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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생 '불편함'을 마주보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올해의 작가상 2018'展

정은영·구민자·정재호 등 4팀

도시 속 개인·공동체 문제 제기

내달 5일 최종 수상자 발표

11월 25일까지 전시 진행

옥해의 작가상 2018에 참여한 옥인콜렉티브의 김화용(왼쪽부터),구민자, 정은영, 정재호, 옥인콜렉티브의 이정민과 진시우.




왕성하게 활동하는 현대미술가들을 통해 한국미술의 잠재성과 미래상을 보여주는 ‘올해의 작가상 2018’ 전시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오는 11월25일까지 열린다. 국립현대미술관이 1995년부터 이어온 권위 있는 미술상으로 2012년부터는 SBS문화재단이 공동주최해 올해의 작가로 선정된 4팀의 전시를 먼저 선보인 후 최종 수상작가를 발표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미술계 담론을 만들고 관객의 관심을 끌어올린다는 취지다. 올해 참여작가는 모두 1970년대생이고 현대 도시 속 개인과 공동체 문제를 들여다봤다는 공통점을 보인다.

여성국극을 소재로 한 정은영 작가 작품의 한 장면.


정은영 작가의 설치 이미지.


여성국극을 소재로 한 작품 앞에 선 정은영 작가.


하늘거리는 짙푸른 커튼, 막이 오르기 전 어둑한 공연장으로 향하는 듯 관람객을 끄는 이는 작가 정은영(44)이다. 그는 1950년대 큰 인기를 누렸으나 지금은 사라질 위기에 놓인 ‘여성국극’을 소재로 다양한 작업을 진행해왔다. 여성 배우만으로 구성됐기에 국극 배우들의 남장(男裝)은 일상적이었다. 이런 ‘여성극장’은 근대기 동아시아 여러 국가에서 발견된다. 이를 통해 작가는 성별의 규범과 그에 드리운 이데올로기적 관념, 동시대성을 파헤친다. 전시에는 신작 ‘유예극장’과 ‘죄송합니다. 공연이 지연될 예정입니다.’ 등이 선보인다. 정은영 작가는 “작품이 아름다운 것도 좋지만 좀 불편했으면 좋겠다”면서 “다소 불편하고 ‘내가 생각해왔던 것들이 아닐 수도 있겠다’ 싶은 의심이나 성찰의 지점들이 생겨나는 것도 미술의 중요한 ‘필요’ 같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널찍한 단상과 강렬한 조명 하나로 관람객까지 무대의 출연자가 된 듯한 착각을 하게 만든다.

날짜변경선을 경계로 하루를 두 번 살고, 누군가는 하루가 사라져 버린 상황을 경험한 구민자 작품 설치 이미지.


구민자 작가


맞붙어 구민자(39) 작가의 신작 ‘전날의 섬 내일의 섬’이 펼쳐진다. 작가는 영국 런던 그리니치 천문대의 정반대 편에 위치한 남태평양 피지의 섬 타베우니를 가로지르는 날짜변경선에서 영감을 받았다. 그 섬에서 날짜변경선의 동쪽은 오늘이지만 서쪽은 어제다. 그래서 작가는 지인과 타베우니 섬으로 떠나 날짜변경선 양쪽에서 24시간을 보내고 다음 날 자리를 바꿨다. 그 결과 한 사람은 하루를 두 번 살고 다른 이의 하루는 통째 사라졌다. 전시장에는 섬에서의 이틀을 함께한 각종 도구, 한국인의 시간 사용에 대한 통계를 바탕으로 한 ‘평균적 삶’ 퍼포먼스의 흔적 등이 펼쳐진다. 작가는 “작업에서 내가 뭔가를 하고 싶게끔, 혹은 동의를 일으키게끔 만드는 것은 ‘불편한 상황’인 것 같다”고 말한다.

정재호 작품의 설치 이미지.




1970년대 구식 로켓 등을 볼 수 있는 정재호의 설치작품.


정재호 작가.


근대화의 상징인 오래된 도심 속 빌딩 그림으로 유명한 정재호(47)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1960~70년대 공상과학만화와 SF영화 속에 나타난 미지 세계로의 탐험 장면 등을 함께 선보였다. ‘로켓과 몬스터’라는 제목으로 1970년대 구식로켓 등이 미술관에 설치된 이유다. 작가는 “기술입국, 과학입국이니 하는 근사한 구호를 내걸고 국가 주도 근대화에 동참할 것을 압박했던 당시 사회를 불러내면서 그 기제가 여전히 우리 인식에 각인돼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우리 세대는 막상 의식하지 못했지만, 온통 과학기술과 경제개발과 미래세계의 상상화 그리기 같은 게 머릿속에 가득 차 있었다는 기억을 더듬어 작품으로 연결지었다”고 설명했다. 도심 속 건축물, 기록사진을 옮긴 그림, 실패한 로켓의 복원 등에서 그는 개발도상국들이 공통적으로 과학기술 발전이 이룰 밝은 미래를 국민들이 꿈꾸도록 ‘권장’했다는 사실을 끌어낸다.

도시의 공동체들을 찾아다니며 공동체 존재의 이유와 양분될 수 없는 그 상황, 관계된 사람들의 미묘한 감정을 포착한 옥인콜렉티브의 작품 설치장면.


옥인콜렉티브의 진시우(왼쪽부터), 이정민, 김화용.


작가 김화용(40)·이정민(47)·진시우(43)로 이뤄진 ‘옥인컬렉티브’는 2009년 철거를 앞둔 종로구 옥인아파트에서 결성된 이후로 일상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실천을 보여왔다. 이번 전시에는 옥인콜렉티브가 탄생하게 된 과정과 작업에 대한 기록물 격인 ‘바깥에서’가 처음 공개됐다. 인천에 위치한 예술가 공동체 ‘회전 예술’을 만나고 제주의 음악다방 ‘까사돌’을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추적하는 등 서울·제주·인천의 공동체를 이야기한다. “왜 사람들은 혼자보다 더 많은 갈등 속에 있을 수 있는데도 시대의 어려움 속에서도 또 무리를 이룰까. 그 질문 때문에 장소를 이동하면서 공동체들에 대한 작업을 만들게 됐다”는 설명이다. 찬반·흑백·호불호 등으로 나뉠 수 없는 공동체의 복잡한 상황, 관계된 사람들의 미묘한 감정 동요가 세심하게 펼쳐진다. 이들 중 최종 수상자는 다음 달 5일 결정, 발표된다. 올해의 작가상은 2012년부터 SBS문화재단이 공동으로 주최하고 있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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