의해 감염되는 라쿤회충증은 대부분 어린아이가 감염되는 데다 일단 감염되면 치사율이 높다”고 우려했다. 우리나라는 아직 라쿤에 의한 인간 감염 사례가 아직 보고되지 않았지만 애완용으로 기른 지 얼마 되지 않은데도 질병이 발생했는데도 제대로 진단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었다.

공사를 하다가 만듯한 동물카페의 모습.


이 때문에 미국, 스위스 등 선진국처럼 최소한의 동물권을 보장하고 야생동물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의 경우 온혈동물을 일반에 전시하려면 농무부 면허를 받아야 한다. 뉴욕시는 동물의 종과 수에 관계없이 상업적 목적으로 동물을 전시하려면 사람과 직접 접촉 금지, 동물 종에 적합한 사육장 마련 등의 조항을 충족시켜야 한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야생동물은 말 그대로 야생에 있어야 하는 동물들로 사람과 접촉하는 것 자체가 극심한 스트레스”라며 “특히 사람에게 인수공통전염병을 옮길 수 있기 때문에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물보호단체를 중심으로 비판이 이어지자 법 개정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동물원이 아닌 카페 등의 시설에서 야생동물을 전시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16일 대표 발의했다. 이번 발의안은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시·도지사에 등록되지 않은 시설 및 ‘식품위생법’에 따라 식품접객업소로 등록된 시설에서 포유류, 조류, 파충류, 양서류에 속하는 야생동물을 영리 목적으로 전시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을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이 의원은 “최근 제도적 허점을 이용해 라쿤, 미어켓 등 야생동물을 영업에 활용하는 카페가 늘어나고 있지만 대부분 업소의 사육환경이 열악한 탓에 동물복지가 저해되고, 물림과 할큄 등 소비자 피해사례가 급증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야생동물과 사람간 무분별한 접촉은 광견병 등 인수공통전염병을 야기시킬 우려가 있으며, 외래종 야생동물이 유기될 경우 심각한 생태계 교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측면에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승희인턴기자 shhs95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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