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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24시] 더 길고 깊게 북핵 협상과정 대비하자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정치외교학과 교수
북미 협상 틈새 메울 실무자로
평양·워싱턴 연락사무소 제안 등
협상 모멘텀·추동력 살려나가야

  • 2018-08-19 17:07:01
  • 사외칼럼
[한반도24시] 더 길고 깊게 북핵 협상과정 대비하자

북한 비핵화의 성패를 가늠할 역사적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9월9일 북한의 건국 기념일과 9월 말 유엔 총회까지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으면 북 비핵화 회담은 그 추동력을 상실할 것 같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더 이상 북핵 회담의 성과를 미국의 중간선거에 이용할 수 없을 것이고 선거 이후에 급격히 관심사가 떨어질 수 있다. 오랜 교섭에 입각한 타결이 아닌 최고 지도자들 간의 강한 정치적 의지로 추진된 북한 비핵화 협상은 지도자들이 그 추진의 의지를 잃는 순간 공전하게 된다. 2019년 말 미국이 대선 국면에 접어들면 역으로 북한을 더 강하게 압박하면서 북미 간 극한 대립으로 돌변할 개연성도 부정할 수 없다.

올 초 세계적인 조명을 받으면서 시작된 한반도에서의 해빙 무드는 4월 남북 정상회담, 6월 북미 정상회담에 이르러 절정에 달했다. 정말 불가능하리라 여겨졌던 평화적 수단에 의한 북한의 비핵화가 급속히 이뤄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기대감도 충만했다. 그러나 그 이후의 상황은 많은 관찰자들에게 서서히 실망감과 우려감을 증대시키고 있다. 현재 북핵 문제를 신속하고 일괄적으로 풀 수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자신감이 오판이었음이 분명해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북핵 문제를 협상으로 풀고자 하는 의지는 있으나 우리가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대담한 양보를 해가면서까지 북핵 문제를 빨리 해소할 생각은 없다는 것이 분명하다.

북한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북미 양측은 모두 실무자들의 충분한 지지를 받고 있지는 않은 듯하다. 미국 측은 트럼프가 주연이지만 그 외 백악관과 행정부, 행정부 내 부처 간, 백악관과 싱크탱크들 간에 조력 체제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북한의 군부나 외교 실무관료 역시 이처럼 어린 지도자의 대담한 북핵 협상이 마뜩하지 않을 개연성이 크다. 결국 양국의 지도자들은 내부의 견제와 열의 부족, 상호 불신으로 주춤하는 양상이다. 현재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리스트 제출-종전 선언-평화 체제 구축의 순으로 문제를 풀어나가자는 입장이다. 북한은 종전 선언-평화 체제 구축-비핵화 수순의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어느 누구도 쉽사리 양보하기 어려운 국면에서 대치 중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한다면 북한이 희망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이나 한국의 전폭적인 대북 경제 지원은 쉽지 않다. 어느 누구도 스스로 비난의 초점이 되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북핵 문제는 남북한 간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지역 안보 및 세계 질서의 구조적 변환과 연관된 이슈가 됐다. 그만큼 간단하지 않다. 쉬운 해답을 기대한다는 것은 더욱 어려운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미중 전략 경쟁의 상황에서 북핵 문제와 한반도를 바라볼 미중은 끊임없이 개입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하려 할 것이다. 중국이 최근 종전 협상에 자신들의 참여를 관철시키는 방식을 보라.

북미 지도자들의 전략적인 결단이 필요하다. 한국은 현재의 톱다운 방식이 진척될 수 있게 북미의 부족분을 메워줄 실무 역할을 기꺼이 맡아줄 필요가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제안하면서 관련 당사자들에게 추동력을 부여해야 한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8·15선언은 이러한 절실함을 담고 있다. 그러나 관건인 협상 시간은 향후 한 달이 중요하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제3차 방북은 그런 의미에서 중요하다. 당장 북한의 비핵화 리스트 제출과 종전 선언을 교환할 수 없다면 일단 평양과 워싱턴에 북미 간 각각의 연락사무소를 개설하는 협상을 제안하자. 협상의 모멘텀을 살려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대한민국의 북미 관련 인재들을 총동원해 양측을 설득해내자.

북핵 협상 과정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다양한 변수들이 많다. 조정도 쉽지 않아 적어도 중기 이상의 호흡으로 이 과정이 진행될 것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다양한 관련 시나리오를 구성해보고 대비책도 강구해야 한다. 미중 전략 경쟁이라는 안보환경을 전제한 대중 관계, 한미동맹의 미래, 핵을 가진 북한에 대한 대응 방안 등이 다 고려돼야 한다. 국방 개혁과 같은 기초 안보역량 강화도 남북 관계 진전 여부와 관련 없이 꾸준히 진행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추후 가장 위험한 안보상황에 직면할 당사자는 우리이다. 그 부담은 오롯이 이 정부에 넘어온다. 누가 이 과정들을 구성해가면서 실행하는 ‘방울 다는 전략’을 입안할지가 문재인 정부에 당면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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